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삼성전자/LG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경제·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K-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해당 분야 대표 주자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이하 삼성)과 LG전자(이하 LG)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다.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 위기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삼성 “정세를 읽고, 기민하게 대처한다” 

삼성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장 상황이 복잡해 진 기업들 중 하나다. 

삼성의 주력 생산품인 반도체의 가장 큰 수요처는 중국과 미국이다. 양국 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되면서 중국과 미국은 양 쪽 모두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상황은 복잡하다. 중국과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았던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중국 IT기업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기로 했고,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강력한 보복이 준비돼 있다”라면서 애플, 보잉,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을 보복 대상으로 지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삼성 입장에서 가능하면 두 나라의 반도체 수요에 변동이 없는 것을 바라고 있으나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점점 삼성의 입장은 난처해지고 있다. 

▲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현장을 직접 찾아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 출처= 삼성전자

삼성은 외교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중립적 자세를 유지하며 사업 본연의 성장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살폈다. 그와 동시에 삼성은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 유지 요구에 대한 확답을 최대한 유보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긴장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현재 위기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안들도 각 주요 계열사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5일 반도체 부문과 무선통신 부문 사장단을 연속으로 만나 위기 극복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반도체 생산공정 개발 로드맵 그리고 차세대 스마트폰 전략 등을 주제로 각 계열사 수장들과 의견을 나눴다.

19일에도 이 부회장은 움직였다.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DS(반도체)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미래 전략을 점검했기 때문이다. 간담회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 로드맵,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개발 현황, 설비/소재 및 공정기술 등에 대한 중장기 전략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LG “혁신만이 살 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를 정면으로 맞은 것은 LG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소비 위축으로 인해 LG가 해외로 수출하는 주력 제품들의 수요도 줄었다. 여기에 화학 공장에서 뜻하지 않은 안전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삼성과 마찬가지로 LG의 분위기 예전과 같지 않다.   

LG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장기적 관점의 성장 동력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LG의 방향성은 올해로 취임 2년을 맞은 구광모 회장이 이끌고 있다.  

지난달 구광모 회장은 최고 경영자로서 자신의 첫 공식 외부 일정지였던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가 연구 책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현장의 연구 책임자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전하며 기술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절대 멈추지 말 것을 연구 인력들에게 강하게 주문했다.  

▲ 회장 부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현장 연구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LG그룹 구광모 회장(사진 가운데). 출처=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또 한 번의 과감한 행보를 예고한다. 19일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LG화학 오창공장으로 초청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함께 살펴보고 향후 전기차를 통해 양사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한다.

두 총수는 친분이 있어 사적인 자리에서도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업무상의 사안으로 정 부회장과 구 회장이 만나거나 서로의 사업구역을 방문하는 일정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일각에서 '배터리 동맹'의 큰 그림이 그러질 수 있다는 희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