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기업들이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 완전한 원격 근무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다. 영구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하는 회사도 있다.     출처= Memoori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전역에서 봉쇄령이 발동되기 전인 지난 3월, 인공지능 기업 인터랙션(Interaction)의 마이크 이아코부치 최고경영자(CEO)는 5만 3000 평방피트(1500평) 사무실의 12년 임대 계약을 며칠 앞두고 계약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자 마자 바로 재무담당임원(CFO)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 임대 진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때는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하기 전이었지만 무슨 직감이 머리를 강하게 스쳤습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후에 근무공간이 어떤 모습이 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회사들에게 또 다른 큰 질문은 이것이다. “사무실이 필요하긴 한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중소기업의 고용주만이 아니다. 스낵업계의 글로벌 대기업 몬델레즈 인터내셔널(Mondelēz International)까지 사무실 규모를 줄여 비용을 아낄 방법이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 몬델레즈의 더크 반 데 푸트 회장겸 CEO는 최근 실적발표회의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 세계의 사무실이 모두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랙션의 이아코부치 CEO는 요즘 같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그렇게 큰 사무실을 장기적으로 임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임대한 공간에서 우리가 계획했던 것보다 빈 공간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무실에 지나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 비용, 심지어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경제 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회사는 현재 100%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물론 본사의 사무실은 유지할 계획이지만 현재 공간의 절반도 안될 것이다.

"새 사무실로 9000 평방피트(250평) 정도의 공간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고객이 방문하거나 각 팀이 협력할 일이 있으면 미리 짜인 일정에 따라 모여서 회의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지요. 우리가 매일 출근해서 일해야 할 사무실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원격근무 추세

많은 기업들이 최소한 연말까지 완전한 원격 근무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다. 영구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하는 회사도 있다. 트위터 같은 회사는 직원들이 원한다면 집에서 ‘영구적으로’ 근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원격 근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가 지나면 다시 직원들이 직접 출근하는 사무실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전자상거래 결제 회사인 패스트(Fast)는 샌프란시스코에 봉쇄령이 발동되기 약 6주 전에 시내 중심가에 1만 평방피트(280평) 크기의 새 사무실로 이사했다.

이 회사의 돔 홀랜드 CEO는 코로나 이후에 “다시 원상으로 돌아갈 계획을 ‘절대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원격 근무가 훌륭한 효과를 낼 뿐 아니라 그들을 더 행복하고 생산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원격 근무를 ‘매우’ 싫어하지요. 지난 몇 달 동안 집에서 근무하면서 빨리 집을 나와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어 죽을 지경인 사람들도 많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원격 근무로의 빠른 전환이 순조로웠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장기적으로 원격 근무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지난 3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정말 나쁜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어디서 일할 것이냐를 결정할 때 융통성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에 몇 번만이라도 출근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집에 있는 날에 당신이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다면, 전화 통화할 때 주의를 살피지 않고 큰 소리로 통화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 팀 기반의 협업적 업무량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면으로 일하는 것이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    출처= Pinterest

재택근무의 문제

집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이 오늘날의 협업적 업무 방식에 항상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비즈니스스쿨의 피터 카펠리 경영학 교수에 따르면, 특히 오늘날 기업에서 특히 화이트칼라 노동자들 사이에서 팀 기반의 협업적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가 직접 대면해서 하는 협업을 인터넷 상에서 할 수는 없지요. 직접 대면해야 하는 영업 상담 같은 일은 인터넷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카펠리 교수는 "상호 작용하거나 누군가를 직접 만날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인터넷 상으로도 완전하게 수행될 수 있지만, 이는 정규직 일자리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일을 인터넷 상으로도 완벽하게 잘 해냈는데, 굳이 사람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일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고용주들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 고용주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굳이 정규직 직원으로 둘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계약직으로 전환해 버리자.’ 아마도 고용주들은 사무실에 오지 않는 사람들을 정규직 직원으로 유지할 가능성보다는 계약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 간의 상호작용의 필요성과 그로 인한 장점들은 기업들로 하여금 사무실을 없애는 것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

성과관리 플랫폼 회사인 워크휴먼(WorkHuman)의 인사책임자인 스티브 펨버튼은 "재택근무를 몇 달 하다 보니 동료들이 그립다”고 말한다.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혁신과 연결을 주도합니다. 줌(Zoom)과 스카이프(Skype)로 모든 것을 관리하고 계획하는 세상에서, 기업이 혁신적인 순간을 찾으려면 원격 정책을 매우 창의적으로 구사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멋진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는 법이니까요. 줌 화상회의를 통해 매번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