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이 무료 온라인 상점 개설 서비스 ‘페이스북 샵스(Shops)’를 국내에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5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한국을 포함한 총 8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로 확대 출시한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 파급력을 두고 업계에서는 설왕설래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 결제 인프라와 강력한 유인 효과가 없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이 부딪치고 있다.

페이스북 샵스의 5개 장점과 5개 단점을 살펴보는 한편, 이후의 큰 그림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 페이스북 샵스. 출처=갈무리

샵스는 무엇인가
소상공인을 비롯한 모든 기업은 페이스북 샵스를 통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상에서 무료로 각자의 디지털 상점인 ‘샵(Shop)’을 개설하고, 자사의 제품을 직접 홍보 및 판매할 수 있다. 각 제품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판촉 효과를 높이는 컬렉션 만들기 기능과 브랜드 색상과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인터페이스 디자인 기능도 이용 가능하며 판매자는 자체적인 데이터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개설한 샵은 인스타그램과도 바로 연동된다.

고객은 모바일 앱에서 원하는 브랜드의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접속 후 ‘샵 보기’를 클릭하면, 판매자가 등록한 제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큰 틀에서 페이스북 샵스는 기존 국내 이커머스 방식과 비슷하다. 다만 자체 결제 인프라, 배송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은 약점이다. 여기에 판매자와 페이스북의 연결고리가 희박하며, 주로 광고적 측면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입점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 페이스북 샵스. 출처=갈무리

강점. 많은 이용자와 인플루언서 마케팅, 수수료 無, 대의명분, 글로벌
페이스북 샵스의 강점은 크게 '많은 이용자와 인플루언서 마케팅 트렌드, 수수료 없음과 대의명분, 그리고 글로벌 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나하나 분절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4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잠재적 고객군이라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폐쇄적이면서 세밀한 연결의 슈퍼앱을 지향하는 페이스북은 최근 커뮤니티 중심의 플랫폼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북 샵스는 4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단숨에 휘어잡을 수 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할 수 있고, 이를 판매의 볼륨으로 끌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최근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대세로 부상한 점도 고무적이다. 셀럽을 중심으로 마케팅과 판매를 연동하는 인플루언서 시스템이 최근 이커머스의 트렌드로 부상하는 장면과, 이를 활용하는 플랫폼의 능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통적인 오픈마켓의 경우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위력은 제한적이다. 다양한 외부 플랫폼을 통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단행하는 장면은 보이지만, 자체 플랫폼 내부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판매를 정체성으로 둔 쿠팡과 같은 기업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사각지대로 볼 수 있다.

포털 중심의, 이커머스가 본질이 아닌 ICT 플랫폼은 약간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생활밀착형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하며 이커머스를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집중하는 상황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지점은 네이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방식이다. 네이버는 지난 2월 특정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창작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창작자 중심 검색 서비스인 ‘인플루언서 검색’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서비스에서는 기존의 비공개 시범 서비스 기간에 진행했던 뷰티, 여행 뿐 아니라 리빙, 푸드, 게임, 패션, 스포츠, 자동차, 육아, 반려동물 등 총 10개의 카테고리로 확장됐으며 키워드 챌린지의 참여 키워드도 1000개로 증가했다.

▲ 출처=네이버

판매, 즉 이커머스가 본질이 아닌 ICT 플랫폼의 입장에서 포털을 키운 핵심 역량인 '검색'을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이입하는 순간이다. 

정리하자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대세로 부상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판매 중심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자체 플랫폼에서 관련 전략을 전개하기 어렵지만 네이버와 같은 ICT 플랫폼에 기반을 둔 플랫폼들은 다소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네이버는 그 연장선에서 포털의 주특기인 검색 인프라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붙이며 이색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을 키우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페이스북 샵스는 그 영역을 더욱 강렬하게 펼칠 수 있다. 전통적인 판매 기반의 이커머스도 아니며, 포털 중심의 ICT 플랫폼 사업자가 이커머스에 진출한 것이 아닌 말 그대로 SNS 기반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들 자체가 판매나 구입을 위해 모여든 것이 아니라 소통을 위해 몰려든 상태다. 이용자들은 본인의 일상을 보여주거나 타인의 일상을 즐기면서 플랫폼을 성장시켰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태동시킨 근원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페이스북 샵스는 SNS를 기반으로 하기에 인플루언서 마케팅 트렌드에 부합되며, 심지어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을 통해 그 역량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입점 및 판매 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가동하는 방식이며, 시장 진입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다소 희석된 장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대부분이 입점 및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역시 강점으로 분류할 수 있다.

페이스북 샵스의 대의명분도 훌륭하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배달앱 플랫폼 수수료 등이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입점 및 판매 수수료가 없는 상황에서 골목상권 보호 및 상생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대의명분은 그 자체로 훌륭한 프레임이라는 분석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페이스북 샵스를 오픈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붐이 일어나고 있으며, 여기에 착안해 생각보다 빠르게 서비스를 시작했다”면서 “단순하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중소기업 매출의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국내 소상공인 및 스타트업 전반과 상생의 이미지를 공격적으로 구축한 곳이기도 하다. 당장 23일 페이스북은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인스타그램 활용법을 교육하는 ‘부스트 위드 페이스북 2020(Boost with Facebook)’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디지털 역량 교육 프로그램이며 특히 인스타그램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 출처=페이스북

페이스북코리아 정기현 대표는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중소 규모 비즈니스들의 타격에 통감한다”라며, “이번 ‘부스트 위드 페이스북’ 프로그램이 지역 중소상공인분들이 어려운 시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회복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상생의 이미지를 구축해오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페이스북 샵스의 시장 진입 순간에도 훌륭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페이스북 샵스의 글로벌 전략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외부의 파이프 라인 전략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특정 지역에 진출할 경우 현지의 콘텐츠 시장에 투자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 콘텐츠를 자사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연결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미끼전략을 구사하는 편이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제작사가 당장의 이익보다는, 텟플릭스의 글로벌 파이프 라인을 타고 해외 시장에 진출해 더 큰 수익을 꿈꾸는 선순환 구조다.

