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간, 성과> 삼성경제연구소 시간관리연구팀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직장에서 바쁜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인가? 아직도 바쁜 것을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직원들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바쁜 것을 은근히 자랑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바쁨’은 투입의 개념이다.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는 얘기일 뿐이다. 반면, 생산성은 투입 대비 성과를 나타내는 산출의 개념이다. 둘은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매우 바쁘게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매우 비생산적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비생산적 바쁨(Unproductive Busyness)을 두고 리더십 전문가인 스위스 세인트갈렌大 하이케 브러치 교수는 ‘활발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Active Inaction)’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바쁨이 아까운 인재를 망치기도 한다. 바쁨이 훈장처럼 여겨지는 조직에서 일감은 일처리가 빠르고 부지런한 인재에게 집중되게 마련이다. 그에게 새 업무가 계속 부여되고 일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들면서 ‘터널링(Tunneling)’에 빠지게 된다. 터널 속에 들어선 듯이 주의력이 저하되고 시야가 좁아져 눈앞의 일만 즉각적으로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IQ가 평소보다 1.3포인트 낮아진다고 한다. 이처럼 능력의 징표로 바쁨을 얻었지만 바빠질수록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바쁨의 역설(Busyness Paradox)’이라고 한다.

이 책은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곧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한정된 시간 내에 다양한 층위의 복잡한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로서는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 시간관리법(Time Management)은 배울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시간관리연구팀은 직장에서의 일을 '일의 가치(Work Value)'와 '시간제한(Time Limit)'이라는 두 기준으로 구분하고, 일의 유형을 본질적 업무, 미래준비성 업무, 단발성 업무, 보조적 업무 등 4가지로 나눴다. 4가지 업무의 이상적인 구성비는 70:15:10:5로 제시했다.

본질적인 업무는 자신이 맡고 있는 본업과 주요 과제를 뜻한다. 연구팀이 제시하는 시간관리법은 당연히 ‘몰입’이다. 미래준비성 업무란 개인과 조직의 미래를 위해 현재 꼭 수행해야 하는 장기적 과업이다. 중요하지만 시간의 압박이 없는 탓에 간과하거나 놓치기 쉽다. 그러므로 미래준비성 업무의 시간관리 핵심 키워드는 ‘투자’가 되어야 한다.

단발성 업무는 다른 부서, 혹은 상사나 동료로부터 업무 협조, 회의참석, 자료 제공 등을 요청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시적이나 시간제한이 있으며, 예측하기가 어려워 무작정 이를 수행하다보면 자신의 본질적 업무를 방해받기 쉽다. 책에는 단발성 업무를 최대한 예측하고 대비하는 법, 허용과 거절의 기술, 똑똑하게 협업하는 법, 단발성 업무로 인한 불편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처법이 나온다. 보조적 업무란 본업을 잘 수행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다. 반복적인 것이 많고 아무리 잘해도 티가 나지 않지만, 수행하지 않으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연구팀은 성공적인 시간관리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상에 도달하겠다는 ‘크고 담대한 목표(BHAG: Big Hairy Audacious Goal)’ 보다는 ‘작은 습관(Micro Habit)’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가 주장하듯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습관(Incredibly Small Habit)’부터 만들라는 것인데, 특별한 다짐이나 동기부여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소박한 행동부터 습관화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근하자 마자 오늘 업무의 우선순위를 적어 놓는 것도 좋겠다. 어떤 행동을 습관화하는데는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하니 그때까지 완벽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작은 습관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