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그웨이는 2002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출처= KnowTechi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한 때 대중문화에 자리를 잡은 듯했던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대명사 세그웨이(Segway)가 결국 세상을 바꾸겠다던 발명자의 야망을 실현하지 못하고 올 여름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세그웨이를 인수한 중국계 회사 나인봇(Ninebot)은 23일(현지시간), 오는 7월 15일부로 세그웨이 PT(PT는 Personal Transportation의 약자)의 생산을 중단할 것이며, 뉴햄프셔주 베드포드(Bedford) 공장의 직원 21명은 해고된다고 발표했다.

세그웨이 PT는 2001년 12월 3일 미국 ABC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에서 공개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발명가 딘 카멘은 도시 교통 혁명이 다가오고 있으며 앞으로 자동차는 쓸모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멘이 세그웨이를 발명한 것은 도시 내의 짧은 이동에서 4000 파운드(1800kg)나 나가는 자동차나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그웨이의 글로벌 사업개발 담당 부사장 토니 호에 따르면, 지난해 세그웨이 PT가 나인봇의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6000달러에서 1만 달러에 이르는 높은 가격은 도시의 출퇴근 직장인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경찰서나 관광 기관이 간혹 구매할 뿐이었다.

“20년 전에는 위대한 발명품이었지만, 이제는 좀 구시대적으로 보입니다.”

그는 그나마 세그웨이 PT를 구입했던 경찰서도 세그웨이 PT보다 값이 더 싼 나인봇의 전기 스쿠터로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인봇은 또 마을 치안 유지용으로 만들었던 세 바퀴 세그웨이도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호 부사장은 최근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경찰에 대한 예산 지원 논란이 세그웨이 생산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세그웨이를 타다가 넘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왼쪽) 영화 몰 캅(Mall Cop) 시리즈(오른쪽)에도 출연했다.    출처= CNN 캡처

발명가 카멘은 세그웨이를 발명하기 이전에도 휴대용 인슐린 펌프 같은 의료기기의 발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세그웨이 PT 프로젝트는 1990년대에 자율균형 휠체어를 연구하다가 탄생했다.

당시 세그웨이 PT는 시대를 앞서갔다. 세그웨이 PT는 출시되자마자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03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세그웨이를 타다가 넘어지는 일이 벌어지자 세그웨이 직원들이 당일 즉시 백악관의 경내를 방문해 부시의 가족들에게 세그웨이 타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세그웨이의 인기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할리우드에도 진출하며 할리우드 TV 쇼와 몰 캅(Mall Cop)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초 출시 가격 4950달러는 이 기기의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었다. 당시 배터리 가격만 해도 1000달러가 넘어서 저렴한 버전을 만들 수가 없었다. 회사는 몇 년 동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애썼지만, 물가상승과 기기에 새로운 오프로드 기능을 추가하면서 오히려 가격을 더 올릴 수밖에 없었다.

세그웨이는 2018년에,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 동안 10만 대의 PT가 팔렸지만 2018년 한 해 동안 100만대의 PT를 팔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세그웨이 대변인에 따르면 2001년 이후 현재까지 팔린 PT는 14만 개에 그쳤다.

결국 세그웨이는 세상을 바꾸는 매력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좋기는 하지만 세상 물정과는 동떨어진 발명품’이라는 평판이 커졌다.

세그웨이에 근무했던 맷 겔벅스는 2018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세그웨이에는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출시 전 플로리다에서 10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세그웨이를 헐 값에 판매하고 일상에서 사용하도록 권유했다. 그러나 1년 후에 세그웨이를 계속 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카멘은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지만 CNN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세그웨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인생에 또 무슨 일을 하든 나는 여전히 세그웨이를 만든 사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