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출처=KB손해보험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가치경영'을 추구하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내실다지기를 마치고 시장 점유율 확보를 향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KB금융지주의 보험부문장을 맡고 있는 양 사장은 최근 한 발 빠른 혁신상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른바 '빅5' 손해보험사들의 출혈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그간 에너지를 비축한 KB손보가 업황 악화 속 신흥 강자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가 과감한 추진력으로 업계보다 한 발 빠른 상품을 내놓고 있다. KB손보는 최근 자동차보험에 일명 민식이법(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률) 관련 보장 특약을 신설했다. 이 특약은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시 벌금지원금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KB손보의 이 같은 행보를 과감한 시도로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아 보험사들이 판매를 꺼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간 일부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의 관련 특약을 쉬쉬하며 상대적으로 손해율이 낮은 운전자보험 판매에 열을 올려왔다. KB손보가 보장 강화에 나서자 주요 손보사들도 민식이법 관련 자동차보험의 특약 한도를 강화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앞서 KB손보는 손보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민식이법 관련 보장을 강화한 운전자보험도 최초로 선보였다. KB손보는 3월 25일 민식이법 시행일에 맞춰 운전자보험 스쿨존 자동차사고 벌금 한도를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해 출시했다. 이후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운전자보험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줄줄이 관련 보장을 확대했다.

KB손보는 이 외에도 획기적인 상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KB손보는 지난 8일 자사 암보험 담보 '갑상선·전립선 바늘생검조직병리진단비'에 대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사용권이란 생명·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독창적인 보험 상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허권으로 일정기간동안 다른 보험사들이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KB손보는 지난달 암보험 신계약 건수가 전달 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최근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갑상선·전립선 바늘생검조직병리진단비' 담보들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KB손보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이 담보들은 바늘생검을 통해 조직병리 진단을 받으면 암이 아니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KB손보가 선보인 '기업성보험 온라인 간편가입서비스'는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이는 사업자가 기업성보험을 서류 없이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로 오는 11월부터 제공될 예정이다.

또 KB손보 자동차보험에는 손보사 중 유일하게 대중교통이용할인 특약이 있다. 대중교통할인특약은 3개월 간 대중교통 이용 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5~8% 할인해 주는 특약이다. KB손보는 이 특약에 20년간의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양 사장 '가치경영', 빛 발휘한다

업황 악화 속에서도 KB손보가 이같이 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양 사장의 '가치경영'이 서서히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2016년부터 KB손보 대표이사 사장으로 역임한 양 사장은 안정적 내실을 중시하는 '가치경영' 전략을 펼쳐왔다.

실제로 대형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장기인보험 경쟁에도 KB손보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빅5 보험사의 지난해 장기인보험 신계약보험료는 6503억원으로 연 26%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KB손보의 장기인보험 신계약보험료는 820억원으로 11.2%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3년간 장기인보험 신계약보험료도 KB손보가 빅5 손보사 중 가장 낮았다.

이처럼 무리한 보장으로 점유율 확보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결과 KB손보의 장기보험 손해율은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B손보의 지난해 장기보험 손해율은 82.9%로 9개 손보사의 평균 장기보험 손해율(87.3%) 보다 4.4%포인트 낮다. 실적도 양호했다는 평가다. KB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772억원으로 전년 동기(754억원) 보다 2.4% 증가했다.

2018년부터 KB금융지주에 신설된 보험부문장을 역임하고 있는 양 사장은 혁신상품으로 무장한 턴어라운드 전략에 돌입하면서도 고객중심의 가치경영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KB손보가 출시하고 있는 상품들의 특징은 당장의 보장 그 자체보다도 예방적인 측면이 강조됐다는 점"이라며 "최근 출시한 암보험 역시 예방과 발병을 동시 보장해주면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