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김덕호 기자] #. 중국인 쯔위(가명)는 5성급 호텔 내 빈방에 들어가  욕실, 침실 등을 면밀히 살핀다. 좋은 빛이 들어오는 시간과 양을 체크하고 수면의 질에 영향을 주는 침대와 환기 상태, 콘센트 위치와 개수까지 사진으로 남긴다. 고객들이 편히 잠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방인지 객관적인 평가를 매기기 위해서다. 그녀가 관리하는 호텔은 100여 개가 넘는다. 그녀의 직업은 ‘호텔 수면 전문 테스터’다.

해외에서도 수면산업은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수면시장이 거대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은 이색 직업까지 등장했다. 2017년 처음 등장한 ‘호텔 수면 전문 테스터’는 중국 관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탄생한 직업이다. 이들은 중국내 위치한 각 지역 호텔에 파견돼 객관적인 평가를 기록하고 여행 플랫폼에 호텔 정보를 전달한다.

그녀의 직업은 호텔 수면 전문 테스터, 수면산업 고속성장 중

중국에 이 같은 직업이 탄생된 데는 여행 플랫폼 발달과 관련 깊다. 그러나 지난 2010년부터 고속성장한 수면산업 영향도 컸다. 중국의 수면 관련 시장규모는 2010년부터 연평균 24% 성장하고 있고, 2017년에는 약 2797억위안(약 50조원)을 기록했다.

중국인 소득수준이 향상하면서 수면에 대한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수면산업은 요식업, 운동산업 다음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급부상했다. 연구원은 2018년 기준 향후 5~10년 새 약 8000억위안(약 137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수면산업은 ▲침구를 포함한 수면가구(침구 포함) ▲수면보조약품 ▲수면 건강보조식품 ▲수면보조 의료기기로 나뉜다. 보스테이터가 발표한 ‘2018~2023년 중국 수면의료시장분석 및 투자전망 연구보고’에 따르면 이중 수면가구(기계용품)가 2017년 기준 약 2500억위안(약 43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도 ICT를 결합해 ‘꿀잠’을 유도하는 ‘슬립테크(Sleep-Tech)’ 상품이 유행하는 분위기다. 수면패턴을 분석해 숙면을 도와주는 보조기기부터 코콜이 방지 안대까지 시중에 나왔다.

▲ 미국 수면산업 제품별 산업규모와 전망. 자료=WebWire보도자료

수면 부족 왕국 美, 캔음료·전자담배로도 잠 유도

미국은 전 세계 수많은 국가 중에서도 수면 장애인구가 ‘으뜸’인 나라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인 성인 권장 하루 수면시간은 7시간이지만 3명 중 한명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미국은 거대한 수면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퍼시스턴트(Persistenc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미국 수면산업 규모는 2014년 319억달러로 연평균 5.7%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시장 규모는 445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수면장애 치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코트라(KOTRA) 미국 시카고무역관은 미국 수면장애 치료 시장이 2010년~2015년까지 연평균 4%성장해 약 71억달러규모(약 8.6조원)를 나타냈고, 2015년~2020년까지 연평균 3.3% 성장해 약 87억달러 규모(약 10.5조원)를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수면 보조제 시장이 발달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내 수면보조제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10억3400만달러(약 1조2135억원)로, 10%의 두 자리 성장률을 보이며 지속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알약 보조제를 넘어 캔음료, 전자담배 형태까지 등장했다. 특히 IT와 접목한 제품,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신제품도 개발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장비, 앱 등을 동시에 사용해 적극적으로 편안한 수면을 시도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코트라 미국 시카고무역관은 “미국 내 수면보조제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평균 5% 상승이 예상되면서 2024년 13억달러(약 1조577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령대별 권장 수면시간. 자료=미국 국립수면재단

‘슬립테크’로 진화하는 日 수면산업, 향후 성장 가능성 ‘주목’

일본은 한국과 같이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 평균 수면시간 최하위권 그룹에 속한 나라다. 그러나 수면 관련 시장에선 유망국가에 꼽힌다. 일본 전문지 침구신문(寝具新聞)에 따르면 일본 수면산업 시장규모는 1조2359억엔(약 14조원)으로, 잠재 시장규모가 3조(약 33조원)~5조엔(약 5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의 날’을 지정해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추진 중이다. 후생노동성은 일본 불면증 환자가 최근 10여 년 새 약 3배 이상 급증했고, 수면 부족이나 수면장애로 인한 교통사고 및 산업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3조엔(약 34조원)이 넘는다고 보고했다.

눈에 띄는 것은 ‘슬립테크(sleep tech)’ 산업이 활발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센서와 IoT 등 신기술을 접목해 수면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전기전자 기업 파나소닉의 스마트폰 앱 ‘잘자요 나비’다. 이 앱을 이용하면 조명, 오디도, 에어컨 등을 조정해 최적의 수면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음악, 향기, 빛으로 수면을 지원하는 가전, 웨어러블 센서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면지원 기기도 출시됐다.

노키아는 매트리스 밑에 설치해 수면 사이클 및 심박수 추이를 분석하는 ‘노키아 슬립(Nokia Sleep)’을 발매중이다. 이 제품은 웹 기반 서비스 연결로 매트리스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움직임과 연동해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한국계 기업 ‘레이캅재팬’은 지난 2018년 2월 ‘푸토콘(FUTOCON)’을 통해 슬립테크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불 속 온도를 수면에 최적화된 온도로 유지함으로써 질 높은 수면을 구현한다. 150만원의 고가임에도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은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 정책’도 수면 관련 산업을 확장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일본 수면 관련 산업은 잠재력이 있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 추이가 주목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