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021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여당 절대다수’ 국회 구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에 무게를 두는 현 정부의 기조가 논의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재계는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를 근거로 들며 임금인상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번 논의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임금의 인상을 반대하고 있어 이전과는 다른 국면이 예상된다. 

정부·여당 ‘일관된 기조’ 

최근 여당은 대기업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여러 법안들을 발의하겠다고 공표했다. 대표적인 법안이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상법 개정안은 대기업 총수들의 권한을 견제하는 것 그리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에 대한 고발이나 소송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러한 기조는 최근 삼성, LG, 한화, LS와 관련된 정부 기관의 강도 높은 수사로 잘 드러났다.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막기 위한 반대 성명서를 내서 정부 측에 경제계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기업계의 항의에도 여당은 일관된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지난 11일 개최된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기업 태스크포스(TF)’에서도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인사들과 코로나19와 관련된 현안과 대책을 논의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기업들에 대한 산업·고용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용진 위원은 “코로나19로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의 극복을 지원하는 정책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라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중소협력업체의 코로나 피해복구를 지원하는 것에 대기업들은 사내 유보금으로 협력해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 국회에서 대기업 견제를 전제로 하는 여러 법안들은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으로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는 강경함은 이후의 최저임금 논의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중소기업 “최저임금 인상, 우리도 힘들다”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기대하는 효과는 중소기업이 주체가 되는 경제 활성화와 중소상공인들의 상권 보장이다. 그러나 이번 최저임금 논의에 대해서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고용 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 조사>라는 이름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기중앙회는 조사의 목적에 대해 “최저임금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600개 업체들을 대상으로 고용상황의 애로 실태를 파악해 정부지원과 최저임금 결정 대응 등 관련 정책을 도출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했다”라고 밝혔다. 

▲ 2021년 최저임금에 대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의견. 출처= 중소기업중앙회

최저임금에 대한 각 기업들의 의견을 묻는 질의에서 응답 기업의 88.1%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와 같거나 올해보다 낮아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88.1% 중 ‘동결’ 의견은 80.8%, ‘인하’ 의견은 7.3%를 차지했다. 그 외 “1% 내외 인상”은 전체 응답의 9.2%, “2~3% 이내 인상”은 전체 2.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을 가정할 때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신규채용 축소’와 ‘감원·구조조정’으로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2021년 최저임금이 올해(8590원) 보다 인상될 경우의 대응방안을 묻는 설문에 대해 기업들의 44%는 ‘신규채용 축소’, 14.8%는 ‘감원 등 구조조정’이라고 답했다.

본 설문조사의 결과는 대기업 견제 성향이 강한 정부의 기조가 정작 육성의 대상인 국내 중소기업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간 최저임금의 인상에 무게가 실린 것에는 소비자들의 필수 소비재의 물가 상승과 상관관계가 적다는 의견이 반영돼왔다. 그러나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학계의 연구 결과가 나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부 송헌재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최저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주제의 연구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1% 인상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07% 증가하고, 주요 외식비 연간 인상금액에는 최대 39.6%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 경제상황의 여러 조건을 전제한 최저임금의 인상은 소득하위계층의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나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는 생활밀착형 소비재 물가의 상승을 이끄는 것이다.

▲ 출처= 서울시립대학교 송헌재 교수/한국경제연구원

이를 근거로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최저임금의 상승은 소득하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식비 등 생활밀착형 소비재의 물가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최저임금의 인상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라고 의견을 냈다. 

중소기업과 학계의 반응은 앞으로 정부가 이끌 경제정책의 방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근거로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에 맞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여러 악재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2%대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대비로는 마이너스(-1.4%)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정부와 여당, 노동계가 강조하고 있는 '5%대'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우리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