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삶의 균형을 깨는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밤에는 ‘소맥(소주+맥주)’ 낮에는 ‘커피’를 즐기는 식습관은 이완과 긴장을 반복하는 리듬을 만들어 냈고, 업무 스트레스가 더해지며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인구가 급증했다. 관련 침구, 식품 시장이 성장하며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 경제)’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숙면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48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2015년 2조원, 2019년엔 3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불면증 치료의 수단을 ‘수면제’가 아닌 일상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이다.

▲ 향후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 구매하고 싶은 제품. 사진=웰니스 트렌드 리포트

한국섬유개발연구원(KTDI) 자료 ‘침구류 제품 산업동향’에 따르면 수면 관련 산업 시장은 상품과 서비스를 기준으로 6개 요소로 분류된다. 기능성 침구류·수면 관련 보조식품·의약품·수면무호흡증 관련 기기·수면측정장치·기타(조명기구, 호텔) 등이다.

이같이 병원 처방전과 수면제에 의지했던 숙면 시장은 침구, 가구, 식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목 베개’ ‘푹신한 침대’ 정도에 불과했던 침구 시장은 ‘기능성 침구’ ‘기능성 매트리스’ ‘기능성 이불’ ‘토퍼’ 등 세분화되는 추세다. IT제품, 조명 영역으로의 확장도 시작됐다. 


“비싸도 팔린다”… ‘숙면’ 집중하는 가구업계


슬리포노믹스 산업 성장에 힘입어 가구업계에서 ‘숙면’이 주요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며 일과 삶을 구분하고, 잠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구 업계의 침대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소비트렌드가 ‘가성비’에 맞춰졌지만 숙면을 위한 고가 침구에는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열리는 탓이다. 이에 에이스침대, 시몬스를 비롯해 템퍼, 한샘 등 유명 브랜드들은 프리미엄군 강화에 집중하는 한편 관련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프리미엄 전략을 펴고 있는 침대 ‘2강’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프리미엄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일반 매트리스 ‘ACE’의 비중을 줄이고 ‘하이브리드테크(HYBRID TECH)’ ‘로얄에이스(ROYAL ACE)’ 상품군을 강화했다. 또한 지난 2018년에는 ‘에이스 밸리 치(ACE VALICH)’를 출시하는 등 플래그십 라인업 판매를 늘렸다.

시몬스 역시 프리미엄 시장 강화를 꾸준히 추진 중이다. 특히 특급호텔 매트리스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통해 제품 홍보에 나선 상황이다.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통해 프리미엄군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기능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오픈한 5성, 6성급 특급호텔에는 최상위 매트리스 컬렉션 ‘뷰티레스트 블랙’이 사용된다.

▲ 사진=템퍼

한샘 역시 이 시장에 집중한다. 지난해 건축박람회 ‘코리아빌드 2019’에서 선보인 ‘바흐 801 스마트 모션 베드’가 대표 상품이다. 이용자의 코골이 소리나 크기를 자동 인식해 매트리스 각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을 담았다.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포시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현대리바트와 이케아도 수면 시장에 공략을 시작했다.

이케아는 지난해 ‘유로 602 포시즌 토퍼형 매트리스’를 통해 관련시장 특화 상품 공급을 시작했다. 올해 회계연도에는 숙면시장 점유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2월 현대렌탈케어와 손잡고 고급 매트리스를 고객에게 리스 형태로 제공하는 ‘렌탈’ 전문 상품군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공식 온라인몰 리바트몰에서 온라인 전용 프리미엄 매트리스 ‘엔슬립 E7’을 출시했다. 교량에 사용하는 도금 강선을 스프링에 적용해 지지력을 높였다. 


침구도 변화… 필수품 된 ‘알러지’ ‘냉감’원단과 기능베개 


수면장애 방지, 올바른 수면자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침구 시장도 변했다. 코골이 방지·거북목 교정 기능성 베개는 물론 항 알러지 원단, 열대야 대비 냉감원단 등 다양한 제품군이 선보여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약 6000억원 규모였던 침구 시장이 2020년 1조원대로 커질 것 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대표 성공사례는 침구류 업계 매출 1위 알레르망이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집먼지진드기,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울트라 X-커버’ ‘알러지 X-커버’ 등 기능 소재를 선보이며 시장에 자리잡았고, 2017년 이후 최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매트리스 위에 설치하는 토퍼를 출시하며 제품군 라인업을 강화했고, 올해 8월에는 매트리스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물리치료사 2000여명과 함께 개발했다는 ‘필로와이즈’는 기능성 베개 시장에 안착했다. 

