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최근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2차 확산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코로나 상황이 사실상 3차 대유행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메리츠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현재 신규 확진이 늘고 있는 지역들의 추이를 살펴보면, 지금은 스페인 독감의 3차 확산과 비슷한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며 "만약 3차 확산이 맞는다면 1차(중국 내 확산)보다는 충격이 클 수 있지만, 2차(미국 내 정점 당시)에 비해선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독감은 조류 독감의 일종으로 오늘날 독감의 주요 원인 바이러스 중 하나다. 1918년 1차 세계대전 종식 시점에 시작하여 1920년까지 유행했으며 당시 전세계 16억 인구 중 5억 명이 감염되었고 5000만 명이 이 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략 사망률 10%로 전 인구의 3%가량이 이 병으로 사망한 셈이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이유는 스페인 독감 당시 2차 유행이 1차보다 훨씬 큰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1918년 늦봄 1차 유행이 시작된 스페인 독감은 같은 해 여름에는 진정세를 나타내다가 몇 개월 뒤인 가을에 2차 유행이 시작됐다. 특히 1차 유행 당시 1000명당 5명 수준이던 사망률은 2차 유행과 함께 다섯 배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시 점점 확산이 둔화하다가 1919년에 3차 유행이 발생했으나, 피해는 2차 유행보다 크진 않았다. 

최근 코로나19 2차 확산에 대한 우려가 심화한 것은 미국의 플로리다, 텍사스, 켈리포니아 등 20여개 주에서 신규 확진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미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월 이후 처음으로 3만명을 넘어서며 3~4월 정점 수준에 근접했다. 다행히도 아직 지난 3월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등 수준의 확산세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는 지역들(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의 인구수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많으므로 당연히 확진자 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각 주의 인구수를 100만 수준으로 가정한다면, 지난 3월 뉴욕·뉴저지 등에 비해 현재 확산 중심지들의 확산세는 약한 편이다.

중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 베이징으로 중심으로 재확산설이 제기됐지만, 지난 1월과 6월 신규확진자 증가 속도를 비교하면 이는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코로나19 확산세가 힘을 잃은 이유는 그동안 구축된 방역시스템, 그리고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활동에 익숙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는 독일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환자 1명이 추가로 감염시키는 다른 환자 수)가
20일 1.79에서 21일 2.88로 하루 새 급증해 재확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에 있는 한 도축장에서는 20일 직원 1029명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전국적인 확진자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브라질, 인도, 멕시코 등의 일부 신흥국에서의 확산세가 우려된다. 이 국가들은 연초 이후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다만 위 국가들은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거나 한국의 교역의존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 한국과 전 세계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코로나19에 대한 범유행(판데믹)이 선포된 지난 2~3월에는 실물경기가 둔화했고, 금융리스크도 확대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의 재확산이 앞서 예상한 것처럼 3차 확산에 불과하다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인환 연구원은 “각국 정부의 재정·통화 정책 대응으로 유동성이 늘어난 상태”라며 “실물경기 둔화의 경우 단기간 내에는 증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 연구원은 “다만 중장기적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증시와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일어나 다시 하락전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차 확산이 우려가 나오는 현재 금융리스크 지표는 3월에 비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 연구원은 “3차 확산으로 인한 금융리스크는 단기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동성 리스크로 확산된다면, 현금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증시에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차 세계대전부터 미국 대공황 시기의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했던 영국의 자금흐름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 이후의 상황 유추해보자. 당시 영국계 투자신탁들은 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증권에 대한 투자 비율을 낮춤과 동시에 이미 투자한 금액까지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세계대전 중 유동성(금)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나타난 자금의 이동으로 분석된다.

향후 세계 금융시장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재확산은 기본적으로 유동성(달러화) 수요를 높이려는 압력으로 작용하여 미국으로의 자금 집중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한국 증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최근 코스피가 3월 저점과 비교하면 30% 이상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벨류에이션(실제 가치 대비 시장 평가 수준)이 이전 고점 수준까지 근접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상태다.

하 연구원은 “주가가 무조건 하락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기간조정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벨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은 주당순이익(EPS) 상승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제한적이라면, 경제는 잠시 주춤하겠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 연구원은 “기간 조정의 흐름 속에서 업종 간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경기 회복 기대감에 올라온 업종들의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반면, 소프트웨어 업종 등 언택트 수혜주들에 대한 관심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바이오주들이 2017년 이어 다시 랠리(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라며 “이전 랠리 당시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대부분 낮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