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애플의 최대 연례 행사 '세계 개발자 회의(WWDC)'가 22일(현지 시간) 막을 올렸다. WWDC는 애플이 매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발자 대상으로 새 기술 및 제품을 공개하는 행사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사상 최초로 온라인 중계 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이날 WWDC 2020에서는 맥·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 등에 적용될 차세대 운영체제(OS)들이 주 내용을 차지한 가운데, 애플의 PC 프로세서 전환이 공식화 됐다. 다만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에 대한 소식은 없어 생각보다 강렬한 잔치집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자체 반도체 개발 향한 야심…15년 만의 독립 선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맥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자사의 플래그십 PC인 맥의 '탈(脫)인텔'을 발표했다. 올 연말부터 생산되는 맥에는 인텔의 칩 대신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ARM의 코어를 기반으로 직접 설계한 칩을 탑재된다.

애플의 독자적 반도체를 향한 야심이 담긴 이 칩의 명칭은 '애플 실리콘'이다. 해당 칩을 통해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비는 줄인다는 설명이다. 쿡 CEO는 해당 칩에 대해 "애플 하드웨어의 심장"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설계가 곧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약 15년 동안 인텔의 칩을 적용해왔다. 지난 2005년 개최된 WWDC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맥 프로세서를 파워PC에서 인텔 기반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인텔의 칩은 당시 PC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윈도를 맥이 따라잡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애플 실리콘'은 애플이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루어낸 숙원이다. 애플은 2012년부터 자체 칩 채택을 고려했으며, 2020년 인텔로부터의 전환을 공식화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등이 보도한 바 있다.

애플의 인텔 의존도가 낮아짐에 따라 인텔 주도 하에 있던 PC 프로세서 시장도 재편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이 나오지만, 양사가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쿡 CEO에 따르면, 애플은 인텔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PC도 개발하고 있다.

애플의 모든 제품에 대한 프로세서 전환 역시 2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돼, 탈인텔 행보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iOS 14, UX·SW 대변화에 '휘둥그레' 


▲ 왼쪽부터 차례로 iOS 14가 적용된 홈 화면, 앱 보관함(App Library), 앱 클립(App Clips). 출처=애플

애플이 수 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OS의 핵심은 그 자체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홈 화면의 사용자 맞춤화 개선과 앱 클립(App Clips) 기능이 눈길을 끈다.

iOS 14는 스마트 스택을 통해 사용자의 시간·위치·활동 등 정보를 토대로 적절한 위젯을 표시할 수 있다. 사용자는 위젯을 어느 홈 화면에서든 다양한 크기로 배치할 수 있으며, 업무·여행·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 사용자의 관심 분야에 맞춰 설정된 위젯이 나타난다.

끝 페이지에 새로 생긴 앱 보관함(App Library)은 애플리케이션들을 자동 정리하는 기능으로, 어쩐지 안드로이드를 떠올리게 한다. 자주 쓰는 앱 위주로 표시되고, 나머지 앱은 탐색 기능을 통해 실행할 수 있다.

앱 클립(App Clips)은 없는 앱도 있는 것처럼 실행할 수 있는 기능으로, 필요한 순간 탐색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특정 제품이나 비즈니스 등과 연계돼, 애플페이·NFC·QR코드 등을 태그하면 스쿠터 대여·커피 구입·주차요금 내기 등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메시지 및 사파리(Safari)에서 실행 가능하며, 모든 앱에서 높은 수준의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가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화면 속 화면(Picture-in-Picture)의 지원으로 사용자는 다른 앱을 이용하는 동시에 동영상을 찍거나 전화 및 페이스타임(Face Time)으로 통화할 수 있다.

지도 앱은 자전거용 길과 전기차 경로 등을 맞춤 안내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자전거용 길 찾기에 오르막길과 계단 존재 여부 및 거리 혼잡도 등이 고려되고, 전기차 경로에는 차량 충전도 및 충전기 유형에 따라 충전소가 추가된다.

올해부터 아이폰이나 애플워치을 '디지털 차키'(Car Keys)로 사용할 수 있다. NFC를 통해 차량의 시동을 걸 수 있으며, 메시지를 통해 다른 사용자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기기를 분실한 경우 아이클라우드(iCloud)로 비활성화 하면 된다.

이 외 한국어 포함 11개 언어를 번역하는 앱도 지원된다.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음성 또는 텍스트의 번역은 온디바이스 모드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경험할 수 있다.

한편, 개인정보 보호 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모든 앱은 개인정보 접근에 앞서 사용자의 동의를 얻고, 올해 말부터 앱스토어(App Store) 제품 페이지의 개인정보 보호 관행 약관이 보다 간략하고 이해가 쉽도록 표기될 예정이다. 또 사용자는 기존 계정을 애플 로그인을 통해 업그레이드 할 수 있고, 앱이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가 아닌 대략적인 위치에만 접근하도록 허락할 수 있다.


 아이패드OS 14, 손글씨-텍스트 자유자재 변환…물아일체인가


▲ 아이패드OS 14. 출처=애플

아이패드의 OS도 '간결한 디자인'에 역점을 두고 바뀌었다. 사용자가 진행 중인 작업에 집중하도록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전화와 페이스타임은 화면 전체가 아닌 간단한 배너로 나타나게 된다. 또 시리는 사용자 요청 중에도 화면 하단에 표시돼 기존의 화면 상 정보를 끊김 없이 참고할 수 있다. 다른 앱을 실행하거나 음악을 실행하면 바로 사라진다.

검색 기능이 새롭게 구축돼 앱 실행부터 연락처와 파일은 물론, 인물·장소 등에 대한 흔하고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까지 신속하게 찾을 수 있다. 검색 또한 실행 중인 앱을 나갈 필요 없이 동시에 진행 가능하다.

