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레버는 회사가 제공하는 7만개 제품 전체의 원자재 조달, 제품 생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됐는지를 공개할 계획이다.     출처= Unilev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유니레버가 기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면적인 새로운 약속의 일환으로, 향후 10년간 회사가 제공하는 7만여개 제품 모두를 생분해성 재료로 만들고 이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탄소의 양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브(Dove) 비누와 헬만스(Hellmann's) 마요네즈, 벤앤제리스(Ben & Jerry's)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유니레버는 15일(현지시간), 2039년까지 자사 제품에서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또 산림 되살리기, 야생동물 보호, 수질 보전 등을 다룰 ‘기후 및 자연기금’에 10억 유로(1조 37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조페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오늘날 세계는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한 파괴적 영향과 씨름하며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기후 위기가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회사는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의 전 제품을 생분해되도록 만든다는 목표 하에, 제휴회사와 협력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분해 가능한 대체물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세계 21억 명의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은 식수를 마시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40%가 물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유니레버는 글로벌 탄소공개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CDP로부터 환경 투명성 및 성과 부문에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에, 2030년까지 제품의 온실 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첫 번째 기후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이번에 더 나아가서 2039년까지 모든 제품의 자재 조달에서 완제품 판매 시점까지 배기가스를 완전 제거하거나 상쇄한다는 목표를 새롭게 밝혔다. 유니레버에 원료나 부품을 제공하는 공급자들은 그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탄소 강도를 회사에 제출해야 하고, 회사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됐는지를 공개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보를 제품 라벨에 공개할 것인지 웹사이트에 게재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세계에 6만여 개의 공급사를 보유하고 있는 유니레버는 자체 탄소배출 목표를 설정한 업체를 우선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 해양과 수자원의 주요 오염물질은 플라스틱 포장재다.     출처= EcoNews

엘리베이터 등을 만드는 독일의 산업 기업 티센크루프(Thyssenkrupp)에서부터 거대 기술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세계 최대 기업들이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의 목표에 맞춰 사업 운영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매일 20억 명의 사람들이 자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유니레버 만큼 앞장서 기후협약을 실천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유니레버의 마크 엥겔 최고공급망책임자는 "회사는 단순히 ‘탄소 상쇄’(carbon offset)에 그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양 자체를 절대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 상쇄는 나무 심기나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 등 같이 다른 곳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에 해당하는 자금을 지원해 배출량의 균형을 맞추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러한 상쇄 활동이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들이 남아있다.

유니레버는 위성 모니터링, 지리 위치 추적, 블록체인을 활용해 2023년까지 산림 파괴 없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회사가 구매하는 원자재가 어디서 어떻게 조달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레버는 또 토양 건강을 회복하고 수질을 보존하며 합법적인 토지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작농들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100곳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물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엥겔 최고공급망책임자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에 농민과 소작농들을 사회 경제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은 산림파괴를 멈추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유니레버와 또 다른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해양과 수자원의 주요 오염물질인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네슬레는 식품 포장에 적합한 재활용재를 만들기 위해 20억 달러(2조 40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1회용 플라스틱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루프 계획(Loop Initiative)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