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SK바이오팜이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CNS 신약 2종을 시작으로 소아 뇌전증 치료제, 항암 신약까지 CNS 치료제 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게다가 CNS 신약 개발부터 임상, 허가, 판매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상업화에 성공한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로 주목을 받고 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15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구축한 연구개발(R&D)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우리나라 신약개발 사업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내달 유가증권 상장을 앞두고 15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회사의 성장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SK바이오팜

FDA 인정한 신약 '세노바메이트', 시작에 불과

SK바이오팜은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는 SK의 100% 자회사로 중추신경계 분야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치료제인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이다.

이중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지난달부터 미국 현지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제품 출시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단기간에 큰 폭의 매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세노바메이트가 경쟁 약물 대비 발작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공신력 있는 국제 확술지에 잇달아 게재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조정우 대표는 "세노바메이트가 출시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처방률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회사는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재화하고 미국 내 직판 체제를 구축해 수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에 110여명의 영업조직을 구성했다. 이들 영업조직은 과거 뇌전증 치료제를 판매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내 뇌전증 센터 234개, 뇌전증 관련 의료진 1만3000여 명을 공략할 방침이다.

유럽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진출을 위해 지난해 2월 아벨 테라퓨틱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아벨 테라퓨틱스는 유럽 현지 허가와 판매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내년 상반기 유럽에서 허가를 받아 판매까지 이뤄질 경우 SK바이오팜은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다.

▲ 세노바메이트 매출 추정. 출처=삼성증권

뇌전증은 특정한 유발요인 없이 경련이나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CDC에 따르면 전 세계 뇌전증 환자 수는 약 650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만 약 340 만명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150억 달러 이상으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뇌전증의 발작 증세 자체를 완치하는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에 뇌전증 치료는 발작을 최대한 예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한가지 약물로 증상 조절이 쉽지 않아 여러 치료제를 병용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시험에서 28%의 환자가 약물치료의 유지기간 동안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완전발작소실’을 보였다. 2~5%대의 낮은 완전발작소실 비율을 기록했던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

관련 업계는 세노바메이트가 연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UCB 제약의 '빔펫' 등 3세대 뇌전증 치료제와 경쟁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빔펫은 2022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시장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 엑스코프리 입장에서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다.

조 대표는 "뇌전증 관련 주요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2년 이내로 예정돼 있다"면서 "타사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는 사례가 없으며 한 5년 내에는 경쟁 약물이 보이지 않는다. 세노바메이트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뇌전증 환자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부분발작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나머지 40%가 앓고 있는 전신발작까지 적응증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모든 뇌전증 환자에게 적용되는 완벽한 치료제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조 대표는 “세노바메이트는 부분발작 치료제로 승인받았지만 오프라벨로 전신 발작에도 처방이 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전신발작 임상시험을 통해 2023~2024년에 추가적인 적응증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SK바이오팜의 핵심 성장 전략. 출처=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은 현재 세노바메이트에 이어 소아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카리스바메이트는 지난 2017년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소아 뇌전증 치료제로 미국에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카리스바메이트는 동물 시험에서 약효가 긍정적으로 나왔고, 뇌전증뿐 아니라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 가능성을 보고 개발하고 있다"며 "치료제가 급한 질환이라 신속승인 등 보다 빠른 임상 진행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향후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 역량을 뇌암 및 전이성 뇌종양에 대한 항암 치료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추신경계는 약물 투과를 방해하는 뇌, 혈관 장벽으로 인해 효과적인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이 다년간 쌓아온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뇌종양 치료제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대표는 "향후 중추신경계 질환 및 항암 분야의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