사진·파일·메모·캘린더·애플뮤직 등 여러 앱들의 제어 기능이 한 곳으로 결합된 사이드바와 툴바가 새로 추가됐다.

▲ 아이패드OS 14에서 스크리블 기능을 통해 손글씨를 편집하는 모습. 출처=애플

애플펜슬(Apple Pencil)의 '스크리블' 기능이 지원된다. 어떤 텍스트 창에 쓴 손글씨도 타이핑 된 텍스트로 자동 변환돼, 사용자의 메시지와 검색 작업이 더 편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화번호·날짜·주소도 인식돼 손글씨로 입력한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캘린더에 이벤트를 직접 추가할 수 있다. 스크리블은 영어와 중국어 번체·간체 등을 지원하며, 사용자는 언어 전환 없이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적을 수 있다.

한편 기기는 손글씨와 그림을 구분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는 손글씨 텍스트를 다른 문서에 타이핑된 텍스트로 붙여 넣는 등 편집 기능을 쉽게 수행할 수 있다. 도형 인식도 가능해졌다. 모든 손글씨의 텍스트 변환은 기기 상에서만 실행되므로 보안이 유지된다는 전언이다.

▲ 아이패드OS 14에서 스크리블 기능을 통해 주소를 손글씨로 입력하는 모습. 출처=애플

 워치OS 7, 강력해진 개인화+웰빙 인사이트 제시


▲ 워치OS 7. 출처=애플

새로운 워치OS는 '개인화' 역량에 초점을 뒀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건강 및 피트니스 관련 기능을 도입해 '웰빙'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애플워치의 중심 경험으로 꼽히는 시계 페이스를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커스텀 할 수 있으며, 이를 메시지와 메일 등으로 공유할 수 있다. 또 즐겨찾는 앱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초정밀 크로노그래프 프로 페이스에는 속도계가, 사진 페이스에는 컬러 필터가 제공된다. 큰 글자 페이스에는 리치 컴플리케이션을 추가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시계 페이스에 앱당 하나 이상의 컴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다. 예시로 Glow Baby 앱은 분유 수유·모유 수유·유축 통계·아기의 낮잠 시간 등 정보들을 추적하는 컴플리케이션들을 여럿 표시할 수 있다.

▲ 워치OS 7에서 초보 부모에 맞춤 설정된 시계 페이스. 출처=애플

수면 추적 기능이 도입됐다. 애플워치는 사용자의 수면 중 호흡을 미세 운동 신호로 감지해 잠에서 깬 시간과 수면 시간 등을 시각화 한다. 홈 앱에 특정 장면을 설정하거나 부드러운 음향을 들려주는 등의 '취침 준비 시간' 기능과 기상을 돕는 세부적 설정도 추가됐다.

이번 OS는 사용자가 손을 씻는 행위를 움직임과 소리로 자동 감지해 적절한 손 씻기 시간인 20초를 타이머로 제시한다. 사용자가 귀가 시 손부터 씻도록 안내하며, 손 씻는 빈도와 시간까지 표시한다. 다행히 이러한 정보는 자동 녹음·저장 되지 않는다.

애플워치에서 인기 높은 앱 가운데 하나인 운동 앱에는 새로운 코어 트레이닝·댄스·기능성 근력 강화 운동·마무리 운동 등 4가지 운동 유형이 추가됐다.

한편 이제 애플워치를 통해서도 언어 번역이 가능하며, 자전거를 탈 때 손목에서 바로 경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가파른 오르막길이 없는 길이나 최단 거리 등을 선택해 안내 받을 수 있다고 애플 측이 전했다.


 맥OS 빅서(Big Sur), '널찍'한 디자인에 대규모 업데이트 된 사파리


▲ 맥OS 빅서(Big Sur). 출처=애플

맥OS 빅서는 사용자의 사용 편의성을 제고한 OS인 동시에, 약 10년 만에 대대적 규모로 업데이트한 디자인과 사파리가 도입됐다. 우선 디자인 측면에서 보다 "널찍"해져 사용자의 탐색 및 컨트롤 영역을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사파리는 2003년 첫 출시된 이후 최대 규모로 업데이트 됐다.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엔진으로 브라우저의 속도와 배터리 수명을 개선했다. 즐겨 찾는 웹사이트의 경우, 구글 크롬보다 평균 50% 더 빠르게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탭 또한 이에 맞춰 새로 설계됐다. 더 많은 탭이 열리며, 열린 탭은 즐겨찾기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탭 위에 커서를 올려두기만 해도 페당 페이지의 미리 보기가 제공된다.

사파리 웹 브라우징의 개인화도 확대돼, 사용자는 새로운 시작 페이지를 배경 이미지와 읽기 목록, 아이클라우드 탭 등의 섹션으로 커스텀 할 수 있다. 또 사파리에 번역 기능이 내장돼 클릭 한 번으로 웹페이지 전체를 7개 언어로 번역 가능하다.

한편 애플 측은 "맥OS 빅서에 엑스코드12(Xcode 12)와 스위프트UI(Swift) 등 최고 수준의 (맥OS 앱) 개발자 도구가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 맥OS 빅서(Big Sur)에서 사파리(Safari) 시작 페이지의 배경 이미지와 콘텐츠 섹션 환경이 맞춤 설정된 모습. 출처=애플

이번에 공개된 OS 및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들은 올 가을 아이폰 6S 및 후속 모델 출시 전후로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개발자 프리뷰는 이날부터 애플의 개발자 회원 대상으로 배포되며, 일반 베타 프로그램은 다음 달부터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