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무해지환급형보험(이하 무해지보험)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무해지보험은 높은 환급률을 내세워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해 팔리는 등의 불완전판매가 빈번해 금융당국에서 사실상 간접적 판매 제동에 나선 상품이다. 무해지보험이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민원 등의 리스크가 높은 상품으로 여겨지면서 관련 상품 판매를 접는 보험사들도 속출할 전망이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금융사 대표에게도 책임을 묻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점도 보험사들의 무해지보험 판매 중단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무해지보험 판매 지속여부에 대한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고 검토 중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DB손해보험 역시 올 초부터 대대적인 상품 개정에 돌입하면서 무해지보험을 대폭 줄여왔다. 한 DB손해보험 설계사는 "사실상 4월부터 무해지보험 판매에 제한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외 여러 보험사들도 하반기 중으로 무해지보험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해지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해지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30%가량 저렴하다. 이 보험은 만기까지 유지하면 환급금이 나오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인해 환급률이 적금, 저축성 상품 등 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보험사들이 무해지보험 판매 중단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무해지보험을 향한 금융당국의 우려 섞인 눈초리를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무해지보험의 높은 환급률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해지보험이 환급률을 미끼로 저축성보험으로 둔갑돼 팔리는 사례가 다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확산을 우려해 무해지보험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무해지보험은 만기까지 유지하지 못하면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할뿐더러 보장에 집중된 상품이기 때문에 저축 목적의 가입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설계사들은 환급률을 내세워 무해지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해왔다. 이는 확정금리와 환급금을 강조하면서 적금보다 유리하다는 식의 영업을 벌여온 것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지난 3월 저축상품으로 둔갑해 주로 팔리던 무해지 치매보험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보험사들 입장에서도 무해지보험 판매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 무해지보험은 불완전판매 등으로 향후 민원 속출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손해율 악화 우려도 있다. 무해지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만기까지 유지했을 경우 보험사에겐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무해지보험은 회사의 리스크도 있는 상품인 만큼 향후 저해지보험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해지보험은 무해지보험과 비슷한 상품 형태로 해지환급금이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하다.

또한 최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점도 보험사들에 무해지보험 판매는 민감한 사안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해당 개정안은 불완전판매로 금융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금융사 대표이사, 준법감시인 등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즉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사에 대한 처벌이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무해지보험을 두고 안타까워하는 시각도 있다. 무해지보험은 유지만 잘하면 소비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무해지보험은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보험료는 물론 중도에 계약을 깨지만 않으면 환급금도 돌려받을 수 있어 소비자에게 착한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