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다 18개 품목 아태 지역 권리 3324억원 인수

바이오시밀러에 케미칼 더해 품목 다변화

공매도 물량 1202만8544개서 890만7716개로 줄어

▲ 셀트리온이 글로벌 화학합성의약품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셀트리온제약 청주공장. 출처=셀트리온제약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셀트리온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3324억원을 들여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의 주요 화학합성의약품(케미컬) 18개 품목에 대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판매 등 권리를 확보했다.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에 화학합성의약품을 더해 사업 구조를 다변화한 셈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공매도 물량도 공매도 금지 기간 중에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M&A가 합병을 위한 포석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M&A 통해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 가시화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일부 제품군에 대해 권리 자산을 인수하는 3324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한국,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ETC) 및 일반의약품(OTC) 제품의 특허 및 상표, 판매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의약품 매출은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약 1700억원 규모를 나타냈다.

이번 M&A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에 케미컬 의약품을 더해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9년 한서제약을 인수하면서 셀트리온제약을 출범시켰다. 셀트리온제약은 자회사인 셀트리온화학연구소 등을 합병하면서 케미컬 부문에서 몸집을 불렸다.

▲ 셀트리온제약이 판매 중인 간장용제 '고덱스'. 출처=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제약의 주요 제품인 간장용제 ‘고덱스’는 지난해 593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국내 간장용제 원외처방액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9.3% 성장한 규모다. 고덱스는 2015년 4분기 간장용제 원외처방액 1위에 등극한 후 지속해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 합병을 통해 주요 품목이 없던 만성질환 치료제 부문과 유명 OTC 부문을 확보하게 됐다. 다케다로부터 인수하는 의약품 품목 중에는 당뇨 치료제 ‘네시아’ 및 ‘액토스’,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종합감기약 ‘화이투벤’,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등 브랜드가 공고한 약이 포함됐다.

미래에셋대우 김태희 애널리스트는 “선진 시장과 중국 판권이 빠졌으며, 대부분 제품의 글로벌 매출액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면서도 “올해 1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이 약 6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되지 않는 적절한 투자였으며, 해당 국가에서는 제약시장의 높은 성장률로 양수 품목의 매출액이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3.9% 성장해왔다. 부정적인 부분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셀트리온은 또 자체 개발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에이즈) 치료제 ‘CT-G7’ 등을 통해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를 본격 진행 중이기도 하다. 바이오시밀러에 케미컬 부문을 더해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M&A를 통한 글로벌 사업 영역 확대는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바이오에 집중하다 비교적 취약했던 케미컬과 OTC도 제대로 갖추게 됐다고 본다”면서 “아시아ㆍ태평양 영향력은 케미컬로는 시기상조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로 순항하고 있으니 이 같은 신뢰도와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바이오협회 황주리 부문장은 “의약품위탁생산(CMO) 기반의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에서도 이제 CMO 기반의 종합 글로벌 제약사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그룹 합병 폭풍전야?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셀트리온의 광폭 행보가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를 올려두려는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 따른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 16일부터 증시 안정 조치의 일환으로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6개월간 전면 금지했다. 공매도 재개까지는 약 100일이 남은 셈이다. 신한금융투자 최유준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로 볼 때 공매도 금지의 코스피 부양 효과는 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셀트리온그룹 공매도 잔고 수량 증감 추이(단위 주). 출처=네이버증권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3월 16일 1202만8544주에서 이달 10일을 기준으로 884만596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449만4234주에서 311만922개, 셀트리온제약은 105만8748개에서 63만8557개로 줄었다. 셀트리온그룹이 모두 공매도 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공매도 금지가 연장될 가능성도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연장이 필요하면 남은 석 달 동안 잘 소통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이번 M&A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 해외 판매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국내 판매는 셀트리온제약이 담당한다. 셀트리온은 이들이 해당 지역 판매를 통해 얻은 순수익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처럼 받는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및 공매도 물량과 관련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에 힘을 더하는 M&A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면서도 “3사 합병을 위해서는 몸집을 너무 키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