세사리빙 역시 기능성 침구류 시장에 집중해 왔다. 기능성 극세사 섬유, 자체 개발한 알레르기 방지 기능성 원단을 이용한 기능성 침구가 주력이다. 냉감 섬유 활용은 물론 코골이 개선 베개도 판매중이다.

이브자리는 침구류 기업 최초로 자체 수면 컨설팅 시스템 ‘슬립앤슬립’을 시작했다. 수면 체험을 비롯해 경추 측정 등을 통해 수면실태, 수면습관도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한 맞춤 침구 서비스도 받아볼 수 있다.


‘잘먹고 잘자자’… 숙면식품 시장도 성장


질 좋은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꿀잠’을 위한 수면 식품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도 늘었다. 약물 치료를 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건강기능식품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5년 숙면 보조 건강식품 ‘슬리피즈’를 출시했다. 멜라토닌이 다량 함유된 ‘나이트 밀크’ 성분을 분말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백야 현상으로 인한 수면 장애를 극복한 북유럽 인들의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광동제약 역시 수면유도물질 아데노신과 멜라토닌을 조절해 수면 사이클을 정상화하는 제품 ‘레돌민정’을 출시한 바 있다. 유럽산 길초근과 호프 추출물을 원료로 사용했다. 

천호엔케어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라인업에 ‘액티브솔루션 수면건강’을 추가했다.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감태추출물’과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테아닌’을 주원료로 담은 2중 복합 기능성 제품이다.


[미니인터뷰] 한국인 수면만족도 50% 안돼…기능성 제품 주목


숙면 관리를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잘 사는 것’과 ‘잘 자는 것’ 이 두 가지가 당면 과제가 된 현대인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서다. 식품기업 천호엔케어의 강주현 액티브솔루션 매니저와 침구기업 템퍼의 김새암 홍보팀장을 통해 숙면시장의 성장과 제품에 대해 물었다.

Q. ‘꿀잠’을 위해 고객들이 주머니를 열었다. 선진국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 수면시장은 어느 정도 성장성이 있다고 보는지?

▲ 강주현 천호엔케어 브랜드 매니저

강주현 매니저(이하 강).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웰니스 트렌드 리포트 2019’를 보면 한국인의 수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2.87점을 기록했다.

매년 하락중이다. 수면장애 호소자도 연 평균 8% 넘게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식품 산업에서는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건강기능식품이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약물 치료를 해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건강기능식품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식품산업에서는 수면 관련 건강기능식품의 성장이 예상된다.

▲ 김새암 템퍼 팀장

김새암 팀장(이하 김). 한국인의 수면만족도는 40% 수준이라는 통계자료가 있다. 이에 침구 시장 역시 주목하고 있다. 수면 시간뿐 아니라 얼마나 깊이, 얼마나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는가는 현대인들의 끝없는 고민이 될 것으로 본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수면환경 조성, 그리고 매트리스 등의 구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Q. 수면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제품도 진화하고 있다. 가구와 식품 업계의 트렌드 변화는 어떤가.

.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인정 받은 원료는 감태추출물과 미강주정추출물 2가지다.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정 받은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기능성이 확인되었다. 천호엔케어 ‘액티브솔루션 수면건강’을 시험한 결과 잠든 후 깬 시간, 수면 상태에서의 호흡장애지수, 총 각성 지수 등 숙면 지수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효과가 있다는 거다.

김. 한국에서 침대는 매트리스를 포함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침대와 매트리스라는 단어를 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면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복잡하고 세분화 되어 가는 중이다. 병원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모션베드가 집 안으로 들어왔고, 침대 위 일상이 라이프 스타일화 되어가는 추세도 보인다. 좀 더 자신에게 맞는, 적게 자더라도 더 편하게 잘 수 있는 수면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현대인들의 방식으로 본다.

Q. 천호엔케어·템퍼 매트리스의 강점은?

강. 숙면은 일상 속 수면 건강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상태까지 완화할 수 있다. 식약처 인증을 받은 감태추출물, 테아닌을 주원료로 한 2중 복합 기능성 제품이라는 점이 경쟁사들과의 차이다. 이 외에도 홍경천추출분말, 대추추출분말 등 7종의 부원료를 엄선했고, 2정씩 개별 포장해 휴대와 섭취가 간편하다.

김. ‘숙면’이미지를 넣기 위해 억지로 브랜딩을 하지 않았다. ‘오리지날 엘리트라 매트리스’는 출시 당시부터 몸에 맞춘 듯한 편안함, 우수한 지지력을 인정받아 왔다. 커버 세탁이 가능하고, 제품의 상단 커버만 쉽게 세탁할 수 있는 ‘퀵 리프레쉬 커버’도 갖추는 등 상품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