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퍼스트무버'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은 특허가 만료된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는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램시마의 성장세를 이끌어왔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램시마는 유럽에서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오리지널의약품인 레미케이드와 경쟁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모두 압도했다.

특히 램시마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의료정보 제공기관 심포니에 따르면 램시마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10.1%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2016년 말 출시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미국 3대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가 지난해 10월 램시마를 선호의약품에 등재한 이후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 유럽 램시마 시장 점유율. 출처=셀트리온헬스케어, 한화투자증권

환자 스스로 맞는 피하주사형으로 진화

램시마는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램시마SC와 함께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램시마SC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인 램시마를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주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한 제품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램시마SC의 판매 승인을 획득한 뒤 올해 2월 독일을 시작으로 영국·네덜란드 등에 램시마SC를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유럽에서 새로운 치료 방안으로 램시마SC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램시마SC는 여러 임상 결과를 통해 안전성과 효능, 면역원성에서 정맥주사형 램시마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셀트리온은 이달 6일 유럽 류마티스학회(EULAR)에서 램시마IV와 램시마SC 투약군으로 구분해 제형 차이에 따른 면역원성과 체질량지수 등에 대한 영향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램시마 제형 변화에 따른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램시마SC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인 램시마를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주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한 바이오의약품이다. 출처=셀트리온헬스케어

이탈리아 코로나19 환자 일주일 만에 완치

램시마는 최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소화기계 국제학술지 거트는 램시마의 코로나19 치료 사례를 소개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연구논문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국립병원에서 궤양성 대장염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30대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당시 환자는 폐렴 증상을 보여 기계 장치로 호흡을 이어가는 등 수술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궤양성 대장염 상태도 심각했다. 긴급한 상황에서 주치의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쓰는 램시마를 이 환자에 투여했다. 그 결과 환자는 램시마 처방 이후 일주일 안에 호흡 상태가 개선됐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도 폐의 염증이 크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호흡이 가능해진 환자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싸고 검증된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

이번 사례로 램시마와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적극 거론되고 있다.

램시마는 다년간의 누적 처방 기록과 장기 임상 결과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램시마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된다면 렘데시비르 등 여전히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약물들의 단점을 빠르게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손잡고 램시마를 코로나19 치료에 쓸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램시마주100mg의 가격은 35만 2787원으로 책정됐다. 출처=셀트리온헬스케어

또 램시마는 오리지널의약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바이오시밀러 특성상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는 10일분 가격이 4500달러(한화 약 542만원)로 추정되고 있다. 다소 높은 가격에 저소득 국가에 보급하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램시마의 국내 약가는 약 35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8주에 1번씩 램시마를 투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2회 투여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완치까지 평균 16.3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피하주사형으로 개발된 램시마SC는 병원 처방을 통해 환자 스스로 집에서 간편하게 투약할 수 있다. 병상 부족 등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린 일부 국가에서는 환자를 자가격리 시킨 후 치료를 지속하는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램시마는 IV제형과 SC제형 모두를 지닌 듀얼 포뮬레이션의 강점을 바탕으로 환자의 치료 옵션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탈리아의 사례뿐만 아니라 현재 영국에서 진행되는 일반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