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회장, 취임 6개월 맞이 금투協...업무 ‘첩첩산중’
불완전판매 피해 줄이기 위해 사모펀드 내부통제 역량 제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강화 1~2년 유예해야
금투協 적극적인 협상자·중재자로 만드는 것이 목표
ARFP 법제화, 국내 펀드 글로벌 진출 계기

▲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사진=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올해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라임펀드‧DLF(파생결합펀드)사태와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순탄치 못한 상반기를 마무리 중이다. 특히 자본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해외 증시까지 대폭락하며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곳곳에서 험로가 펼쳐진 시장에서 금투협은 새로운 사령탑으로 나재철 금투협회장을 세웠다. 지난 1월 2일 취임해 이제 6개월 차인 나재철 회장은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 회장은 “협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여러모로 바쁘게 상반기를 보냈다”며 “올해 초부터 한국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는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과제와 계획들 속에서 <이코노믹리뷰>가 찾은 나 회장의 집무실은 분주했다. 나 회장의 집무실은 업무 보고 등을 위한 직원들만 오갔으며, 책상에는 검토해야 할 업무 서류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라임펀드·DLF 사태 등 취임 초반부터 ‘첩첩산중’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던 때와 달리 협회장은 업무의 범위부터가 다르다. 금투협은 업계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정책, 금융당국 등을 포함해 자본시장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야 한다. 이에 나 회장은 “사안별로 새로 배우고 시작한다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 회장은 금투협의 새로운 직무에 완전히 적응하기도 전에 큰 과제를 떠안았다. 바로 라임펀드, 파생결합펀드(DLF) 등 자본시장 신뢰도 저하를 가져온 사고다. 나 회장은 불완전판매의 재발을 방지하고, 하락한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책무를 부여 받았다.

그러나 불완전판매는 금투협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판매사와 운용사 등 자본시장 내 모든 이해관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나 회장은 “협회에서도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 있도록 전문사모운용사의 내부통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금투협은 이를 실행하고자 최근 전문사모운용사들의 준범감시인들을 위한 교육 과정 등을 비롯해 내부통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멤버십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사진=임형택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서는 사모펀드가 각종 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나 회장은 “사모펀드는 모험자본 공급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모펀드 시장이 더욱 건전화되고 성숙되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의 충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단기자금시장은 유동성 경색이 일어난 것이다. 나 회장이 금투협으로 합류하자마자 대형 악재가 겹쳤다. 산 하나를 넘으니 또 다른 산이 있는 ‘첩첩산중’으로 표현된다.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은 지난 3월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락과 1분기 말 자금수요의 급증이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의 급락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 자산에 대한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하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 같은 요청은 일시에 대량 발생해 원화와 외화자금 수요가 급증했다. 자본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여기에 대해 나 회장은 “다행히도 특정 금융회사의 경영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당국과 긴급하게 협의를 해 콜차입 운용 한도를 확대했다”며 “한국은행과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 확대를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수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투협회장 취임 초반부터 산전수전 모두 겪은 나 회장은 일련의 사건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금융당국과도 계속 소통하고 있다.

“적극적인 협상자·중재자로 만드는 것이 목표”

나 회장은 취임일성으로 금투협이 조율자 역할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협상자이자 중재자로서 역할을 제시했다. 이는 나 회장이 취임 전 금투협의 회원이사 자격으로 지켜봤기에 품은 목표다.

그러나 나 회장은 업무를 추진해보니 금투협이 당초 예상과 달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금투협의 업무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았던 것이다.

나 회장은 “적극적인 협상자이자 중재자인 협회를 만들기 위해 취임 이후 회원사에 대한 소통과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업계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반영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역설했다.

금투협은 지난 2월 올해 첫 조직개편을 시행했고, 증권선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부문별 대표제를 도입했다. 이 조직개편은 각 업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소신 있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안배했다는 게 나 회장의 설명이다.

▲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사진=임형택 기자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부분도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떨어진 퇴직연금제도 개편이다. 나 회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디폴트옵션제도의 도입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많은 논의가 됐지만 아쉽게도 지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두 제도는 국민의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 지원을 위한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투협은 관련 개정안들이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나 회장은 “21대 국회도 개원하게 된 만큼 하반기에는 자본시장의 여러 과제 해결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이번에는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낙관했다.

자본시장의 과세 체계 개편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현재 자본시장의 과세 체계 개편은 진행형이다.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은 2021년 4월부터 3억원으로 낮아져 규제가 더욱 강화되며, 자본시장의 흐름을 막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나 회장은 “자본시장의 과세체계에 대한 접근은 투자자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조세 중립성‧형평성‧국제적 정합성 등에 부합할 수 있도록 복잡한 체계를 일원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손익통산과 손실이월의 틀이 갖춰지면 상품별 부과된 과세 체계가 일원화된다. 일원화된 과세 체계는 장기 보유 비과세 지원 등을 통해 장기 투자가 정착되고 전반적인 시장이 건전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나 회장의 지론이다.

나 회장은 “적절한 과세체계 개편 틀이 마련된다면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을 낮추는 시점을 1~2년 유예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본시장에서 양도소득세는 증권거래세 부과와 맞물려 이중과세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사진=임형택 기자

나 회장은 선거 공약이었던 ‘모험투자‧혁신기업 발굴 강화’를 통해 미래역량을 확보하는데 힘쓰고 있다. 나 회장이 합류한 금투협의 추진 방향은 창업부터 성숙기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성장주기에 맞춰 맞춤형 자금공급이 가능한 사이클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 회장은 “혁신기업의 발굴과 모험자본 공급의 선순환, 제도권 회수시장의 육성 등을 위해 K-OTC 제도‧인프라 개선 등을 해결하고자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필요한 제도 개선 발전 방향도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 모험자본 공급의 주요 축 중 하나인 사모펀드시장의 건전화를 위해서도 금융위원회의 제도개선 방안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 개방으로 글로벌化 추진 절실

나 회장은 금투협으로 자리를 옮긴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잇따라 터진 대형 이슈를 몸소 체험했고, 또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나 회장은 “올 한해는 정말 쉽지 않은 해가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럴 때 일수록 자본시장의 신뢰회복과 금융투자산업의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돌파구도 모색할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사진=임형택 기자

아울러 나 회장은 국내 자본시장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나 회장은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은 전반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금융투자회사들의 해외진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반면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진입은 정체되고 있으며, 오히려 영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개방에서 아시아 경쟁 국가인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에 비해 뒤쳐져 있다. 여기에 중국 역시 자본시장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어 전반적인 자본시장 경쟁력 위기까지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자본시장의 경우 국제경쟁력 향상과 글로벌화 추진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게 나 회장의 진단이다.

나 회장은 “이들과 경쟁하려면 금융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상대적 우위에 있는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핀테크 산업 등의 지원기반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와 관련된 법령 정비 등 제도적인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나 회장의 분석이다.

이어 나 회장은 “아시아 펀드패스포트(ARFP)가 법제화돼 많은 회사들이 준비하고 있다”며 “해외 펀드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다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이를 기회로 좋은 국내 펀드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사진=임형택 기자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재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제 상황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더불어 경제성장률 둔화 등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가 아직 가득하다.

나 회장은 “주식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동학개미운동)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금투협은 다양한 외부변수를 수시로 점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감독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나 회장은 전반적인 시장의 흐름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나 회장은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금융투자회사들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돌파구도 동시에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