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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또 다시 검찰의 칼날 위에 서다

지난 9일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으로 청구되었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주 또 다시 검찰의 심판을 받게 된다. 오는 26일 대검찰청은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과 관련하여 이 부회장 측의 요청에 따라 이 부회장을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 검찰수사심의위원회란 무엇인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하여 공소제기를 할지, 불기소 처분을 할지 여부 등을 검찰이 아닌 비법률가가 심의·의결한다는 점에서 검찰판 ‘국민참여재판’이라 할 수 있다(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이하 ‘지침’ 제3조). 특별한 결격사유를 갖지 않는 한 ‘전 국민’이 배심원 후보가 되는 국민참여재판과 달리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정당에 가입하지도 않은,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로부터 추천받은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한다는 것 정도가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지침 제4조). 다만, 이 경우에도 미리 작성된 명단 중 15인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뽑게 되고 후보자가 심의·의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서 회피·기피의 방법으로 걸러내게 되어 검찰이 아닌 국민의 법감정에 최대한 근접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국민참여재판과 다르지 않다(지침 제10조, 제11조).

-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둘러싼 검찰과 이 부회장 간의 득실은?

사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제도다. 우선은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 불과 2018년 1월로 도입된 역사 자체가 짧고, 이러한 제도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수사과정에서 검찰에 대한 절대적 열세에 놓인 피의자로서는 ‘감히’ 검찰의 기소권에 맞서 검찰수사심의원회의 심의·의결을 받아보자고 먼저 제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피의자가 이 부회장이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래서 그 자체가 특권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반대로 이는 이 부회장이 현재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이미 1년의 징역형을 살아 본 이 부회장으로서는 검찰이 기소의 ‘성역’ 따위는 두지 않으며, 검찰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이라는 극약을 스스로 삼킨 것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 여론전을 해서라도 기소만큼은 피하겠다는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 자신이 기소될 경우 삼성전자,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운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검찰이 기소하는 데 부담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내용에 따라 부담이 될 수도, 오히려 부담을 덜 수도 있는 유동적 상황이다. 만약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내용도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면 검찰 입장에서는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면서도 기소하겠다는 본연의 의중을 관철시킬 수 있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심의·의결의 내용이 부회장을 불기소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라면 검찰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국민참여재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역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하나의 참고자료에 불과하여 주임검사는 이를 존중하는 것으로 족하고 이에 반하는 처분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지만(지침 제19조), 국민의 법감정이 투영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의결에 반하여 기소를 하기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을 한 직후 기습적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하였는데, 이러한 결정에는 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 26일 소집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어떻게 운영되나?

26일 소집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10명 이상의 심의위원으로 구성된 ‘현안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운영이 되는데,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원칙적으로 A4 30쪽이 넘지 않는 의견서로 심의위원들을 설득하게 된다(지침 제13조). 이후 주임검사와 이 부회장 측은 각 30분 이내에서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의견을 개진하고, 공통적으로 허용된 질의시간 내에 위원들이 주임검사와 히 부회장 측에 질의할 수도 있다(지침 제14조). 다만, 심의는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비공개 진행하며(지침 제15조), 심의의견서 사본에는 위원의 이름을 가리거나(제17조), 심의의견 공개여부, 공개시기, 공개방법 등도 자율적으로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 위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변이 노출되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익명성’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가 심의·의결 결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6.22  14: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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