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부활절에 유럽에서 코로나가 제일 극성이었던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에서 아주 특별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테너이자 맹인인 안드레아 보첼리의 공연이었습니다.

텅 빈 성당과 성당 밖에서 오르간 반주에 맞추어

생명의 양식, 아베 마리아,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을 불렀습니다.

성당 안에서 공연 때는 밀라노 시내 모습을,

성당 밖 광장에서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는

파리, 런던, 뉴욕의 거리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나 같이 텅 빈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로 어느 정도는 채워졌겠습니다만,

당시 사람들 하나 없는 그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코로나에 걸렸던 그가 홀쭉해진 모습으로 무대에 선 게

마치 ‘이렇게 사람이 없어야 사태가 종식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를

몸으로 말하는 듯해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지난 4월초에 바티칸의 베드로 광장에서 있었던

프란체스코 교황의 기도도 생각납니다.

짙은 어둠이 광장과 거리를, 도시를 뒤덮은 현재를 말하면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모습이었습니다.

당시도 비가 그쳐 젖어보였던 텅 빈 베드로 광장이 휭 하니 드러났습니다.

여전히 전 지구적으로 하루 코로나 환자 발생수가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함께 어울려 살았던 우리가 이렇게 전염병이 지속되면 어떻게 살아낼지,

홀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생각이 머뭅니다. 그해법이 여전히 쉬워 보이지가 않습니다.

우리들이 태어날 때 처음 받은 마음과 몸의 자세처럼 단순하고 소박하게 돌아가면 어떨까요?

그래도 그쪽으로 움직이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광장서 홀로 기도를 올린 프란체스코 교황의

마음과 몸의 자세가 단서를 주는 듯합니다.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독일서 공부했던 그가 고국을 향한 향수가 일 때,

고국 가는 비행기가 출발하는 공항에 나가 그 마음을 달랬다고 합니다.

또 현재 그가 사는 방의 모습도 울림을 줍니다.

목제 침대, 조부가 물려준 십자가, 전기난로. 단 세 가지만 방에 들였다지요.

홀로 살아내야 할 시간이 많은 이 시대에

적응을 얘기하며 교황님 걱정은 물론 안 해도 되겠지요?

성직자로서 믿음과 자기 수양, 성찰에 더해

그런 마음과 몸의 자세까지 갖고 있으니 말이죠.

여기서 교황의 믿음은 물론이고, 소박하고, 정직한 마음과 몸의 자세가 내게 크게 다가옵니다.

우리도 마음과 몸을 그런 쪽으로 좀 더 움직이면,

홀로 살아가야 할 몫이 많아진 이 시대를 좀 더 가볍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