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자본 확충을 결정했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과 채권단의 줄다리기로 매각작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극한의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매각작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 않는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본 확충 드라이브… 코로나19 여파

15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를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발행할 주식 총수를 기존 8억주에서 13억주로 대폭 늘렸다. 또한 CB 발행한도 역시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도 이날 임시 주총을 열고 발행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2억주로 늘리고, 전환사채 발행에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자본 확충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이날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주총 인사말을 통해 “올해 1분기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는 표면적 이유일 뿐 길어지는 매각 작업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금 확충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인수 주체인 HDC현산과 채권단 측은 아슬아슬한 핑퐁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HDC현산 측이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채권단에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채권단은 HDC가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며 공을 떠넘긴 상황. 설상가상으로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의 갈등도 감지되고 있다. HDC현산측이 매각 재협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 삼자, 아시아나항공은 그간 HDC현산 경영진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제공해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19%였던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올 1분기 94%까지 늘어나며 100% 완전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해있다. 아울러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6280%로, 전 분기(1387%)의 4.5배 가량 증가했다. 부채 규모 또한 전 분기 12조5951억원에서 13조24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당기순손실 역시 2019년 12월말 공시 대비 증가된 2019년 순손실과 2020년 1분기 당기순손실을 합해 모두 8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올해 극적인 반등이 어려운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의 재무상태 또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에어서울의 경우 2017년 300억원 규모였던 부채총계는 지난해 약 37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9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올 들어 코로나19로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40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매각 지연에 살 길 찾아 삼만리… 추가 자구안 나올까? 

당초 시장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후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HDC현산도 당초 2조1771억원의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을 300% 아래로 낮추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HDC현산이 돌연 매각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4월부터 아예 전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사용하도록 해 절반의 인력으로만 운영하는 등 고강도의 자구안을 실행 중이다. 추가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지난 4월 1조7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도 결정됐다. 

다음 달부터는 인천~오사카와 런던, 파리, 이스탄불 등 국제선 노선 운항도 재개할 방침이다. 항공 화물 수요 증가세에 따른 조치다. 다만, 코로나19 등 변수가 많아 운항 스케줄이 확정 되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까지 버티기 위해 당분간 할 수 있는 모든 자구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각이 길어질수록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기업가치도 훼손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검토’에서 ‘미확정검토’로 변경하기도 했다. 유류비 부담 완화, 화물 단가 상승 및 비용 통제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큰 폭의 이익창출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HDC현산의 유상증자 역시 지연될 전망이어서 사업 정상화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채권단으로부터 1조7000억원의 지원이 결정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단기적인 유동성 마련에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재무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기간산업 안정 기금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매각 완주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생존 자체가 시급해진 만큼 다양한 자구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