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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 건너지 마오"...잔혹한 인수합병 시장굵직굵직한 인수합병 로드맵 시선집중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기간산업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인수합병이 거론되고 있으나,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인수합병 무산 위기설도 나오는 가운데 플랜B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당장 미국 사모펀드 시커모어 파트너스가 글로벌 속옷 브랜드 시크릿을 인수하려다 포기했고, 미국 사무기기 회사 제록스는 프린터·PC업체 휴렛팩커드(HP)를 인수하려던 계획을 최종 철회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인수합병 시장 규모가 572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나 쪼그라든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직격탄을 날렸다는 평가다.

코로나19의 저주로 인수합병 빅딜이 흔들리는 현상이 속출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몇몇 기업이 인수합병 매물로 나오거나, 혹은 새로운 인수합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역시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원인이다.

▲ 출처=아시아나항공

LCC 인수합병, 난기류
26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 여행 성수기를 맞아 항공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지만 인수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조금씩 커지며 업계의 시름도 깊다.

HDC현산이 지난 9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 밝히며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까지 나왔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당초 세웠던 인수자금 조달계획에 따라 유상증자, 회사채 등 발행과 금융기관 대출 등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등 인수자금 조달에도 노력하고 있으나 인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몰랐던 '부정적인 영향'이 다수 발견됐다는 점을 들어 판을 흔들고 있다.

산은은 10일 “HDC현산 측이 그동안 인수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HDC현산의 재논의 카드에 대해서는 우려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도 “구주매매 및 신주인수 관련 거래계약이 체결된 이후, HDC현산은 대표인수인으로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대규모 인수 준비단을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상주시켜오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인수준비단 및 HDC현산의 경영진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제공하여 왔다”며 HDC현산의 주장에 반박했다.

채권단은 더욱 강하게 나왔다. 산은은 17일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다는 HDC현산측의 주장에 대해 “리스부채 및 정비충당부채 관련 회계기준 변경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금액은 다소 과대하게 산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이고,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이 HDC현산에 자세한 자료를 공개했다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나빠졌으나 HDC현산이 사실상 발을 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일종의 가격 협상을 위해 판을 흔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의 '깜깜이 상황'이 이어지면 앞으로 어떤 판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한편 또 다른 인수합병 작업이 전개되고 있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작업도 난기류에 빠졌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18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경영권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큰 문제가 없다면 인수합병 작업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커지자 상황이 돌변했다. 이스타항공은 물론 제주항공의 재무상황도 나빠지며 양측의 이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임금체불 논란으로 더욱 위축되고 있다. 5월 11일 예정이었던 딜클로징(인수계약완료)이 연기된 가운데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가두투쟁도 불사하며 회사측의 진지한 대응을 요청하고 있으나,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그 일가에 대한 의혹과 이스타항공 주식 매입 자금 출처, 이스타항공의 대주주 이스타홀딩스의 거액 차익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회사와 직원들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스타항공은 25일 “현재 이스타항공의 경영사정을 감안하면 근로자의 고용유지는 사실상 두 가지 전제하에 가능하다”며 “제주항공와의 인수합병이 최종 마무리 되거나, 정부의 LCC 지원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책임은 피하고, 사태해결의 키는 외부가 쥐고 있다는 뜻이다.

▲ 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노동자 총력 결의대회’에서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어익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도 흔들리고 있다.

유럽연합(EU) EU집행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심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심사를 재개한다는 설명이다.

EU집행위의 심사 재개가 두 기업의 순조로운 인수합병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가스선 시장에서 두 기업의 시장 과점 가능성을 명시하는 등 뇌관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EU집행위가 지난 15일 공문을 통해 금속노조에 합병 심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3자 지위’를 부여한 점이 눈길을 끈다. EU집행위는 지난 17일 금속노조에 메일을 발송해 “금속노조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심사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EU의 견제에 이어 노조의 견제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현재 두 기업의 인수합병 심사 상황을 보면 EU는 중간심사보고서를 통보했고 싱가포르와 일본은 2단계 심사, 중국은 1차 심사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계를 견제하는 EU가 노동계를 끌어들이고, 금속노조와 같은 노동계는 EU의 기업결합 중간심사보고서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 출처=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새주인 찾아요"
초유의 위기에 흔들리고 있는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알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합병 시장에 내놨다. 돈 되는 것은 다 팔고있는 두산이 눈물의 매각전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당초 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중 하나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봤으나, 두산그룹의 선택은 두산인프라코어로 좁혀졌다. 중국 굴삭기 시장이 호황인 관계로 두산인프라코어의 가치고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고려됐다.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행히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합병은 무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 및 다수의 대형사모펀드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산그룹과 시장의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존재, 대부분 자산 매각이 속도를 크게 내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말의 불안함은 여전하다.

