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무너지는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실업률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밝혔기 때문입니다. 근거는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고용동향입니다. 이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실업률은 4월 대비 1.4%포인트 감소한 13.3%로 확인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웃게 만든 미국 실업률 수치는 그러나 단 하루 만에 대반전을 맞습니다. BLS가 '일시적 실업자’로 분류했어야 하는 노동자 중 일부를 취업자에 속하는 ‘다른 이유로 직장 결근’이라는 항목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BLS는 즉각 오류를 수정했고, 전문가들은 5월 미국 실업률이 실제로는 16.3%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통계의 오류를 보여주는 명징한 사례입니다.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데이터, 그리고 데이터의 정체성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됩니다. 쉽게 말해 '통계작업을 하려면 데이터를 제대로 파악하자'는 교훈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티빙이 웨이브를 눌렀다?
국내 OTT 시장이 격변기를 맞이한 가운데, 19일 닐슨코리안클릭이 의미심장한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OTT별 통합순이용자수를 집계하며 5월 기준 넷플릭스가 736만명을 기록했고 티빙은 395만명을 확보한 가운데 웨이브가 394만명에 그쳤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가 700만 이용자를 기록한 가운데, 티빙이 1만명이라는 근소한 수치지만 SK텔레콤과 지상파3사의 연합 플랫폼인 웨이브를 눌렀다는 점이 화제가 됐습니다. JTBC '부부의 세계' 저력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한편 CJ ENM과 JTBC의 만남이 무시무시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사실일까요?

▲ 출처=갈무리

"등..아, 아니 데이터를 보자"
닐슨코리아의 데이터를 보면 5월 기준 OTT 통합순이용자수는 티빙이 3,947,950명이고 웨이브는 3,939,338명입니다. 티빙이 웨이브를 추월한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데이터의 성격입니다. 특히 통합순이용자는 'OTT PC+모바일 이용자'를 의미하는데 과연 이 데이터가 OTT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어떨까요?

결과적으로 닐슨코리아의 OTT 통합순이용자수가 실제 OTT 이용빈도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앱 데이터(안드로이드, iOS)의 경우 OTT 앱을 이용한 사람에 한정되지만, 웹사이트 접속자는 OTT 이용의사 없이 단순 정보검색을 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와 같은 플랫폼들은 각 OTT 웹사이트(PC, 모바일)에서 순수 OTT 서비스만 제공하는 반면, 티빙의 경우 CJ E&M의 각 방송채널 홈페이지 역할을 하고 있어 유입범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무슨 뜻이냐. OTT통합순이용자수에서 모바일 이용자는 OTT의 현재 컨디션을 의미하는 것이 맞지만, PC 이용자 데이터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티빙의 OTT 통합순이용자수에는 채널정보를 검색, 프로그램 정보 확인의 경우에도 모두 OTT '티빙' 이용자수로 합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입니다. 만약 제가 티빙을 이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단순히 좋아해 PC에서 '삼시세끼'를 검색할 경우, 티빙 사이트로 이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티빙에서 '삼시세끼'를 시청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보를 확보하고 싶어 PC에서 검색해 관련 콘텐츠를 보려고 했는데 아뿔싸. 티빙은 이 트래픽까지 OTT 통합순이용자수에 넣어버리는 겁니다. 여담이지만 티빙의 경우 전체 OTT 통합순이용자수 중 웹 이용자 비율은 무려 40%입니다.

물론 '이유야 어찌되었건 PC로 티빙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OTT의 컨디션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 출처=갈무리

앱 데이터는?
그렇다면 OTT의 실제 컨디션을 알 수 있는 모바일 데이터는 어떨까요?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앱 이용자 수는 5월 기준 넷플릭스 6,380,695명 웨이브 3,468,090명 티빙 2,542,501명으로 집계됩니다. 이 데이터가 현재 OTT의 진짜 컨디션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참고로 아이지에이웍스의 5월 OTT 순이용자수를 집계하면, 넷플릭스가 4,790,459명이고 웨이브가 2,956,987명이며 다크호스인 유플러스 모바일이 1,927,641명입니다. 티빙은 1,492,339명이고 KT의 시즌이 1,449,484명입니다. 넷플릭스가 독보적인 1강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웨이브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유플러스 모바일이 웨이브와 살짝 떨어진 상황에서 역시 힘겹게 달리고 있네요. 티빙은 시즌과 4위 자리를 두고 싸우고 있습니다.

▲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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