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이사. 출처=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 대표가 경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2014년 취임한 후 6년 간, 독일·일본 등 국적의 수입차 브랜드가 득세한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볼보의 존재감을 키워온 점으로 회사 내부에서 인정받고 있다.

성과는 선명하다. 19일 현재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볼보는 작년 1만570대를 판매했다. 볼보가 1998년 국내 진출한지 22년만에 처음 1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수입차 업체 브랜드 24개 가운데 ‘판매 1만대 클럽’에 속한 브랜드는 볼보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8개 뿐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연 판매량 1만대를 넘는 수입차 브랜드의 시장 입지가 공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1만대 클럽에 입성하기 전 6년 내내 연 판매 목표를 달성하며 볼보 국내 실적을 경신해온 점으로도 주목받는다. 이 대표는 매년 초 보도자료,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연간 판매 목표치를 제시했고 이를 모두 상회한 실제 기록을 냈다.

▲ 출처= 볼보자동차코리아, 업계

이 대표가 보수적인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취임한 해인 2014년 2976대를 판매한 뒤 작년 판매량을 255.2% 늘렸다. 3.6배 가량 늘린 셈이다. 볼보와 동급 시장 포지션을 갖추고 과거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보였던 프랑스 푸조, 일본 인피니티 등 두 브랜드는 2014년 3118대·3505대, 2019년 2777대·2000대씩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 대표가 발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본사와 적극 협력해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만한 신차를 들여온 점이 꼽힌다. 볼보가 2016년 2월 일산 전시장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 간담회에는 볼보 본사의 라스 다니엘손 수석부사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했다.

다니엘손 부사장은 간담회 현장에서 “볼보는 2014년 한국에서 내놓을 만한 신모델을 선보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볼보 성과에 대해 감명 받았다”고 밝혔다.

볼보는 다만 다니엘손 부사장 발언 내용과 달리 2014년 국내 수입차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20종,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 기준)의 신차를 내놓았다. 이 대표는 볼보의 비주류 시장이었던 한국에 라인업을 적극 확장하는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제품들을 젊은 감성으로 마케팅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본사 경영진의 눈에 들었다. 같은 해 11월 볼보 본사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하칸 사무엘손 CEO가 방한해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점도 이 대표의 저력을 방증하는 사례로 지목된다.

이 대표는 40대 젊은 나이로 처음 볼보 수장직을 맡아 볼보 브랜드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음으로써 더 많은 고객들의 수요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1966년생인 이 대표는 48세였던 당시 BMW그룹코리아 상무로 임기를 이어오다 볼보 수장으로 이직했다. 이 대표는 같은 해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였던 정몽구(당시 76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나 세르지오 호샤(당시 55세) 한국지엠 사장보다 어렸고, 브리타 제거(당시 45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과 동년배였다.

이 대표는 젊은 사업 감각을 바탕으로 당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전하지만 구식인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로 각인된 볼보의 정체성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2014년 볼보의 고성능 라인업인 알 디자인(R-Design)을 국내 도입함으로써 볼보 제품의 주행성능과 연료효율, 디자인 등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강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2016년에 개최한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볼보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안전을 넘어 스웨디시 럭셔리로’를 제시했다. 기존 국내 시장에 고착된 볼보 정체성에 대한 혁신 의지를 표방하는 동시에, 북유럽 고급차 브랜드로서 프리미엄 감성과 안전성을 앞세웠다. 볼보의 브랜드 슬로건은 올해 사업 기조에 여전히 반영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는 54세인 올해 현재도 사내 축구 동호회에 속한 임직원들과 함께 운동을 즐기고, 패션 트렌드를 잘 이해하는 등 젊은 감각의 CEO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며 “이 대표의 이 같은 캐릭터는 경영 스타일에도 녹아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시장에 효용을 입증해보인 리더십을 지속 발휘해 볼보 입지를 더욱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볼보는 올해 판매량 목표로 1만2000대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순히 신차물량을 늘리는 등 실적 증대에만 몰두하지 않고, 고객 서비스 인프라 확충에 2017년 발표한 1000억원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시장 장악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볼보 성남 서현전시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스웨덴 본사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과 아시아 내 영향력 등을 감안해 지속 투자하고 있다”며 “볼보는 한국 서비스 품질 저하를 방지하고 차별화한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 이윤모 대표이사가 18일 볼보 성남 서현전시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1500억원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출처= 볼보자동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