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출처=산업은행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답보상태에 빠진 가운데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최근 HDC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제안하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당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전제로 HDC 현산의 인수의지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HDC현산이 서면 협상을 제안하는 등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번에는 압박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산업은행은 ‘HDC현산 보도자료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HDC현산이 제기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4조5000억원 증가, 삼일회계법인의 부적정 의견 표명, HDC현산 측 동의 없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채권단의 1조7000억원 차입 승인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우선, 산은은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다는 HDC현산측의 주장에 대해 “리스부채 및 정비충당부채 관련 회계기준 변경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금액은 다소 과대하게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산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대비 그해 말 부채가 2조8000억원 증가했으나 이는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장부상의 부채 증가와 업황 부진에 따른 차입금 증가 4000억원이 주요 원인이다.  또 HDC현산측이 채권단이 지원한 1조7000억원을 전액 부채 증가로 산정했으나, 지원금액은 한도성 여신으로서 올해 5월말 기준 지원액은 5000억원으로 타 부채상환에도 사용돼 차입금이 순증하는 것은 아니다. 

산은은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나항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일관계 악화, 미중 무역분쟁, 환율 영향,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항공업계 전반에 미친 영업부진과 결산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이고,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이 신규로 1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을 HDC현산의 동의없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승인한 것을 두고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사전에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번 지원은 계속기업 유지를 위해 채권단의 필수 조치임에도 HDC현산이 동의하지 않아 동의 없이 진행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산은에 따르면 HDC현산은 인수 확정에 대한 의사표명은 하지 않으면서도 부채증가 우려, 자료 부족 및 채권단 영구채의 주식 전환 시 경영권 지분의 변동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 등의 사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신뢰할 수 있는 공식적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HDC현산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간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측 요청사항에 대하여 수차례의 공문 및 관련 자료를 통해 답변하고,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상주하고 있는 인수단앞 수시로 정보제공 하는 등 인수인이 요청하는 경우 성실히 자료를 제공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산은은 앞서 지난달 29일 HDC현산에 “6월 말까지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당초 계약서상 예정된 딜클로징(인수계약완료)은 이달 27일이었다. 

이에 HDC현산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에 대한 재점검과 인수조건에 대한 재협의를 채권단에 공식 요청한 바 있다. 

다음날인 10일 산은 등 채권단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현산이 먼저 제시해 달라”면서 공문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대면 협상을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양측의 협상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7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서면을 통해 재협상을 하자는 HDC현산의 제안에 대해 “지금이 60년대 편지지 연애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서면으로 하느냐. 신뢰에 따른 진지한 협의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만나서 하자”고 말했다. 

뒤이어 “HDC현산 측이 문제 제기한 이슈에 대한 답을 정리해 공문을 보낸 상태”라며 “우리는 아직 HDC현산을 신뢰하고 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HDC현산도 우리를 신뢰하고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줬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