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자라 경방타임스퀘어점 내 구비된 향수 진열대에서 한 고객이 시향하고 있다. 사진=이혜라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코노믹리뷰=이혜라 기자] #. 15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자라 경방 타임스퀘어점. 매장 계산대 앞 향수 진열 코너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지난 달 론칭한 '자라X조말론' 향수를 시향하는 사람들이었다. 한 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30여명의 고객이 론칭 향수를 시향했고, 일부 인원은 구매했다. 한 매장 직원은 "론칭 날 품절사태가 있었다. 론칭 2주차까지도 입고가 되는 즉시 품절되는 등 인기가 폭발적"이라며 "매장에 구비되지 않아 사지 못한 고객은 온라인몰에서 주문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패션업체들의 '향수사랑'에 빠졌다. 유명 향수 브랜드 창립자와 협업 상품을 내놓거나 향수지향적 마케팅으로 브랜드 전략을 수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자라는 지난달 14일 국내에서 니치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 창립자이자 조향사인 조 말론 여사와 협업한 향수 '이모션스 컬렉션'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국내에서 출시된 향수는 총 7종으로, 런던‧파리 등 유럽 지역에선 지난해 11월 먼저 출시됐다. 

이번 협업에서 조 말론 여사는 향수 제작에 관해 전권을 행사하고, 자라가 제조와 유통을 맡았다. 소비자들은 유명 향수 브랜드 창립자가 만든 합리적인 가격대의 향수를 반겼다. 조 말론 런던의 향수는 100ml 기준 가격이 20만원대에 달하지만, 자라 향수 컬렉션은 90ml기준으로 4만9000원에 출시, 5분의 1 가격에 제공됐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출시 전부터 해외직구 등을 통해 향수를 미리 구매하며 관심을 가졌다. 국내 출시 한달째인 현재도 인기 향은 일부 매장에서 품절되는 분위기다. 자라는 주문을 받고 추가 입고를 진행해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 리뉴얼 오픈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내 불리1803 매장. 출처=LF

생활문화기업 LF가 전개하는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1803'도 향수를 전면에 내세우는 중이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위치한 '불리1803' 매장은 리뉴얼 오픈하면서 향수 품목을 대거 전면에 배치했다.

통상 핸드크림이나 바디오일 등을 내세웠던 기존 매장과 다른 전략을 보이는 것이다. 향수 제품 아래에는 에어 펌프가 달린 서랍도 구성했다. 상품 진열도 '향수 지향적'으로 바꿔 소비자들이 보다 효과적인 시향을 가능토록 했다. 한번의 펌핑으로 적정량이 분사된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불리1803'의 달라진 행보는 니치 향수 품목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올해 4월까지 불리1803 니치 향수 품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0% 성장했다. LF 관계자는 "니치향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하는 일환으로 전략 수정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향수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품 패션업체 몽클레르도 향수 제작에 나선다. 최근 몽클레르는 향수 및 화장품 제조사인 인터퍼퓸과 향수 제작을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인터퍼퓸은 향수와 향에 관련한 제품들을 제작한다. 향후 제품들은 몽클레르 단독 매장뿐 아니라 백화점 매장과 면세점을 통해 유통될 계획이다. 

패션업계의 변화된 전략은 최근 소비 시장이 움츠러 들었지만, 향수 시장은 확장세를 보인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 글로벌 조사기관 리서치&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향수 시장은 연 평균 3.6%씩 성장해 2024년에 약 480억 달러(약 58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 규모도 2013년 44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000억원을 넘어섰다. 향후에도 연 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엔 시장 규모 65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의류, 신발을 넘어 특별한 향으로 개성을 더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도 업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량 시장용 향수보다 니치향수에 대한 마켓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내 백화점업계에서는 니치향수 브랜드가 작년 기준 20~50% 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 이렇듯 소비자들의 수요와 트렌드가 업체에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은 사치의 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향수 수요와의 연관성을 따져볼 수 있다"며 "소비자 수요는 곧 업체의 공급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런 면에서 패션업체들의 향수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