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는 중저가 의류브랜드 제이크루(J.Crew)와 같은 주에 같은 이유로 파산을 신청했다.    출처= The Robin Repor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큰 회사 작은 회사 가릴 것 없이 많은 회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굴복하고 있다. 그 중에는 렌터카 회사 허츠(Hertz)와 중저가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J. Crew) 같이 이름이 잘 알려진 회사도 있고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Diamond Offshore Drilling)이나 화이팅 페트롤륨(Whiting Petroleum) 같이 비교적 그 이름이 생소한 에너지 회사들도 있다.

어쨌든 파산의 물결은 더 커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의 도산을 예측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인 ‘Z 점수’(Z score) 이론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알트만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10억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기업들의 초대형 파산(mega bankruptcies)이 올해 기록을 세울 것이며, 1억 달러 규모의 대형 파산(large bankruptcies)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앞으로 몇 달 동안 경제활동이 회복되더라도 파산의 물결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명상을 입은 기업들은 구제받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파신 문턱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한때 미국내 2위의 천연가스 회사였던 체서피크 에너지(Chesapeake Energy)도 90억 달러(11조원)의 부채에 시달리며 파산설이 나돌고 있고, 신사복 브랜드 멘스 웨어하우스(Men’s Wearhouse), 조스에이뱅크(Jos. A. Bank), 케이앤지(K&G)의 모회사인 테일러드 브랜드(Tailored Brands)도 파산 보호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 겨우 파산에서 벗어난 유전 서비스 회사 웨더포드 인터내셔널(Weatherford International)도 재파산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해 6800여개의 기업이 파산보호법 챕터 11에 의한 파산보호를 신청했는데, 올해 이를 넘기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로 인해 파산 신청이 넘쳐 법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기업을 가려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챕터 11에 의거 파산을 신청하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사업을 계속 지속하는 상태에서 채권자와 부채 상환을 재협상하며 구조조정의 기회를 갖는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거나 성공하지 못하면 챕터 7에 의해 청산 절차를 밟는다. 장비와 재산을 팔아 빚을 갚고 회사는 사라진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이미 소비자 행동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의 문제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허츠는 이미 10여 년 전 기업담보 차입매수(leveraged buyout)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2012년 경쟁사인 달러 드리프티(Dollar Thrifty) 인수로 부채는 더욱 가중됐다. 이 같은 직접적인 경쟁자들과의 싸움에도 힘겨운 상황에서 우버와 리프트 같은 승차공유회사들의 등장은 렌터카 산업을 더욱 흔들어 놓았다.

▲ 렌터카 회사 허츠(Hertz)는 8년 전 승차공유서비스의 출현으로 이미 고전이 예상됐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캡처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와 중저가 의류브랜드 제이크루는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쇼핑객들의 변화에 대처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회사들로부터의 차입이 크게 늘어났다.

다이아몬드 오프쇼어와 화이팅 페트롤 같은 석유 가스 회사들은 유가가 훨씬 더 높을 때 대규모로 대출을 받았다. 생산량이 늘면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셧다운이 시작되기 직전 러시아와 사우디가 가격 전쟁에 돌입하자 가격이 붕괴되었다.

결국 채무 불이행 사태의 연속적 발생은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미국 기업들은 누적 부채는 10조 5000억 달러(1경 2700조원)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집계한 이래 최고치다.

다가오는 파산 사태는 연금이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은퇴자들, 물건 대금 회수를 기다리는 상인들, 소송 당사자들,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등 보호받지 못하는 무담보 채권자들에게 쓰라린 경험을 안길 것이다. 기업이 자산가치보다 담보부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파산할 경우 부채를 헐값으로 사들이는 기업 사냥꾼들을 포함한 담보부 채권자들은 사실상 모든 것을 털어낼 것이다.

알트만 교수는 올해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파산이 66건으로 금융 위기 때인 2009년의 49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1억 달러 이상의 파산도 192개로 2009년의 기록인 242개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기업의 파산 행렬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코로나19 구제 프로그램이 만료되는 시점에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파산협회의 로버트 J 키치 이사는 “지원 프로그램이 만료되면 기업들은 그간 파산을 미루기 위해 비축해 놓은 현금을 소진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향후 30~60일 안에 코로나19 절벽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