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크라우드펀딩 선두주자인 와디즈의 리워드형 펀딩 약관을 두고 일각에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를 진행했으나, 공정위는 이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와디즈의 비즈니스를 두고 제품 및 서비스 판매로 규정하는 한편 지난 1월부터 시행한 펀딩금 반환정책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공정위의 판단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 출처=갈무리

'화난사람들'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은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30일까지 1695명의 사람을 모아 와디즈의 리워드형 펀딩에 대한 약관이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내용을 토대로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심사 청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와디즈에서 거래되는 일부 제품들에 허위광고, 심각한 품질하자, 안전인증 미비 등 심각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와디즈는) 펀딩은 쇼핑이 아니라며 환불 등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소비자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문제가 심각해지자 와디즈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에서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등 일정한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있는 펀딩금 반환 정책을 내놨으나 (해당 정책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것보다 소비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 관계자들은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이 ‘투자’라고 하지만, 투자의 대가로 장래 완성될 제품을 공급받기로 하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매매계약’의 성질을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와디즈의 약관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크라우드 펀딩에 있어서도 소비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환불 정책이 자리잡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화난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스프링앤 파트너스 소속 '황경태 변호사'를 통해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장의 요지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가 아닌 판매며, 와디즈에 대한 가치판단도 판매 플랫폼에 방점을 찍어 더욱 강하게 잣대를 들이대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장은 와디즈를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유튜버 사망여우의 콘텐츠와 맥을 함께 한다.

▲ 출처=황경태 변호사 유튜브 이미지 캡쳐.

공정위의 생각은?
'화난사람들'의 주장에 공정위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지난 15일 황경태 변호사는 유튜브를 통해 와디즈 약관 심사 결과에 대한 회신서가 공정위로부터 도착했음을 알렸다. 결과적으로 공정위의 판단은 황 변호사와 1600명 이상의 '화난사람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황 변호사가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공정위와의 대화를 보면, 공정위는 "와디즈를 투자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와디즈에서 일어나는 대다수의 거래가 구매라기 보다 투자"라면서 "소비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구매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와디즈 전체가 투자를 위해 만든 플랫폼"이라며 "와디즈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황 변호사가 집요하게 와디즈의 방식을 두고 "구매계약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공정위는 끝까지 선을 긋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황 변호사는 실망하는 눈치다. 그는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공정위의 고압적인 태도에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 출처=와디즈

핵심은?
와디즈는 그간 다양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특히 주력이라 볼 수 있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에 있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디자인 및 기능이 도용된 제품이 펀딩을 받는 일이 벌어지는 한편 이를 지적한 서포터를 메이커가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와디즈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다.

다만 플랫폼 비즈니스, 즉 수요와 공급을 조율하는 플랫폼의 생태계 조성에 있어 지금까지 와디즈에 쏟아지는 비판은 선을 넘었다는 평가도 있다. 플랫폼 자정활동에 나서는 노력을 모조리 무시하고 일부의 실수에만 집중해 플랫폼 전체를 매도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와디즈는 지난 3일 펀딩금 반환 서비스를 개편하며 여전히 자정활동에 나서는 중이기도 하다. 당장 지난 1월 펀딩금 반환 정책이 처음 단행된 가운데 이번 개편으로 메이커는 서포터가 신청한 펀딩금 반환 내역을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개편된 '메이커 스튜디오'를 통해 일괄 안내해야 했던 제품 발송 정보도 개별 안내할 수 있다. 또, 서포터의 문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서포터 목록 검색 기능도 고도화 했다.

그 연장선에서 '화난사람들'의 주장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와디즈는 대외적으로 항상 '라이프스타일 투자 플랫폼'이라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으며, 투자를 통한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와디즈의 성격 자체를 이미 정해진 잣대로 규정해 '틀렸다'고 비판하는 것은 '화난사람들'의 건전한 지적의 취지를 오히려 왜곡할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 아니 모든 비즈니스의 본질"이라면서 "침소봉대하며 고민이 생기는 원인을 아예 틀어막자는 발상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