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액 바꿔치기ㆍ서류조작으로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 허가 취소. 출처=메디톡스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메디톡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메디톡신'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메디톡신 생산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식약처의 이번 결정으로 메디톡스는 중장기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주력 제품이 퇴출되면서 올해 2분기 살림살이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메디톡스의 매출은 약 2060억원 수준이다. 이중 주력 품목인 메디톡신과 필러 제품군이 191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3%를 차지했다. 그나마 해외 매출 비중이 58.5%로 내수보다 높다는 점에서 안심이지만 장기적으로 품목허가 취소에 따른 신뢰도 하락은 수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올해 매출은 1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06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점쳐지고 있다.

▲ 메디톡스 실적 추이 및 전망(단위: 십억원, %) 출처=한국투자증권

현재 메디톡스는 차세대 톡신 제품인 ‘이노톡스’와 ‘코어톡스’ 등으로 메디톡신의 매출 공백을 채워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노톡스와 코어톡스의 매출은 약 10% 수준에 불과해 메디톡신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메디톡신의 국내 점유율 하락도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휴젤과 휴온스, 종근당 등 경쟁 업체들이 메디톡신의 빈자리를 노리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메디톡스와 업계 1·2위를 다퉜던 휴젤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공들였던 중국 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8년 2월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보툴리눔 톡신의 중국 시판허가를 신청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연내 메디톡신의 중국 시판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서류 조작으로 국내 품목 허가가 취소된 만큼 중국 진출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웅제약과 진행 중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소송은 품목허가 취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메디톡스가 내세운 주장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균주 도용을 둘러싸고 대웅제약과 5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다. ITC의 예비 판결은 다음 달 6일(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당초 지난달 5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약사법 위반 사실 등의 자료를 ITC에 추가 제출하면서 한 달가량 미뤄졌다. 이번 사태가 ITC 소송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디톡스는 주력 사업이 흔들리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이날 공시를 통해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등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처분취소 청구 소송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행정소송을 통해 추락한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3월 뒤바뀐 성분으로 허가취소 철퇴를 맞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도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명예 회복은커녕 대중의 관심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품목허가 취소로 메디톡스의 올해와 내년 실적은 물론이고 중국 내 판매 허가 여부도 불확실하다"면서 "가처분 행정소송에서 승소하지 않는 한 불확실성은 장기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