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의 구독형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이 더 탄탄해진다.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과 연계된 생태계 강화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외연이 크게 확장되는 분위기다. 특히 현대차가 모빌리티 플랫폼의 운영을 타진하고 있다는 점에 시선이 집중된다.

▲ 출처=현대자동차

달라진 현대 셀렉션
현대차는 26일 현대 셀렉션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켰다. 월 구독 상품(레귤러 팩)을 이용하는 고객은 매달 전동 킥보드, 택시 등 다양한 모빌리티·라이프스타일 서비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개월 기준으로 ▲전동 킥보드 서비스 ‘킥고잉’ 1000원 할인권 20매 ▲주차 플랫폼 ‘아이파킹’ 3000원 할인권 5매 ▲‘T맵 택시’ 5000원 할인권 4매 ▲음악 플랫폼 ‘플로(FLO)’ 월정액 이용권(8000원) 1매 등 총 4가지로 구성되며, 구독 상품에 따라 최대 2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현대 셀렉션의 요금제는 ▲베이직 (59만원) ▲스탠다드 (75만원) ▲프리미엄 (99만원) 등 3가지다. 베이직은 2차종(아반떼, 베뉴) 중 선택 가능하며, 월 1개 차종만 이용할 수 있다. 스탠다드는 4차종(쏘나타, 투싼, 아반떼, 베뉴) 중 월 1회 교체가 가능해 한달 간 총 2가지 차종을 이용할 수 있으며, 1인 사용자 추가가 가능하다. 프리미엄은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7월 이후 투입되어 총 7가지 차종(더 뉴 싼타페, 그랜저, 팰리세이드, 쏘나타, 투싼, 아반떼, 베뉴)을 월 2회 교체하며 이용할 수 있다. 최대 2인까지 사용자 추가가 가능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여기에 스페셜 팩을 새롭게 추가시켰다. 팰리세이드, 그랜드 스타렉스 어반(9인승) 중 1개 차종을 선택할 수 있는 ‘트래블’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을 대표하는 모델 벨로스터 N을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로 구성된다. 현대차는 고성능차에 대한 고객 요구에 맞춰 향후 스페셜 팩에 N 라인 차종을 지속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과 만나고 있다. 출처=LG

모빌리티의 확장
현대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지만, 최근 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큰 꿈을 꾸고 있다. 주력은 수소차, 전기차, 도심항공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를 넘어 수소경제 전반에 집중하며 최근 오프라인 거점 인프라까지 구축하고 있으며 전기차 로드맵을 가동하며 삼성 및 LG, SK에 이르는 배터리 동맹의 설계자로 활동하는 중이다.

도심항공의 경우 올해 CES 2020을 통해 큰 그림을 보여준 바 있다.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손을 잡았다.

핵심은 UAM의 SA-1이다. S-A1은 최고 비행 속력은 290km/h에 달하고,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또 100% 전기 추진 방식으로,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7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각의 프로펠러에 전기 분산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최적의 안전 성능을 제공하며, 도심 비행에 적합하도록 소음도 최소화 했다는 설명이다. 공중과 지상, 그리고 오프라인 거점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려는 현대차 모빌리티의 원대한 꿈이다.

▲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CES 2020에서 도심항공 서비스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현대차는 모빌리티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수의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에 대한 투자, 나아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다만 약점은 있다. 물리적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 영토는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으나, 플랫폼을 운영하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은 다소 약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와 함께 도심항공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발표할 당시에도 이러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현대차가 우버와 만나 지상과 하늘을 오가는 입체적 모빌리티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하드웨어 '그릇'만 제공하는 소위 제조 하청업체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다.

CES 2020 현장에서 <이코노믹리뷰>와 만난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은 “자동차 업계가 점점 커넥티드카 트렌드로 변하며, 제조사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도 “더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하늘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제조사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현대차와의 협력이 제조에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 사진=최진홍 기자

다행스럽게도, 현대차는 이러한 약점을 빠르게 보완하려 노력중이다. 특히 플랫폼 운영에 있어서는 몇몇 성과도 나오고 있다. KST모빌리티와 함께 모빌리티 플랫폼 써클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플랫폼 제조를 넘어 써클을 통해 스타트업과 힘을 합치는 방식으로 모빌리티 실제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솔루션 기업 모션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도,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략이 점점 빨라지는 장면과 무관하지 않다.

▲ 모빌리티 플랫폼 써클. 출처=현대자동차

현대 셀렉션, 모빌리티의 탑?
현대차가 차근차근 모빌리티 플랫폼의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현대 셀렉션의 등장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당장 이동의 모든 것을 추구하는 현대차의 전략이 실제 가동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모든 모빌리티 플랫폼의 지향점은 '이동하는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고객의 출발점과 목적지를 비롯해 그 과정에서 제공되는 편안한 사용자 경험과 라스트 마일의 개념이 포함된다. 우버가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자동차와 전기바이크, 킥보드, 도심항공을 아우르는 이유도 고객의 이동하는 모든 사용자 경험을 자사의 플랫폼 내부에서 구현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현대차의 확장된 현대 셀렉션이 전략이 돋보이는 이유다. 구독경제의 공식을 따르면서, 유연한 완성차 수급을 통해 단순히 모바일 플랫폼만 가진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생태계 확장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구독하는 경험과 킥보드 및 주차, 나아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음원 콘텐츠까지 포진시켰다. 이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전략과 비슷하지만, 실제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외부의 하드웨어 플랫폼(택시회사)과의 협력이 필요했다면 현대차는 이 부분에서 더욱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전반의 운영 노하우를 익히는 한편 융합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회까지 잡았다. 자동차 '제조사'가 '구독경제'를 통해 '다양한 이동수단'을 전면에 걸고 '플랫폼 운영'에 나서고 있다. 확장된 현대 셀렉션이 현대차의 달라진 모빌리티 체질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