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가 열린 가운데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테크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기존 은행, 카드, 증권 서비스를 편하게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이득을 취득하려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은행, 카드, 증권사들은 말 그대로 좌불안석을 넘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테크핀 업체들이 속속 금융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도입하며 이 과정에서 규제의 형평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테크핀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멈출 수 없는 시대의 대세며, 결국 양측의 시너지가 적절하게 발생해야 한다는 점에는 업계의 이견이 없다.

▲ 출처=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에 네이버통장까지"
은행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맞이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등 ICT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며 은행의 정의가 새롭게 바뀌는 한편, ICT 플랫폼 전략이 무거운 은행업의 변혁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들은 단기적으로 사용자 친화 앱 플랫폼 개발,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생활밀착형 전략을 추구하며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여실히 체감했다.

실제로 지난 8월 개발자 컨퍼런스인 if kakao에서 정규돈 카카오뱅크 CTO는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혁신을 불어 넣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모바일과 기술이 지금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면서 "국민은행과 같은 메이저 은행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방의 중견급 은행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자평했다.

정 CTO는 당시 현장에서 기존 은행의 앱과 카카오뱅크의 등장, 이어 카카오뱅크에 자극을 받아 앱 구성을 바꾼 기존 은행의 앱을 시간순서대로 보여주며 “많은 은행 앱들이 이전에 복잡한 콘텐츠, 기능에서 단순하게 바뀌었다. 카카오뱅크로 인해 국내의 디지털 금융 경제력이 상승하게 되었다”고 자평했다.

시스템의 혁신 역시 카카오뱅크 혁신의 중요한 한 축이다. 정 CTO는 “카카오 기술을 도입해 오픈소스 기반 은행 시스템 개편 톰캣, 노드, 엔진X와 같은 기술을 도입했다”면서 “현재는 모든 은행들이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권이 모두 카카오뱅크의 뒤를 따라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중심에 모바일 퍼스트 전략과 기술주도전략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 CTO는 “언제나 소지할 수 있고 이동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바로 모바일의 특성”이라면서 “모바일 시대의 은행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10분의 긴 콘텐츠를 바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분절해 1편과 2편을 먼저 공개하고 시간을 둔 상태에서 3편을 공개, 이어 나머지를 소셜확장 전략으로 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모바일의 정확한 특성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철학이 카카오뱅크로 이어졌고, 기존 은행권을 강타하는 메기가 됐다.

카카오뱅크는 여세를 몰아 더욱 강력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최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2019년 7월 기준 계좌 개설 고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올해 3월말 고객수는 1200만명”이라면서 “지금도 하루 1만명, 매월 20만명에서 30만명이 계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고객 순증은 지난 분기 대비 25% 늘었으며 월간 사용자(MAU)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를 통한 이체 건수는 4억9000만건, 이체 금액은 134조원으로 2018년 대비 90% 이상 증가했으며 체크카드 결제금액은 80%, 외화송금 건수도 70%나 늘었다”면서 “지난해 계좌 보유 고객이 56% 증가할 때 고객들의 활동 증가율은 최대 90%”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어 “순이익 규모는 대형 은행에 비하면 낮지만 자산규모는 22조7000억원”이라면서 “카카오뱅크는 더 크게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2.0 시대를 맞아 1.0 버전의 사용성은 유지하면서 고객들의 앱 사용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편리성을 더 강화하여 새로운 사용 경험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홈화면에 계좌 편집 기능을 통해 고객은 보고 싶은 계좌만 노출할 수 있고, 통장 잔고를 숨길 수 있는 ‘금액 숨기기’ 기능 등 화면 편집 기능이 추가됐다. 사용빈도가 높았던 ‘내계좌(자산현황)’은 홈 화면의 좌측 상단으로 재배치했고 올해 상반기말 출시할 오픈뱅킹 서비스도 내계좌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UX(User Experience) 강화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을 쥐고 엄지손가락이 닿는 범위(엄지영역, Thumb zone) 내 메뉴 탭을 두는 한편 알림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신선영 카카오뱅크 서비스팀 홈개편 TF장은 “카카오뱅크 1,000만 고객의 앱 사용 흐름과 패턴이 담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체와 조회 등의 기능을 강화하고, 이용이 저조한 부분은 개편하거나 축소하는 등 더 빠르고 심플하며, 더 편리한 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등 테크핀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은행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장 인터넷전문은행 쇼크를 겪은 상태에서, 최근 네이버가 네이버통장을 출시하자 은행들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수시입출금 CMA 통장으로 출시했으며 예치금 보관에 따른 3% 수익을 보장한다. 전월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100만원까지 세전 연 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며, 출시를 맞아 8월 31일까지는 전월 실적 조건 없이 100만원 내 연 3%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9월 1일부터는 전월 결제 금액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연 3%, 월 10만원 미만이면 연 1%의 수익률이 적용된다.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의 더블 혜택을 제공하며 네이버앱 내에서 신분증만으로 쉽고 빠르게 통장 가입을 진행할 수 있다. 최근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연 3%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들이 네이버통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마냥 편하지 않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CMA 상품이면서 통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비판하는 한편, 네이버가 사실상 네이버통장을 통해 은행업에 본격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이 네이버통장의 통장 명칭 사용 여부를 두고 위법성을 판단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특히 네이버통장은 그 자체로도 위협적이지만,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강력한 플랫폼 전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네이버페이의 월 결제자만 1250만명이며 분기 결제액은 5조원 이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 서비스 전반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이 가동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 출처=핀크

통신사 주도의 테크핀마저
SK텔레콤과 핀크(Finnq)가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1금융권 중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입출금 금융상품인 ‘T이득통장’을 15일 출시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T이득통장은 자유입출금 통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최대 2%의 파격적인 금리를 복리로 제공하는 통신사 주도의 테크핀 상품이다. 만 17세 이상,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SK텔레콤 이용 고객이면 핀크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핀크앱 실행 후 T이득통장 상품을 선택한 뒤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으로 비대면 인증을 마치면 간단하게 가입이 완료된다. 

가입 이후에도 별도 은행앱 설치 필요없이 핀크앱을 통해 자유롭게 입출금 관리를 할 수 있다. SK텔레콤 이동통신 회선을 유지하고 KDB산업은행 마케팅 정보 활용에 동의한 고객은 T이득통장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의 금리를 적용 받게 된다.

핀크 권영탁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불안정해진 금융 환경에서 고객을 위한 포용적 금융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결과 T이득통장 출시를 결정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제휴를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 진정한 가치를 담을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한명진 MNO마케팅그룹장은 “기준 금리가 낮아지는 금융 시장 환경에서 T이득통장을 통해 고객에게 고금리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SK텔레콤은 금융뿐 아니라 고객 생활영역 전반에서 다양한 제휴혜택을 제공해 통신 서비스의 혁신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부터 네이버통장 및 통신사 주도의 핀크 T1이득통장까지. 테크핀 기업들의 진격이 거세지며 제로금리에서 길을 잃은 2030 세대를 강하게 품어가는 모양새다.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