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컴퍼니 본사 쇼룸에서 직원이 버튼(빨간 점선)만 누르면 수온, 물의 세기와 시간 등 욕실의 모든 기능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욕실 제품 ‘로얄 컴바스’를 리모컨으로 시연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국내 욕실시장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주거환경이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로 바뀌면서 욕실이 2개인 곳이 늘다보니 1조원 안팎의 부엌가구 시장보다 오히려 규모가 크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문화적 욕구가 상승함에 따라 사람들은 욕실에서 테라피, TV, 음악감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데 눈을 뜬다. 디지털화된 첨단시스템을 통해 실용성과 기능성을 고려한 ‘스마트 욕실’이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받는 본격적인 시대가 열린 것이다.

3살정도 되는 귀여운 아이가 혼자 샤워실로 들어간다. 비누방울 놀이를 하던 아이를 지켜보던 엄마는 욕실 밖에서 리모컨으로 샤워기를 튼다. 갑자기 위에서 물이 떨어지니 신이 난 아이.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 엄마는 물 온도를 미리 40도로 설정해 놨다.

아이의 요구에 따라 마루에 있는 엄마는 리모컨으로 물 온도와 세기를 조절해 준다. 샤워타임을 5분으로 맞춰놓은 후 엄마는 책을 보고 아이는 물장난을 치며 샤워를 즐긴다. 5분이 지나자 자동으로 물이 꺼지고 재미있게 물장난을 치며 목욕을 끝낸 아이는 팔랑팔랑 샤워부스 문을 열고 나온다.

리모컨으로 샤워기 조절, TV·음악감상도 OK
최근 방영된 욕실전문기업 로얄앤컴퍼니의 스마트 욕실시스템 ‘로얄컴바스’ 광고스토리다. 이 광고는 최근 욕실산업의 디지털 기술이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로얄컴바스’ 시스템은 욕실에서 물과 함께 하는 모든 것, 즉 샤워, 세면기, 양변기 등을 디지털로 작동시킨다. 샤워기와 세면기 양변기 옆에 전원, 물의 세기, 온도, 시간 등을 조절하는 버튼, 즉 모듈 조작부가 있다. 이 버튼을 미리 눌러 물 온도와 세기, 시간 등을 설정해 놓은 후 전원버튼만 누르면 매일 같은 온도와 수압으로 세면 및 샤워를 할 수 있다.

방수TV가 장착돼 TV,DVD 시청과 인터넷, 음악감상이 가능한 새턴바스의 미래형 욕조 TV-TUB.[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사실 ‘스마트’라는 단어는 IT기술의 대표적인 트렌드가 돼 주거시설 곳곳에 적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욕실만큼은 습기가 높아 물로 인한 합선이나 누전의 위험 가능성 때문에 그동안 디지털 기술의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젠 욕실도 방수시설을 기반으로 첨단 IT기술을 입고 스마트시대에 적응하고 있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욕실은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샤워를 할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변기 높이나 물 온도, 수압 등을 디지털 센서로 조절할 수도 있다. DMB 기능을 탑재한 비데 일체형 스마트도기가 출시되는가 하면 인체 감지 센서가 장착된 위생기능 비데, TV 등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탑재된 욕조 등이 개발되며 욕실 첨단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출시된 비데 일체형 도기 콜러사의 ‘누미(NUMI)’는 사람이 다가서면 덮개가 자동으로 열리고 뒷면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지는 등 일반적 도기의 기능에서 진화한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또한 바닥의 불빛 부분을 밟으면 시트가 자동으로 올라가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등 기존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기능들이 도입됐다. 대림바스의 비데 일체형 스마트도기 ‘스마트렛 프레스티지(SMARTLET Prestige)’ 역시 무선 리모컨인 ‘DMB BATH PAD’를 장착해 욕실에서도 TV를 시청하며 휴식을 취하고,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거나 외국어 공부도 할 수 있다.

한국의 습식 욕실은 세균번식과 미끄럼의 위험성이 높아 최근 바닥에 러그를 깔고 거실처럼 꾸민 건식욕실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납장도 인기다. 사진은 360도 회전으로 4면을 사용할 수 있는 대림바스의 회전형 툴장과 건식욕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그런가하면 미래형 욕조도 눈길을 끈다. 타원형의 현대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욕조는 방수TV가 장착돼 TV, DVD 시청은 물론 인터넷과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욕실전문기업 새턴바스의 제품인 욕조, TV-TUB는 첨단 IT 기술과 항균 기능, 내구성을 높인 신소재(액상 아크릴) 캐스팅 기술을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다만 가격이 600만원 선으로 높은 편이어서 대중화되기에는 좀 이른듯 싶다.

양변기 물 사용은 6ℓ미만, 수납공간은 더 넓게
우리가 용변을 본 후 양변기 물을 한번 내리는데 사용되는 물의 양은 어느 정도 될까?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1회 평균 물 사용량은 무려 9~11ℓ나 된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 1.5ℓ짜리 6병~7병이 양변기 버튼 한 번에 버려지는 셈이다. 때문에 오는 7월부터 시행될 개정 수도법은 7월부터 신축되는 건물에 1회 물 사용량이 6ℓ 이하인 절수형 양변기 시공과 2ℓ이하 소변기를 의무화시켰다.