페이스북 샵스도 동일하다. 13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의 글로벌 파이프 라인이 탄탄한 상황에서, 국내의 판매자들에게 글로벌 시장을 열어준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페이스북 샵스에는 쇼피파이, 빅커머스 등 다수의 해외 파트너와 더불어 한국에서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가 참여했다. 카페24는 온라인 쇼핑몰 개설과 운영 과정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과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글로벌 이커머스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범기업적 차원에서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며, "카페24와 페이스북 간 협력이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보다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출처=갈무리

단점. 결제 및 배송 無, 고객 매력 낮고 연결고리 희박, 고객의 피로감
페이스북 샵스의 단점도 선명하다.

먼저 자체 결제 인프라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대부분의 경쟁자들이 보유하는 강점을 페이스북 샵스만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킬레스건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결제 인프라는 생활밀착형, 라이프스타일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장치다. 다양한 생활밀착형 도구들이 존재하지만 '돈과 소비'는 그 중에서도 가장 내밀하고 중요한 생활밀착형 도구들이며, 페이스북 샵스는 이를 지원하지 못한다.

배송 인프라도 없다. 이커머스의 강점 중 하나가 라스트마일 사용자 경험이며, 특히 배송은 가장 중요한 라스트마일의 핵심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현상이다.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며 연결의 풀필먼트 전략을 구사하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지난 4월 19일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의 상품을 고객에게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하면 기존보다 훨씬 늦은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은 허브터미널 외에도 전국 170여개의 지역 터미널까지 자동화를 완료, 택배 전 과정 자동분류를 구현해 택배기사의 배송출발이 이르면 오전 10시 정도로 빠르다. 늦어도 24시간 내 대부분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곤지암 메가허브는 3개 층의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갖추고 있어 확장성이 풍부해 입점업체의 대규모 할인행사로 인한 물량급증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가 CJ대한통운 풀필먼트와 만나며 ‘배송 경쟁력 강화’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순간이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네이버의 이러한 행보 자체가 이커머스의 중요한 동력 중 하나가 바로 배송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샵스는 이 지점에서 아직 인프라 자체가 없다.

자체 결제 플랫폼이 없고 배송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페이스북 샵스에 진입할 동기도 사라진다. 클릭 한 번이면 배송까지, 심지어 새벽과 익일 배송까지 완료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득실거리는 가운데 페이스북 샵스를 굳이 택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페이스북 샵스가 자체 결제 플랫폼이 없고 배송도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판매를 일으킬 요인이 부족해진다. 페이스북 샵스와 판매자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순간이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페이스북 샵스가 판매자들에게 일종의 광고 플랫폼으로 작동되며 제한적인 활동만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객의 피로감도 뇌관이다. 페이스북 샵스를 통해 고객들이 당장 상업적인 피로감을 호소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지금의 페이스북 전략이 탄력을 받는다면 고객의 피로감과 관련된 불만도 나올 수 있다.

▲ 출처=페이스북

찻잔 속 태풍? 아니다
페이스북 샵스의 강점과 단점은 뚜렷한 편이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페이스북의 디지털 금융 전반의 로드맵이 안착한다는 전제로 페이스북 샵스는 찻잔 속 태풍이 아니라 실제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페이스북 샵스는 현재 국내에서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지 않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앱내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배송 인프라는 네이버처럼 외부의 풀필먼트 플랫폼과 결합할 소지도 있다. 그런 이유로 결제 인프라와 배송 인프라의 부재는 장기적 관점에서 페이스북 샵스의 불안요소가 아니다.

페이스북의 디지털 금융 전략 자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의 데이비드 마커스는 5월 26일(현지시간) 디지털 금융 전문 자회사인 노비 파이낸셜(Novi Financial)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노비라는 단어는 새로움을 뜻하는 라틴어 노버스(novus)와 길을 의미하는 바이아(via)에서 차용했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의 디지털 자산 프로젝트인 리브라가 발표된 후 칼리브라라는 이름의 지갑 서비스까지 나온 가운데 칼리브라의 명칭을 노비로 변경,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선다는 각오다.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등을 적극 동원해 플랫폼 내부에서 디지털 금융의 큰 그림을 그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당장의 이커머스 시장의 추이가 아닌, 페이스북이 이미 가동하고 있는 디지털 금융 전략이 이커머스와 접점을 찾는 순간 파괴적인 플랫폼 존재감이 배가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샵스를 통해 기존의 이커머스 전략이 아닌, 데이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페이스북 샵스가 발표된 후 마크 저커버그 CEO는 “광고를 통해 서로 경쟁하면서 데이터가 구축될 것”이라며 “판매자들은 무료로 참여하고, 광고에 더 많이 입찰하면 페이스북도 많은 돈을 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아마존처럼 당장의 판매보다, 데이터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커뮤니티 기반의 슈퍼앱을 추구하는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샵스를 통해 데이터를 노리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인터뷰에서 “판매에 중심을 둔 아마존의 방식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본적으로는 다른 이커머스와의 협력이 기본”이라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파이프 라인 전략이 지원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는 장기적인 관점이고,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슈퍼앱 전략과 디지털 금융 로드맵은 물론 데이터 중심 전략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구글도 연내 국내에 구글쇼핑을 출시하는 한편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속속 들어오는 가운데, 판이 요동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