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금융투자협회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미국이나 한국이나 최근 증시 자금 동향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도적 시장 플레이어로 나서면서 단기 과열양상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우려의 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 미국, 유럽 등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등 2차 팬데믹 우려 확대로 증시 주변 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로 급락한 이후 두달새 40%가 넘는 급등세를 연출한 가운데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이 단기 차익실현 욕구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표적 현금성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MMF의 누적잔고가 커지면 커질 수록 향후 이 자금 향방에 따라 주식시장은 큰 변화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 MMF 누적 설정액은 6월들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또한 작년말과 비교해 MMF 설정액이 47%나 급증하는 등 현금성 자산이 쌓여가고 있다. MMF 누적 잔액 급증세는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2차 팬데믹 우려가 커지면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정보회사 마켓워치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애리조나, 오클라호마를 포함한 9개 주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텍사스의 경우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하루 동안 11% 급증해 우려를 샀다. 2차 팬데믹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6월현재 MMF 누적설정액, 작년 말 대비 47% 늘어


최근 한국 증시는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자금이 모이는 동시에 MMF 누적 설정액 규모가 확대됐다. 금융투자협회 증시자금동향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48조730억, 신용 잔고는 11조8719억으로 전년 말 대비 각각 68.5%, 29.4% 증가했다. 국내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8.3% 증가한 664조6800억을 기록했다. 

펀드 중에서도 특히 MMF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MMF 설정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47.7% 늘어나 사상 최대 수준인 154.8조원(16일현재)을 기록하고 있다. 전달과 비교해도 15.8% 상승해, 한달 새 20조가 늘어났다. 이는 단기과열된 주식시장에서 차익실현을 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MMF에 쌓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현상은 MMF 자체에 대한 투자보다 전형적 ‘눈치 보기’로 볼 수 있다. MMF는 낮은 수익률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단기간에 급등세를 보인 증시에 대한 부담과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적극적 투자자와 신중한 투자자 모두 ‘실탄’을 MMF에 넣고 시장을 관망하면서 들어갈 시점을 타진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최근 2차 유행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최근 5월 경기 회복 낙관론에 대한 신호가 연이어 나오면서 빠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달하였던 지난 3월 23일의 최저점 1만8591.93에서 17일 기준 2만6119.61로 40.4% 반등했다. S&P500지수 또한 같은 기간 최저점의 2237.4에서 3113.4로 상승해 39.1% 반등했다.다만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던 두 지수는 경제회복 기대와 2차 판데믹 이슈가 맞서면서 각각 0.65%, 0.36% 내린 혼조세를 나타냈다. 

미국 금융정보회사 레퍼너티브 리퍼에 따르면 미국의 MMF 잔액은 지난 10일 4조6200억(약 5600억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3조5400억달러 보다 1조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주·Fed)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실행한 2008년 말 당시 MMF 잔액 규모는 3조7600억달러였다. 


기관·법인 MMF 자금 어디로 가나


글로벌 증시가 단기 과열 부담과 코로나 2차 대유행 가능성에 조정장세를 보이며 대표적 현금성자산인 MMF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면 언제든지 투자 방향성을 드러낼 대기자금이라는 측면에서는 시장 투자심리 지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MMF 설정액은 올해 초 자금 유입 및 법인 여유 자금 유입 등으로 증가세로 전환됐으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투자가 지연되거나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면서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자산 가격이 급락하자 투자대기 자금도 대거 유입되면서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MMF에 모여있는 대규모 자금이 어디로 이동하는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 연구원은 “현재 MMF에 유입된 자금은 기관과 법인자금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기존에 계획했던 곳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1순위이다”라며 “과거 사례를 볼 때 기관들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투자를 진행한 경우는 거의 없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반기에는 이들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MMF 설정액은 다소 줄 것이지만, 설정액 규모가 급속도 감소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