때문에 욕실업계의 화두는 물 절약 상품 출시다. 대표적으로 대림바스가 지난 해 선보인 ‘스마트렛 700’ 제품이나 로얄앤컴퍼니가 올해 6월 출시할 초 절수형 양변기의 경우, 물 사용량이 국내 최저인 4.5~5ℓ 수준까지 낮아졌다. 신인철 대림바스 디자인팀 과장은 "1회당 4.8ℓ로 물 사용량을 줄인 절수 양변기를 사용하면 가구당 연간 3만5000원의 수도요금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 말한다.

한편 1~2인 가구시대로 소형아파트가 인기를 끌며 욕실의 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반면 욕실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많아지자 효율적인 수납공간이 화두로 올랐다. 로얄앤컴퍼니의 로얄컴바스 제품은 ‘수납의 귀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본 수납장은 물론 칫솔꽂이도 살균기와 함께 수납장 속에 들어있고 이 밖에 휴지걸이, 청소솔, 잡지꽂이까지 수납장 속에 숨어있다. 게다가 샤워기까지 매립형으로 돼있어 사용 후에는 접어서 보관하면 된다.

대림바스에서 눈에 띄는 수납제품은 360도로 회전하는 회전형 톨장이다. 수납장 4면 모두를 용도에 맞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4면의 톨장을 돌리면 한 면에는 욕실 용품을 수납할 수 있도록 선반과 세탁망이 있고 한 면은 전신 거울로 활용할 수 있으며 또 다른 면은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수납할 수 있는 오픈 선반 등 있어 한 공간에서 다양한 기능을 연출할 수 있다.

바닥 건식설계로 욕실 슬리퍼 사라진다
욕실청소를 하다보면 바닥이나 세면대, 양변기 하부 부분이 습기로 인한 곰팡이로 가득차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욕실에서 슬리퍼를 버리라’고 조언한다. 한국 욕실은 대부분 세라믹 타일바닥에 배수구가 있는 습식 욕실이라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미끄러지기 쉬워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때문에 요즘은 건식욕실로 리모델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식욕실은 욕조나 샤워기가 있는 장소에서만 배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욕실업체들은 욕조와 샤워기가 있는 공간과 바닥을 건조하게 유지할 수 있는 양변기와 세면기가 놓인 공간을 분리시키고 욕실을 거실처럼 꾸밀 수 있게 했다. 그러다보니 건식 욕실에 대한 리모델링 문의도 많은데 건식공사는 기존 욕조나 세면대를 철거하고 난방배관공사를 한 뒤 마루나 타일을 깔고 다시 욕조나 세면대 등을 설치하는 공사로 다른 복잡한 공사들에 비해 하루나 이틀 정도의 단시간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

미니인터뷰 | 신인철 대림바스 디자인팀장
“미래 욕실은 건강관리 주치의 될 것”

최근 욕실문화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소형 아파트가 유행하며 평형대가 작아지자 욕실도 좁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 인기다. 예를 들면 평소 사용하지 않는 세면대 하부를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서랍타입의 수납 공간과 측면을 잡지꽂이로 활용하는 식이다. 절수 상품도 업계의 화두다. 오는 7월부터 바뀌는 수도법 개정안은 6ℓ까지 양변기 물을 제한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4.5~5ℓ수준까지 낮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 욕실가전은 비용 등의 문제로 대중화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욕실업계에서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욕실시장 규모와 리모델링에 대한 수요 추세는.
국내 욕실 시장은 연간 2조원대로 그 중 25~30%정도가 리모델링 수요로 추산된다.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욕실에서 테라피, TV, 음악감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욕실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욕실 시장이 아직까지는 비브랜드 중심이지만, 브랜드사들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통해 브랜드 욕실 인테리어 시장도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욕실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그 비용 및 시간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데 대중성을 지향하는 대림바스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림바스는 욕실도 ‘바꾸는 공간’이라는 인식전환을 위해 평형수, 가족구성원, 가격대별로 다양한 ‘바스플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 중 최근에 출시한 센스 1000(실속형)는 위생도기, 수납장, 타일 등 욕실의 모든 것을 바꾸는데 드는 비용을 200만원대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바스플랜으로 욕실을 개조할 경우, 상담에서 시공(바닥, 벽, 천장포함)까지 최소 3일에서 5일 정도면 완료된다.

미래 욕실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 것으로 보는가.
서양에서는 이미 개발돼 시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욕실에도 유비쿼터스 환경이 적용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욕실에서 맥, 호흡, 체온, 혈압 등을 체크하고 이 수치를 병원으로 전송해 화상통화로 검진을 받는 시스템이다. 현재 기술로 볼 때 욕실에서 건강관리를 체크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