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이 빠르게 바뀌면 사람들은 새로운 욕구를 갖게 되고 이는 기업이 새롭게 구축해야 할 것들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출처= Frick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페이스북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 게시물에 대한 조치를 거부하면서 격렬한 내부 반발과 비판에 부딪친 가운데에서도 페이스북은 지난 4월 인도 통신재벌 릴라이언스의 유통기업 지오(Jio)에 57억 달러(7조원)를 투자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 승차공유앱 고젝(Gojek)에도 ‘유의미한’ 규모의 투자를 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5월에도 GIF 이미지 공유서비스 회사 지피(Giphy)를 4억 달러에 인수했고 수 백만 달러를 들여 아프리카를 감싸는 2만 3000마일(3만 7000km)의 해저 광케이블을 건설한다. 페이스북은 또 지난 11일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벤처캐피털 펀드도 개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 대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올해 최소 4개 업체를 사들였고 신형 아이폰을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개의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를 인수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프라임 배송을 위해 더 많은 항공기를 임대했고, 지난 3월 이후 17만 5천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구글은 새로운 메시지와 비디오 기능을 공개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로 인한 불황으로 휘청거리고 수십 개의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하는 상황 속에서도 기술 대기업들은 여전히 엄청난 이윤을 내고 수년 동안 기업 지배력을 과시하며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크고 더 강력한 미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이른 바 FAAAM.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 오락, 사랑하는 사람들과 계속 연결하기 위해 이들에게 더 의지하게 되었다. 이들 회사의 고객 이용은 치솟은 반면 다른 산업들은 더욱 긴축되면서 이들은 새로운 투자 연료를 더 많이 축적했다.

워싱턴과 유럽의 국회의원과 규제당국은 이러한 거대 기술기업의 권력 집중과 그들이 소규모 경쟁자들에게 입힌 피해, 부정행위의 확산 같은 이슈에 경종을 울리고 있지만 기술 거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경기가 침체되는 시기에는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옳다고 항상 믿어왔다"며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욕구를 갖게 되고, 이는 기업이 새롭게 건설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아마존은 이달 보잉 767기 12대를 추가 임대해 프라임 항공기를 80대로 늘린다고 밝혔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경제적 고통의 시기에 성장세가 위축되면, 기술 대기업들은 종종 투자를 더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IBM은 1990년대 불황을 이용해 하드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회사로 방향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오늘날 아이폰으로 컴퓨터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애플은 2000년대 초반 금융위기 침체기 2년 동안 연구개발 예산을 두 배로 늘렸다. 이 덕분에 1990년대 후반에 거의 파산할 뻔했던 이 회사는 아이팟 음악 플레이어와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에 이어 아이폰, 앱 스토어에 이르기까지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인터넷 산업 블로그인 더 마진스(The Margins)의 기술 해설자 란잔 로이는 “기술 대기업들이 지금 더 공격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기술기업들이 규제당국으로부터 어떤 압박도 받지 않는다면, 이들은 코로나 대유행 동안 의심할 여지없이 더욱 강력하게 나올 것입니다. 그들은 불확실한 기간에 지출을 늘림으로써 위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거인들은 현금이 풍부하다. 금융공시를 집계한 결과 이들은 5570억달러의 현금 뭉치 위에 앉아 있으며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지난해와 비슷한 인수 및 투자 채비를 갖추고 있다. 회계법인 PwC에 따르면 이들은 또 지난 10년 동안 연구개발(R&D)에 돈을 가장 많이 지출한 회사들이다.

앞서 언급한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뿐 아니라 1930억 달러(234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도 현금 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애플은 올해에만 인기 날씨 스마트폰 앱인 다크스카이(DarkSky), 가상현실(VR) 회사 넥스트VR(NextVR), 디지털 도우미 및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회사 보이시스(Voysis), 인공지능 스타트업 Xnor.ai 등을 인수했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CEO는 회사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벤처 투자가 마크 안드레센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드레센은 지난 4월 '지금은 구축할 때'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에서 "우리는 정치 지도자들, CEO들, 기업가들,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저커버그는 안드레센이 말한 것, 바로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드레센의 말에서 '투자의 책임과 의무'를 느꼈다며 "우리는 다행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