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부정승계 의혹, 한화·LS ‘일감 몰아주기’ 의혹, LG전자 채용비리 의혹. 원칙은 하나다. 위법 혐의가 있다면, 철저하게 조사하고 관계자는 처벌받아야한다. 그런데 이 모든 사안에는 반드시 선행돼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편향된 관점이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은 출범 초기부터 주요 대기업 총수일가와 경영진들을 견제하는 기조를 계속 유지해왔다. 이는 이전 정권 속에서 정치인과 기업들의 유착으로 발생한 비리들이 여러 번 문제가 된 것을 감안하면 ‘경제 정의를 실천한다’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집권 초기부터 최근까지 이번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보에는 대기업에 대해 상당히 일관된 관점이 녹아 있다. 대기업을 ‘악역’으로 설정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돈을 국민에게 나눠주겠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기업 태스크포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 주요 대기업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여기에서 민주당의 한 의원은 기업 경영진들에게 “각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내유보금을 협력업체들에 대한 금융 지원에 활용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돈을 벌어서 ‘사내유보금’이라는 이름의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정부와 여당의 편향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내유보금은 재무제표의 ‘이익잉여금’으로 각 기업들이 올린 수익에서 주주들에게 일정 부분을 배당하고 남은 이익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들’의 관점처럼 천문학적 단위의 현금으로 쌓여있어 대기업 총수들이 호의호식하는 데 쓰이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익영여금의 기능은 기업이 성장을 위해 지속할 투자비용 혹은 예상치 못한 경영상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모아두는 자산이다. 심지어 각 기업들은 이익잉여금을 현금으로 쌓아두지도 않는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잉여금 중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5% 미만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라”고 주문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준비해 두는 자산을 ‘조건 없이’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전속고발권 폐지’에도 이와 비슷한 관점이 녹아있다. 고발의 제한을 완화해 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속고발권 폐지의 골자다. 즉, 정치권에서 언제든 검찰 수사로 기업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다수의 여론들이 최근에 생겨난 것이다. 정부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고집스러움이 너무나도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