▲ 출처=쌍용자동차

불안한 쌍용차의 운명
쌍용차의 운명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다. 아직 인수합병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인수합병 대상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쌍용자동차의 지분 75%를 가지고 있는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는 지난 13일 외신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마힌드라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쌍용차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려움이 커져가고 있으나 당시 입국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산은을 방문해 대주주 투자 계획, 쌍용차 자체 경영쇄신안 등을 제시했으며 예병태 쌍용차 사장과 함께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만나기도 했다. 쌍용차도 움직였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마힌드라 그룹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신차 공동개발, 공동 소싱 등 시너지 극대화 작업을 전개할 것이라 밝히며 회생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부드러웠던 분위기는 지난 4월 마힌드라가 특별 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의 회생을 위한 신규자본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스텝이 꼬였다. 여기에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다는 말이 나오며 쌍용차가 인수합병 시장의 매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코로나19가 이어지는 가운데 쌍용차의 최근 부채비율은 700% 중반으로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최근 매각 주간사로 삼성증권과 유럽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를 선정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다만 현 상황으로는 아직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주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투자자를 찾을 뿐이며, 투자자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관사 선정도 새로운 투자자를 포함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손절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판을 흔드는 '협상의 개인기'를 부렸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이 51% 아래로 내려갈 경우 차입금 문제도 불거지기 때문에, 당분간 둘의 동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여전히 쌍용차 손절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적절한 때가 되면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이미 중국 지리자동차 등이 쌍용차 인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심지어 중국 BYD도 쌍용차에 관심이 있다는 설이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자칫, 쌍용차가 매물로 나와 상하이차 악몽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출처=갈무리

신바람 인수합병?
코로나19로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기간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순조로운 인수합병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흥미로운 지점은 국내 기간산업의 인수합병 시장이 코로나19 저주로 흔들린다면, 순조로운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곳은 코로나19의 수혜주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유료방송 시장이 대표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티브로드 인수를 완료했다. SK브로드밴드는 합병법인 출범을 계기로 ▲미디어 플랫폼 고도화 ▲가입자 기반 확대 가속화 ▲비즈니스모델 확장을 통해 IPTV와 케이블TV 서비스 경쟁력을 동반 강화할 계획이다. 나아가 기존 티브로드 고객이 이용 중인 케이블TV 서비스 품질을 대폭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또 LG유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가 놓쳤던 CJ헬로를 품었다.

케이블 업계 3위인 딜라이브, 4위 CMB, 5위 현대HCN도 모두 매물로 나온 가운데 분위기는 후끈한 지경이다. 3일 업계 5위 현대HCN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통신 3사는 모두 예비입찰에 응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수 가격은 4000억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4위 CMB도 9일 정식으로 매물로 나왔다. 이한담 CMB 회장은 9일 “반세기 넘는 시간 CMB의 역사와 가치를 쌓아 온 모든 임직원의 열정과 헌신을 소중히 여긴다”며 “구성원들이 새로운 비전을 갖고 한국 미디어산업을 한층 발전시킬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엄중한 결심으로 인수합병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딜라이브 매각전은 지지부진했으나 현대HCN 매각전이 벌어지자 IPTV들이 관심을 보였고, CMB가 그 틈을 노려 몸값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3위 딜라이브는 아직 정중동이다. 오래전부터 매물로 나왔으나 시장 매력도가 떨어지고 경쟁 매물들이 속출하며 선뜻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딜라이브 채권단이 손자회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각하며 당초 1조원의 가격을 9000억원 수준으로 내렸으나 현 상황에서 KT 정도가 반짝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6.26  09: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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