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들.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항공사들이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 앞서 속속들이 노선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객 수요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기대감은 요원하다.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의 현금 곳간이 바닥나는 3분기 ‘어닝쇼크 도미노’가 현실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사, 성수기에 노선 재개·확장 동분서주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저 마다의 전략으로 성수기에 대비에 나서고 있다. 풀서비스캐리어(FSC) 항공사들은 국제선으로, 저비용항공사(LCC)는 국내선으로 활로를 뚫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내달부터 미국 댈러스와 오스트리아 빈 노선의 운항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미국·유럽 노선의 운항 횟수도 이달보다 늘릴 예정이다.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노선 운항도 늘리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내달 1일부터 인천~오사카 노선을 주 3회 운항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해당 노선은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 강화 이후 운항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내달 말부터는 매일 운항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영국 런던(주2회), 프랑스 파리(주 1회), 터키 이스탄불(주 1회) 등 유럽 노선의 재운항도 검토중이다. 아울러 홍콩과 베트남 호치민·하노이, 태국 방콕, 미국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노선 운항은 이달보다 주 1∼2회 늘린다는 구상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국제선이 아닌 국내선 확대에 집중한다. 코로나19로 국제선의 90% 이상 막힌 상황에서 휴가철 국내 여행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신규노선 운항과 기존 노선의 운항의 편수를 확대하는 식이다. 전통 강호인 제주 외에도 최근에는 여수, 양양 등 노선이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4월 29일부터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에 취항했으며, 진에어도 19일부터 김포~여수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현재는 부정기편이나 정기편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김포~여수 노선은 아시아나항공과 소형항공사 하이에어까지 총 4개 항공사가 운항 중이다. 

양양노선의 경우 티웨이항공이 오는 26일부터 부산~양양, 광주~양양 노선에 취항한다. 7월부터는 제주항공이 부산~양양 노선에, 플라이강원이 김포~양양 노선에 취항한다. 

한 LCC 관계자는 “국내 LCC 역사상 국내선 비중이 지금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며 “코로나19로 국제선이 막히면서 항공사들이 모든 지방 공항을 대상으로 취항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속버스 요금보다 싼 비용으로 국내선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5월 LCC들의 국내선 점유율은 62.8%를 돌파했다. 2016년 56.8%, 2017년 56.8%, 2018년 58.6%, 2019년 57.8% 등 최근 몇 년간 수치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정부 지원도 제한적… 3분기 바닥온다

FSC와 LCC가 각자도생으로 살길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종식되지 않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문제다. 최근 들어 베트남, 중국 등 몇몇 국가의 노선 운항 재개 움직임이 이는 듯 했으나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베트남민간항공국은 외국인 입국제한은 기존조치대로 오는 9월 16일 자정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또한 앞서 외국항공사에 대한 중국 노선 운항 재개를 허용했지만 베이징과 톈진 등에서 잇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기대감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노선이 재개 된다고는 하나 대다수가 교민이나 비즈니스 등의 상용노선과 화물에 한정돼 있어 실제 여객 탑승률은 제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주, 유럽 노선의 평균 탑승률은 30%대 수준에 불과하다. 노선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운항편을 재개한 곳도 적지 않다. 

FSC들의 가뭄에 단비로 꼽혔던 항공화물 운임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화물 운임지수(TAC)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미국 노선 화물운임은 kg당 5.4달러로 집계돼 전주 대비 24.2%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유럽 노선 또한 6.46달러로 18.9% 하락했고, 홍콩~유럽 노선은 4.6달러로 23.8% 떨어졌다. LCC들의 경우 국내선 노선 확장에 따른 출혈경쟁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정부 지원을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산업에 40조원 규모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대한항공만이 유일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인수합병(M&A)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LCC의 경우 상당수 기금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기안기금 지원대상은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인 이상이다. 정부가 다른 정책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할 것이라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지만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성수기는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여객 수요 감소가 시작한 2분기는 물론이고 자금 경색이 본격화한 3분기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항공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국내선에 앞다퉈 취항하면서 국내선 탑승률은 평년의 70~8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본래 매출 내 국내선 비중은 20%에 불과해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분기는 그래도 깎아먹을 현금이 있다. 코로나19 전인 1월 상황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월 말 3월부터 수요 감소가 본격화 한데다 이제는 견딜 체력도 남아있지 않아 3분기가 최악의 실적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