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한 LNG선 제공=삼성중공업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이번 달 조선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이슈는 카타르가 100척의 LNG 선박을 국내 조선 3사에 발주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국내 조선주의 주가는 반등과 동시에 급등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9년 에너지 기업 '로열 더치 쉘’은 약 500억달러 규모의 LNG-FPSO 10척을 발주했다. 이후 조선주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10년이 지난 현재 결과적으론 1척, 약 30억 달러 발주만 이루어졌다. 카타르가 이번에 맺은 LNG 선박 발주계약도 기간이 2027년까지며, 터미널 가동 시점도 밀린 만큼 불확실성 크다고 할 수 있다. 너무 빨리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타르 LNG선 100척 계약, 실제 발주 물량 변동 가능"


지난 2일 카타르가 100척의 LNG 운반선 도크(배를 만드는 공간) 계약을 국내 조선 3사와 맺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에 조선주 주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에 빠진 조선업계에 회복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급등했다. 뉴스가 나온 지난 2일 증시에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은 전날보다 18.27% 오른 58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대우조선해양(14.41%)과 현대미포조선(3.32%), 현대중공업지주(1.07%) 등 다른 조선주도 동반 상승했다

한화투자증권 이봉진 연구원은 “지난 2009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선박의 발주가 크게 감소했을 뿐 아니라 계약된 선박도 취소한다는 소식이 연이어 나온던 시기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영국-네덜란드 합작 에너지기업 쉘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LNG-FPSO를 한국에 발주하겠다고 발표했다. 카타르가 발주한 LNG 선박 1척의 가격은 약 1.86억 달러 수준이니, 총 186억달러인 카타르의 계약보다 더 큰 규모였던 셈이다.

문제는 15년의 계약 기간을 설정했던 쉘은, 프로젝트가 시작한 지 10년 넘은 지금 단 1척만 발주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상황이 계약 당시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2009년 당시 mmbtu당 7달러를 웃돌던 LNG 가격은 이후 조금씩 하락해 현재 2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면서 “굳이 대형선박을 이용해 심해에서 LNG를 생산하지 않아도 값싼 LNG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타르의 LNG선 도크 계약도 무조건 낙관만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는 이번 계약에서 선박 척수나 규모가 제시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지난 2004년에도 90척 계약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53척만 계약한 바 있다.

또한 카타르가 발주하겠다는 LNG선은 현재 건설 중인 미국 Golden Pass PJT(27척), 건설 추진 중인 카타르 North Field 확장 PJT(60척), 그리고 카타르가스가 보유 중인 약 30척의 LNG 선박에 대한 교체물량 등이다. 카타르가 지분을 가진 미국 Golden Pass 프로젝트는 2024년부터 2025년 중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으며, 카타르 내의 North Field 확장 프로젝트는 총 6개의 train으로 나뉘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차례대로 가동 개시할 방침이다.

우려되는 점은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인 North Field의 가동 개시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는 애초 2023년 가동개시를 발표했으나, 현재 2025년까지 가동개시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LNG선을 건조하는데 3년 정도 걸린다고 하니 대부분의 프로젝트 가동개시 시점이 2025년이라 실제 건조 시작은 2022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카타르가 도크만 예약하고 상황에 따라 발주 물량이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상황도 변수가 많다. 중국의 LNG 수입량 상승세도 꺾이고 있고, LNG선의 운임은 3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나 폭락했다. 러시아의 PNG 공급능력은 확대되고 있고, 미국도 수출을 늘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이 연구원은 “도크 예약만으로 발주를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국 조선업계 "수주가뭄 여전해“


카타르가 LNG선 발주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침체를 극복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3개 회사가 100척의 선박을 나누어 가진다고 할 때, 한 기업에서 1년간 평균 7척을 건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목표량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조선·해운 분석 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의 누계 수주 실적은 90만CGT(32척)로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올 초부터 4월 말까지 4척(약 10억달러)을 수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3척(3억8000만달러), 삼성중공업은 5척(5억달러)을 수주했다. 연간 목표치 대비 달성률로 보면 현대중공업 8%, 대우조선해양 5%, 삼성중공업 6% 수준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해양플랜트는 계약이 거의 없는 상태고, LNG선 외에 다른 선종의 수주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LNG선 수주가 기대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급 일 평균 거래대금…조선주는 이미 기대감 충분히 반영


올 1일부터 지난 18일까지의 주식시장의 일평균거래대금은 25.2조원으로 작년 평균 9.3조원 대비 170% 증가한 수준을 기록했다. 1~6월 평균으로 봐도 일평균거래대금은 18.0조원으로 작년 대비 큰 폭 증가한 것이다. 특히 연일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에 맞선 개인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김현기 연구원은 “2010년부터의 추이를 보면 총 3번의 거래량 증가 구간이 있었는데 기간은 다르지만 모두 1년 이상 지속되지는 않았다”라면서도 “거래대금이 감소해도 전체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증가한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자자 예탁금 또한 6월 현재 46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며 단기간 하락 후 반등한 사례를 통해 저가매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헬스케어→언택트→반도체→금융 등으로 이어지던 증시 순환매 흐름이 우선주로 집중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가장 크게 그리고 길게 상한가를 기록하던 삼성중공업 우선주가 19일 드디어 하락 마감을 했다. 업계에서는 우선주 강세가 순환매 장세의 마지막 신호로 여기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19일 현재, 지난 3월 23일 기록한 올해 최저점(3115원) 대비 107% 급등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지주도 각각 127%, 161% 올랐다. 6월 초에 비해 각각 29%, 6% 상승, 현대중공 –9.1% 하락했다. 이미 카타르 LNG선 도크 계약에 따른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봉진 연구원은 “클락슨의 올해 해상물동량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일단락됐지만, 하반기 물동량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코로나19 2차 판데믹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니 한국 조선업계의 회복도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힘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