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공인중개사A)

6.17대책이 발표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추가 지정된 투기지역의 매물은 모습을 감추고 있는 가운데, 규제를 빗겨간 지역은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전세 매물 역시 씨가 말랐다. 반면, 강북권의 대표 학군인 목동은 강남과 달리 잠잠한 상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사철 성수기 맞아?, 자취 감춘 전세


25일 강남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씨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나올 만한 집들은 이미 많이 나왔는데도, 전세 매물이 없다. 이렇게까지 적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A씨는 또 "6·17 대책이 발표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 망설이니 나오는 게 없고, 나오는 게 없다보니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갈 물건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 지역인 강남 대치동 일대 은마아파트의 전세시장은 성수기를 한달 이상 앞두고도 매물이 씨가 마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아파트를 비롯한 강남권을 집중 겨냥해온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기존에는 토지를 소유하기만 하면 재건축 분양권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대책으로 분양 신청 이전에 2년간 실거주해야만 자격이 생기도록 법안이 개정된다. 정부가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초강력 대책을 연달아 발표하는 가운데, 불똥은 전세 시장으로 튀고 있는 실정이다. 


구축 vs 신축, 전세 시장도 양극화


이번 정책으로 이후 같은 대치동 일대 전세 시장 내에서도 분위가 갈린다. 대치동은 대치역을 기점으로 한쪽에는 은마아파트를 포함한 노후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다른 한쪽에는 대장주인 래미안대치팰리스를 포함한 신축 아파트 단지가 역삼동까지 자리한다.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6㎡는 현재 전세가격이 5억7000만원~6억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지만,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 전용면적 84㎡는 전셋값이 17억원에 달한다. 재건축의 영향을 받지 않는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의 공인중개사 B씨는 “정책 발표 이후 전세 시장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세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하반기로 접어들면 신축 아파트 단지 일대도 전세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의 전세 거래건수는 올해 3월 이후 세자릿 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전세는 공급량이 통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고려하면, 재계약으로 인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현재 상황은 그대로지만, 올해초 코로나 여파도 있어 재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 매물이 줄었다. 특히 이곳은 비수기인 6월에도 학군 수요가 몰렸다"면서 "재계약을 하는 가을이 되면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전세 시장 불균형 키우는 '임대차 3법'


이런 가운데 '임대차 3법'도 전세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당 법안이 지금 형태로 발효된다면 임차인은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게 되고, 전월세 임대료 증액 상한도 5%로 제한되는 등 임대인 입장에선 불리한 요소가 많아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이 시장 생태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이어 “그 지역에 이주하고 싶지만 입주는 하지 못하는 수요가 있을 때 전세시장이 형성되는데, 강남이나 목동에 새로운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도 아니기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말하지만, 교육 특구로 이전 한다고 해서 실수요자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면서 "(이렇게 보면) 시장은 그런 식으론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갈길 먼 목동, 전세 움직임 '잠잠'


▲ 안전진단에 통과한 목동6단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한편, 강남과 달리 강북권의 재건축 단지의 전세 시장은 비교적 잠잠한 상황이다. 강북의 대표적인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 단지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는 재건축 허가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도 최근에야 탄력을 받는 등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공공기관으로부터 최종 안전진단 검사를 통과하고 재건축이 확정된 곳은 6단지가 유일한데, 은마아파트가 안전진단 다음단계인 추진위원회 설립 인가를 10여년 전인 2003년 받은 것과 비교된다. 

목동 6단지 공인중개사는 “강남쪽은 재건축 문제로 전세 매물이 많이 빠진 걸로 아는데, 목동은 아직 잠잠한 상황이다”면서 “정부 정책이 발표된 이후로도 특별히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