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삼성생명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업계 '맏형' 삼성생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연이은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삼성생명은 같은 그룹사 '동생' 격인 삼성화재를 쫒아가기도 버거운 모양새다. 실적은 물론 사업 추진력에 있어서도 "동생만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 대비를 앞두고 저금리‧저출산‧저성장 등 일명 '3저(低)'의 늪까지 빠진 생명보험 업계(이하 생보업계)의 암울한 현실과 미래를 비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은 올 1분기 실적이 암울했다. 삼성생명은 올 1분기 연결기준 순익이 2299억원으로 전년 동기(4473억원) 대비 48.6% 떨어졌다. 이는 채권 매각익 2220억원과 부동산 매각익 1730억원 등이 반영된 수치다. 실적방어 등을 위해 채권‧부동산을 팔아 투자이익을 올렸음에도 50%에 가까운 순익이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33.6%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도 저조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517억원으로 전년 1조7337억원 대비 39.33% 감소했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저조한 순익이다. 2016년(2조1500억원)과 비교하면 51.08%나 급감했다. 향후 실적반등도 불투명하다. 금리하락이 심화되면서 삼성생명의 역마진 스프레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언택트 기류에 따른 대면영업 지장으로 신계약 성장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최근 공로휴직을 확대하는 등 긴축정책에 돌입했다. 연이은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이 지난달 도입한 '전직형 공로휴직' 제도는 공로휴직 대상자를 근속 25년차 이상에서 근속 20년차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 골자다. 공로휴직은 삼성생명이 2018년 11월 도입한 일종의 유급휴직 제도다. 공로휴직자는 연봉 또는 반기의 급여 절반을 받는 조건으로 휴직할 수 있다.

형보다 낫다…삼성화재의 ‘선방’

반면 삼성생명의 동생 격인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는 형보다 형편이 나은 모습이다. 삼성화재의 올 1분기 순익은 1640억원으로 전년 동기(2308억원) 대비 28.9%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순익 감소폭(48.6%)과 비교하면 19.7%포인트 적은 수치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삼성화재의 경우 올 1분기 실적에 채권 매각익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일회성 실적 방어를 위해 이른바 '곳간 빼먹기' 식의 전략을 지양했다는 의미다. 화학공장 화재 등 일회성 대형 사고로 인한 손해율 상승이 올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는 점도 향후 실적개선 측면에선 긍정적 요인이다.

이에 삼성화재가 하반기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화재의 하반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장기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사업비율 상승도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삼성화재는 경쟁사들과는 달리 축소해야할 채권 매각익이 없기 때문에 보험영업이익 개선을 희석하는 요소가 가장 적어 증익 가시성이 가장 뚜렷하다는 판단"이라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보험 다이렉트 채널에서의 합산비율 개선을 달성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분석했다.

▲ 출처=각사 공시

사업 추진력 등도 삼성화재가 삼성생명보다 더 과감하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화재는 카카오페이와 최근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예비 인가 신청을 준비하기도 했다. 결국 양측의 입장 차이로 디지털손보사 설립은 무산됐지만, 언택트 시대를 대비한 발 빠른 대응이라는 점에서 삼성화재의 이 같은 시도는 주목할 만했다는 평가다.

삼성화재는 최근 국내 법인보험대리점(GA) 1위 지에이코리아의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면서 영업력 강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삼성화재가 지에이코리아에 신설한 수수료체계는 환수기준을 높인 대신 수수료를 인상했다는 점이 골자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생명 역시 추락하는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삼성화재의 전략을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생보업계 전체 영향

이 같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온도차는 업권 차이에 따른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저금리‧저출산‧저성장 등 '3저'로 인한 악영향이 생보업계가 손보업계보다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생보사는 금융환경 변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저축성보험, 변액보험 등을 취급하고 있어 손보사보다 금리, 주가 등 보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들에 취약하다. 특히 과거 6~8%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팔았던 생보사의 경우 역마진 리스크가 더 크다. 이에 저금리기조로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수익률이 가입자에게 지급 할 이자율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에도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취약하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가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되면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이 많을수록 부채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생보사는 상품 개발도 손보사보다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생보사는 보장 대상이 사람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손보사보다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생보사의 실적을 견인하던 종신보험도 포화된 보험시장 속 가입니즈가 떨어지면서 판매동력이 하락하고 있다. 생보사 최근 3년간 종신보험 초회보험료는 65.2%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보업계와 손보업계의 올 1분기 실적 희비도 엇갈렸다. 올 1분기 생보사의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4% 감소한 반면, 손보사의 순익은 4.3% 떨어지는데 그쳤다. 일각에선 내년 손보사의 수입보험료가 생보사를 앞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로 생보사와 손보사 간의 수입보험료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 생보사의 수입보험료는 26조4456억원으로 손보사(23조9262억원) 보다 2조5194억원 앞서는데 불과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를 주도하던 삼성생명이 이제는 삼성화재 따라가기에도 급급한 모습"이라며 "이는 비단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생보업계 전체가 처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추락하는 생보업계가 조만간 폭탄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