▲ 기아자동차 중형 세단 K5에 사설업체에서 자체 제작한 엠블럼을 부착한 예상 이미지. 출처= 브렌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기아자동차 엠블럼’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엠블럼 교체’ ‘엠블럼 변경’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다른 국산차 업체나 수입차 업체의 사명과 단어 ‘엠블럼’을 결합해 검색할 때 아무 연관 검색어도 뜨지 않는 점과 대조된다.

자동차 엠블럼 개조(튜닝) 작업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특정 업체의 사명을 검색했을 때도 기아차 차량의 모델명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이 같은 현상은 기아차 엠블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호불호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27일 현재 기아차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사설업체에서 자체 제작한 엠블럼으로 바꿔 부착하려는 소비자들의 문의글이 적잖게 게재돼 있다. 해당 글을 게재하거나 내용에 동조하는 누리꾼들이 기아차 엠블럼에 내리는 평가는 “멋없다” “사제 엠블럼이 멋있어서” 등 내용 일색이다. 누리꾼들의 이 같은 반응은 기아차의 기존 엠블럼 디자인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낮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엠블럼을 바꾸려는 고객들은 적잖은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 감성을 좇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차량 핸들(스티어링 휠), 외관 전·후면부 등 부위에 부착할 수 있는 교체용 엠블럼의 가격은 1만5000~4만2000원 등 범위 안에서 책정된다.

기존 엠블럼을 제거하고 새로운 엠블럼을 장착하는 등 작업에 대한 공임비는 개조(튜닝)업체나 차량별로 다르지만 통상 1만~3만원 등 수준에 달한다. 고객이 엠블럼 3개를 교체할 경우 최대 20만원 넘는 비용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일부 고객들이 사비를 들일 정도로 적극 교체하려 하는 현재 기아차 엠블럼은 지난 1994년부터 27년째 쓰여왔다. 당시 기아차는 엠블럼에 각종 브랜드 철학을 담아 시장에 전달하려고 했다. 엠블럼의 둥근 원은 지구를 상징하며 붉은 색상은 태양같이 뜨거운 기아차의 정열과 도약을 의미한다.

▲ 기아자동차 준중형 SUV 스포티지의 전면부에 부착된 현재 기아자동차 엠블럼. 출처= 기아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캡처

기아차를 영단어로 표시한 ‘KIA’의 철자가 엠블럼에 그대로 적힌 점은 브랜드명을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지만, 다소 촌스럽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아차 외 국내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미국 포드나 영국 랜드로버도 브랜드명을 엠블럼에 그대로 쓴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에겐 해외 브랜드라는 정체성으로 특별한 감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기아차에 비해 차량이 적게 팔림에 따라 엠블럼 교체 수요가 덜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기아차 고객들은 기아차 엠블럼에 대한 불만과 함께, 차량을 통해 타인에게 개성을 뽐내려는 욕구를 지님에 따라 엠블럼을 적극 교체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동차 리브랜딩 전문업체 브렌톤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기아차 등 브랜드를 중심으로 신차들이 과거에 비해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춰 짧은 교체주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이에 따라 큰 사이즈의 차량 부위에 대한 튜닝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차별화한 개성을 소소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엠블럼에 대한 교체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아자동차가 작년 11월 특허 출원한 신규 브랜드 엠블럼. 붉은색과 검은색 두가지 색상으로 출원했다. 출처=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기아차는 고객들 사이에 엠블럼 교체 수요가 지속 발생하는 가운데 최근 새로운 엠블럼을 공개하고 이를 곧 마케팅 활동에 활용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박한우 전 기아차 사장은 지난 2월 열린 ‘2020 올해의 차’ 시상식에 참석해 “기아차는 최근 공개한 것과 조금 바뀐 형태의 엠블럼을 오는 10월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앞서 작년 11월 특허청에 새로운 브랜드 엠블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현대차가 1992년 공개한 뒤 현재까지 쓰고 있는 엠블럼에 대한 교체 의지를 전혀 비추지 않는 점과 대조되는 행보다.

다만 기아차가 새로 공개한 엠블럼에 대해서도, 타인을 무시하는 뜻을 지닌 신조어 ‘즐(KIN)’이 연상된다는 등 석연찮게 여기는 반응이 제기되고 있다. “차라리 대국민 공모전을 열고 소비자들의 안목에 맡겨라”는 지적도 나왔다. 기아차는 현재 새로운 엠블럼의 활용 여부에 관한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규 엠블럼으로 특허 출원했지만 해당 엠블럼을 실제 도입하는 시점이나 분야 등 세부사항은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