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중소 팹리스 업체가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스템 반도체 전반의 역량을 키우는 한편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는 평가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중소 업체들과의 상생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제품 개발 활동에 필수적인 MPW(Multi-Project Wafer)프로그램을 공정당 년 3~4회로 확대 운영하고, 8인치(200mm)뿐 아니라 12인치(300mm) 웨이퍼로 최첨단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 국내 팹리스 업체 '가온칩스' 직원과 삼성전자 임직원. 출처=삼성전자

전장, 모바일, 보안 등 다양한 응용처에 최적화된 공정 기술과 설계 인프라를 제공하며 중소 업체들과 협력해온 제품도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레이아웃, 설계 방법론·검증 등을 포함한 기술 교육도 제공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파운드리 생태계 프로그램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를 운영하며 상생 전략을 속도감있게 전개하는 중이다.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 Cloud Design Platform, SAFE-CDP)'에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와 클라우드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플랫폼 업체인 리스케일(Rescale)이 함께 구축했으며 팹리스 고객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즉시 칩 설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가상의 설계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서버 확장에 대한 고객들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칩 설계와 검증 작업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ADT(에이디테크놀로지), 하나텍 등 여러 국내 중소 업체들이 SAFE-CDP에 대한 사용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전략은 삼성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포트폴리오 일변도에서 벗어나 파운드리 등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며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국내 팹리스와 연합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와 함께 협력하며 상생의 그림을 그리는 한편, 추후 팹리스에서 파운드리로 이어지는 독자적인 파이프 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나아가 파운드리에 상대적으로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할 여지도 생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화성, 평택에 잇따라 투자를 단행하며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국내 중소기업들이 삼성의 최첨단 공정 기술을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생태계를 지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박재홍 부사장은 "리스케일과 함께 선보이는 삼성전자의 통합 설계 플랫폼은 팹리스 업계가 클라우드 기반 설계 환경으로 옮겨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를 통해 고객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속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