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9일 기준 최근 1년간 BDI 추이. 출처=블룸버그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 이후 추락했던 발틱운임지수(BDI)가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하며 해운업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유가와 맞물리면서 벌크선사들의 실적 반등에 기회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BDI, 코로나19 전 수준 회복… 中 대규모 투자·브라질 철광석 수출 재개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벌크 해운업 시황을 나타내는 BDI는 19일(현지시간) 1555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 수준으로, 이달 1일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등 세계 무역이 위축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던 BDI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3일 1606포인트까지 올랐던 BDI는 올 1분기 비수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지난 2월, 4년만의 최저 수준인 411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이후 지난 4월 20일 757포인트까지 올랐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 13일 다시 39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금번 반등으로 코로나19 이전수준까지 단번에 회복하게 됐다. 

BDI의 급등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케이프운임지수(BCI) 폭등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1일 82포인트였던 BCI는 17일 기준 2455포인트로 보름 만에 2894%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할 예정인데다, 브라질이 철광석 수출 재개에 나선데 따른 결과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택했다. 그 결과 지난 5 월 21~22 일 열린 양회에서 중앙정부가 1조위안의 특별국채를 발행해 경기를 부양하기로 했다.  또한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용 특수목적채권 발행액도 3조7500억위안으로, 작년보다 1조6000억위안 늘릴 계획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철광석 재고는 지난해 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철광석 항구재고는 2016년 말 수준으로 급락해있다. 

브라질의 철광석 수송 차질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은 호주에 이은 세계 두 번째 철광석 수출국가다. 그러나 코로나19와 1분기 남동부를 중심으로 한 기록적인 호우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실제 글로벌 에너지 정보 제공 업체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1~5월 브라질 철광석 출하량은 호우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17일부터 철광석 수출을 재개한 상태다. 

이 밖에 노후선 해체도 운임 반등의 요소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지체됐던 노후선 폐선이 속도를 내면서다. 올 들어 국제해사시구(IMO)의 황산화물 규제로 해운사들의 노후선 처분 요구는 늘어났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입국금지, 셧다운 등으로 해체작업이 지연된 바 있다.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공급이 줄면서 운임 상승을 불러왔다. 

▲ 출처=SM상선

BDI 상승세 당분간 지속 전망… 코로나19·미중 무역갈등은 변수

업계에서는 당분간 운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라질과 중국 간 철광석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용선료와 운임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브라질 철광석 운임은 톤당 19.28달러로 상승했고, 중국~호주 운임 또한 톤당 7.75달러로 올라 지난해 12월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해운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저유가 기조와 맞물리면서 벌크선사들의 수익성 제고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패트로넷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39.75달러로 집계됐다. 4월 배럴당 16.70달러, 5월 28.53달러와 비교하면 상승세이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의 가격이다. 지난해 4월과 5월 WTI는 각각 63.87달러, 60.87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저유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도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국제유가는 당분간 코로나19 확산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 재고 누적 등 요인 때문이다. 

연료비 부담이 높은 해운업계에 저유가는 반가운 소식이다. 통상 해운사 운송비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에 달한다. 유가는 예년보다 낮지만 운임은 지난해 수준까지 회복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다만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과 미·중 무역갈등 등 변수가 뇌관으로 남아있어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브라질은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으며 정부가 외국인 입국 규제 조치를 연장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화물 운송의 경우 입국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철광석 생산에는 또 다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하는 경우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는 지난해에도 미·중 무역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간 물동량은 전년대비 줄어들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중국의 경기부양책과 유럽, 미국의 단계적인 경제 재개 등과 폐선 가속화가 예상돼 상황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을 예의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