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반도체 수급이 막힌 화웨이가 올해 출하량을 대폭 조절하는 한편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삼성전자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의 제재에 반하는 것보다 화웨이와의 거리를 두는 선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디지타임즈와 중국 기즈모차이나 등 중화권 외신은 18일 화웨이가 미중 갈등에서 빚어진 미국의 압박에 반도체 수급이 막힌 상태에서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으려 타진했으나, 삼성전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현지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삼성전자도 화웨이의 대안 중 하나였다"면서도 "삼성전자가 새로운 반도체 공급 업체는 아닐 것"이라 밝혔다.

화웨이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키우는 한편 자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차단하며 사실상 화웨이로 흘러가는 반도체 물량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제3국을 통한 반도체 수급길도 막으며 사실상의 고사작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대만의 TSMC가 미국쪽으로 기울어진 대목도 부담이다. TSMC는 최근 미국 공장 건설계획을 밝혔으며, 이미 화웨이와의 신규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화웨이는 2019년 1674억위안을 투입해 인텔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와 자일링스(Xilinx)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2년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한편 하이실리콘을 통해 공격적인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으나 당장의 위기를 넘기에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화웨이가 최근 복수의 부품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달 계획을 변경한다는 통보를 했다고 보도했다. 적게는 10%, 많게는 20% 수준이다.

몸집을 줄여 위기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웨이는 여기에 중국 내 소비를 바탕으로 위기를 버텨낸다는 각오다. 실제로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4월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이들은 화웨이의 깜짝 1위 비결로 자국 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화웨이의 절박함이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내민 손을 삼성전자가 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만약 화웨이와 손을 잡고 5G칩을 제공한다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재 7나노 공정을 가동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TSMC만 존재하며, TSMC가 화웨이와 신규 거래를 차단한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협력하면 단숨에 글로벌 점유율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화웨이와 파운드리 동맹을 맺을 경우 미국의 제재에 반한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선에서 당장의 파운드리 점유율 상승을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화웨이가 반도체 수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화웨이 스마트폰 점유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점유율과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다음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