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개(IPO) 관련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 출처= SK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SK바이오팜은 현재 투자업계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7월 국내 상장을 전제로 한 기업공개(IPO) 절차만으로도 모기업인 SK주식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SK바이오팜에 모이는 관심에는 투자가치 이상의 기대감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각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은 이후 SK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러한 청사진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SK 최태원 회장이 내린 ‘결단’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다 

1990년대 초까지 SK를 이끄는 큰 축의 사업은 석유화학, 통신 등이었다. SK는 해당 분야에서 현재까지도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우선 대규모 인프라를 마련해두면 그를 통해 장기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 번 진입해 두면 안정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던 가운데 SK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주력사업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고심한다.  

이때 최 회장의 고심이 내린 결론이 바로 1993년 설립된 SK바이오팜의 전신인 SK그룹 내 신약개발연구소였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SK의 제약 사업은 ‘P(PHARMACEUTICAL, 파머슈티컬, 제약 또는 제약의 라는 뜻의 영단어) 프로젝트’로 불리며 최태원 회장은 여기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연구소가 내세운 핵심 가치는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었다. 당장의 수익성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미래에는 그룹을 대표하는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최태원 회장의 바람이 투영됐다. 

연구소는 설립 3년 만에 첫 성과를 낸다. 1996년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신약 후보 물질 임상시험 승인(IND, Investigational New Drug)을 받음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연구소는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의 유럽 상업화를 위한 5억 달러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가 하면 수면장애 분야 1위 기업에 기술수출 및 FDA와 EMA 승인 획득이라는 연구실적을 이뤄냈다. 

“멀리 보고, 끝까지 간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소버린자산운용에 의한 적대적 M&A 피인수 위협 등으로 최 회장은 경영권을 놓칠 수도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서 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경영권에 대한 외부 견제가 심해지면서 SK의 제약바이오산업도 존폐를 우려할 정도의 위기를 마주하기도 한다.   

▲ SK바이오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현황. 출처= SK바이오팜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제약·바이오 사업의 육성을 멈추지 않았고 연구소는 다양한 성과를 낸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에서는 최초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임상 시험, FDA 신약 판매 허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인증받는다. 여기에 힘입어 설립 18년만인 지난 2011년 신약개발연구소는 SK주식회사에서 물적 분리돼 ‘SK바이오팜’이라는 이름의 별도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2000년대 초 SK가 IT사업부문에서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시도한 여러 인수합병은 결론적으로 성공 사례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최 회장의 모든 결단이 다 옳았다거나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SK바이오팜만큼은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하게 움직이고, 성과가 날 때까지 꾸준하게 지원하는 전형적인 ‘오너 리더십’이 일궈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 SK 최태원 회장. 출처= SK

물론 최태원 회장이 지난 27년 동안 그려온 제약바이오산업의 청사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SK바이오팜의 궁극적 목표는 증시상장이 아니라 석유화학, 통신, 반도체 등 현재 SK의 주력산업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이후 그룹과 총수가 걸고 있는 큰 기대감 그리고 상장 이후 투자자들의 들이댈 냉철한 잣대 등의 압박을 견뎌내야 한다.    

아울러 유독 투자적 관점에서 여러가지 요인으로 등락이 매우 심한 제약바이오 업종의 ‘험한’ 여건 역시 SK바이오팜에게는 도전 과제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에 집중되고 있는 관심은 코로나19로 인해 안정적인 투자처가 줄어든 가운데에서 투자자들이 찾은 일종의 ‘대안’일 수도 있다”라면서 “이 관심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 그 연속성을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7년간 그려온 청사진은 이제야 그 밑그림이 완성됐다. 화려한 색채로 채운 작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만 남았다.  

▲ SK바이오팜 글로벌사업자 현황. 출처= SK바이오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