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때 100만명 가까운 이용자를 흡수하며 국내 카풀 시장, 아니 모빌리티 시장의 격변을 주도했던 풀러스가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1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카풀을 전면 무상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가 인수한 럭시와 함께 국내 카풀 시대를 선도했던 또 하나의 스타트업이 사업 정리 수순에 돌입했다.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풀러스가 보여줬던 가능성과 의미는 선명하다. 특히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택시와의 협력으로 비싼 콜택시를 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이 새삼 증명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 풀러스 기자회견. 사진=최진홍 기자

풀러스의 파란, 그리고 굴곡
카카오 모빌리티가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인 2016년 5월 풀러스가 판교를 중심으로 시동을 걸었다. 2016년 7월 11일부터 본격적인 카풀 서비스를 시도한 가운데 쏘카 창업주로 잘 알려진 당시 김지만 대표는 “92%의 차량이 주차장에 있고, 나홀로 차량이 86%에 달하는 상황에서 카풀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자는 것이 풀러스의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문제는 법적 리스크였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자동차"라 한다)를 유상(자동차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규정으로 되어있다. 풀러스는 이에 착안해 출퇴근 시간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했으며, 이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게 됐다.

2016년 12월 22일 택시업계가 풀러스를 두고 불법이라고 지적하며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요청한 사태가 벌어지기는 했으나, 풀러스는 법령의 모호함을 파고들며 나름의 가능성 타진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풀러스의 불안하면서도 안정적인 행보는 2017년 6월 22일 크게 출렁였다. 2017년 3월 설립한 ‘풀러스 교통문화연구소’의 첫 프로젝트로 출퇴근 시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하며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대인의 출퇴근 시간은 특정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함을 보이기 때문에, 카풀의 유상운송 범위도 그에 맞춰 넓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당시 연구소는 조사회사 한국갤럽과 함께 2017년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만 19세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 1151명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과 장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근로자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32.5%는 통상의 출퇴근 패턴인 ‘주 5일, 하루 8시간’에서 벗어난 비정형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5명 중 1명은 주말에도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풀러스의 교통연구소 자료. 출처=풀러스

택시업계는 즉각 강공모드로 나섰다. 당장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하기위해 김수민 의원실이 2017년 11월 20일 토론회를 마련하자, 택시기사들이 집단으로 난입해 토론회를 파행시켰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2017년 12월 21일과 22일 여는 '규제 제도혁신 해커톤'을 통해 관련 논의를 시도하자 이 역시 택시업계는 불참을 선언했다. 국토부, 서울시 토론회도 모두 보이콧한 상태에서 '묻지마 강경투쟁'에 나선 셈이다. 택시업계와 카풀 등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의 충돌이다.

논란은 카카오 모빌리티가 또 다른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며 더욱 커졌다. 2018년 3월 30일 당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 카풀을 배제하기 위한 택시기사들의 여론을 결집시키며 충돌은 강대강 대치로 이어졌다. 택시 4개 단체는 2018년 8월 21일 대표자 회의를 열어 카풀 서비스 합법화를 저지하기 위한 비대위까지 꾸렸다. 2018년 10월 18일 택시업계는 서울 광화문에서 파업과 함께 대형 집회를 열며 카풀 업계 전체를 정조준했다.

▲ 출처=풀러스

그 동안에도 풀러스는 본연의 길을 구축해 나갔다. 풀러스는 서영우 대표 체제를 맞아 2.0 시대를 선언했으며 다수의 모빌리티 기업들이 대거 나타났다. 그러나 2018년 12월 10일택시기사 최 모씨가 카카오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며 모든 논의의 시계는 멈췄다.

2019년 1월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택시 서비스 고급화 및 택시 수익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고, 2019년 3월 7일 카풀의 제한적 운행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성명이 발표됐다. 이를 기점으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사실상 카풀 서비스를 포기했고, 풀러스를 비롯한 카풀 서비스들도 큰 타격을 받는다.

이후 쏘카 VCNC의 타다를 둘러싼 모빌리티 전쟁 2라운드가 벌어진 가운데, 풀러스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였다. 2019년 2월 풀러스는 연결비, 여정비 없이 0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무상카풀 카드까지 던지며 고군분투했으나 이미 택시업계의 뜻대로 기울어진 시장의 판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VCNC마저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휘말리며 좌초되고, 풀러스는 새로운 플랫폼 택시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3월 서영우 풀러스 대표와 소속 운전사 24명를 대상으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해 버렸다. 그리고 풀러스는 지난 19일 결국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서 대표는 이미 물러난 상태다.

▲ 카풀반대 토론회. 사진=최진홍 기자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
택시업계가 풀러스를 때리고, 카카오를 때리고, VCNC를 때렸다. 정부는 도장깨기에 나서는 택시업계를 적극 지원했고 그 결과 VCNC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종료됐고 이제는 카풀의 풀러스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크고 유연한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의 협력으로 플랫폼 택시의 큰 꿈을 꿀 수 있었지만, 볼륨이 작은 타다와 풀러스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꿈이다.

풀러스의 종말이 업계에서 더욱 안타까운 역사로 남는 이유다. 정부의 택시사랑에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와의 협력, 나아가 택시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무조건 사업을 전개할 수 없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는데다 더 이상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설 자리는 좁아지는 수준을 넘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시장에 다양성이 사라지고 새로운 시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불길한 시그널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여전히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쏘카, 그리고 택시업이 본류인 KST모빌리티, 반반택시와 같은 이색적인 플랫폼들이 아직 시장에 남아 남은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나 이제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다양성과 신선함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모빌리티 전쟁의 시작이자 카풀 전쟁의 시작을 알렸던 풀러스의 행보가 비록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느슨한 계획속에서 움직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으나, 그 반동으로 풀러스의 종말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맛보는 것은 지나친 처사이자 시장 전체의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