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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 직장인 A(43)씨는 매주 로또 복권을 산다. 10억~20억원에 달하는 1등 당첨금을 은행에 예치해두고 예금이자를 받는 안락한 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16억원을 맡겨도 월 이자 88만원이라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 직장을 은퇴한 B(58)씨는 퇴직금 1억8000만원과 예금 8000만원을 두고 투자 고민에 빠졌다. 노후자금을 수익률이 은행금리보다 높은 펀드에 맡기자니 연이은 사고에 원금손실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0%’ 제로금리, 6·17 부동산 대책, 금융세제 개편안, 사모펀드 사고 등 복합적인 이유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부양책으로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어서 ‘갈 곳을 잃은 돈’의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통화·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인 M1(협의통화)은 4월 기준 1006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4월 M1(평잔)은 전월 대비 2.3% 증가했으며, 전년동월대비로는 16.9% 늘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시중자금이 크게 증가했다는 뜻이다.

금융투자쪽에서도 단기 부동자금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투자자금 동향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46조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6조8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146조5000억원 등 전체적인 규모가 전년 말 대비 늘었다.

이 같은 단기 부동자금의 증가는 코로나19로 불거진 정부의 정책과 맞물린다. 부동자금은 주식시장, 부동산 등 다른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종의 대기성 자금으로 불린다. 이 같은 부동자금의 증가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돈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 3월 기준금리 50bp 인하에 이어, 5월에도 25bp 인하를 단행했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0.5%로 내려와, 시중은행의 예·적금금리 역시 0%대로 낮아졌다. 사실상 은행에다가 돈을 맡겨도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6·17 부동산 대책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자금의 규모를 늘리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6·17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으로 이 같은 부동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주식거래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금융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이 관망하는 추세로 흐르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자금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라임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로 불거진 금융사고는 수익성을 쫓는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투자에 신중함을 요구하는 동시에, 투자에도 소극적인 ‘갈 곳을 잃은 돈’으로 만들고 있다. 저금리로 유동성을 늘린 정부의 정책은 잇따른 금융사고와 투자를 막는 규제로 오히려 부동자금을 늘린 꼴이 됐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코스피 2100선을 회복하며 코로나19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자금은 당분간 주식시장으로 흐르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갈등, 코로나19 2차 팬데믹 등 변동성을 일으킬 다수의 변수가 산재해 지속적인 유입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금융세제 개편안으로 인해 투자수익 감소로 이어져, 주식시장으로 유입이 현재수준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안정 차원에서도 이런 확대 유동성 공급을 적기에 회수할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며 그런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경기 회복 이후 적절한 시점에 과잉 유동성을 회수하겠다는 의미다.

케이프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은행 대출은 소상공인 지원대출을 제외하더라도 5월 YTD 증가율 기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저원가성 수신이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하며 저원가 조달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라며 “은행의 5월 여수신에서 부동자금이 폭증 중”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