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 년 동안 경제 성장이 정체되었던 이유는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술이 그것을 두려워하는 힘에 의해 꾸준히 저항 받아왔기 때문이다.    출처= RYAN JOHNS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최근 정치인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그들은 자동화가 일자리를 빼앗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고 때로는 그 두려움을 조장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다 가져가지 못하도록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모종의 조치’에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기업들이 자동화로 대체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다른 곳에서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등, 기업들이 자동화의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그런 유혹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최근 퓨 리서치(Pew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5%가, 위험한 일 외에는 로봇의 확대 도입을 제한하는 정책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러스트 벨트 세개 주(미시건,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주요 이슈 중 하나가 공장 자동화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는 자동화를 제한하거나 늦추려는 정책에는 높은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말해준다. 1750년 무렵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경제성장의 가속화는,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생산량을 낼 수 있게 해준 자동화 기술의 꾸준한 채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750년 이전에는 세계의 1인당 소득이 두 배가 되는 데 6000년이 걸렸지만, 그 이후 에는 50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역사는 또한 우리에게 지속적인 기술적 진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천 년 동안 경제 성장이 정체되었던 이유는 이 세계가 기술 함정에 빠져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술이, 그것을 두려워하는 힘에 의해 꾸준히 저항 받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에서 지배계급은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의 도입으로 얻는 것이 거의 없고 잃을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정치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일자리를 잃고 화가 난 노동자들이 정부에 반항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산업화된 서방 국가들이 21세기에는 그런 기술 함정에 빠질 일은 없을 거라고? 자동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제안은 오늘날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공개 토론에 포함되어 있다.

역사는 정부가 노동자들을 위해(?) 자동화를 저지하고 결국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서기 69-79년 로마를 통치했던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노예들의 일거리가 없어질 까봐 주피터 신전이 있는 카피톨리누스 언덕까지 기둥을 운반하는 기계 도입을 거부했다. 수세기 후 1551년, 영국은 상당 량의 노동력을 대체할 기모기(gig mill, 起毛機 - 직물면으로부터 털을 긁어 세우는 기계)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17세기에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자동 베틀을 금지했다. 베틀을 사용하는 곳에서 노동자들의 폭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자동화 기술을 활용하지 못한 국가와 제국은 뒤처졌다. 인도와 일본을 비교해보라. 1900년 당시 인도와 일본의 섬유 공장 생산성과 임금은 비슷했다. 그러나 1930년대에 일본은 노동자 1인당 기계 수를 대폭 늘려 세계 최고의 섬유 수출국으로 영국을 추월했고, 인도 섬유산업의 기계화는 영국 총독부의 관세 보호 아래 제자리에 머물렀다. 일본 기업들은 이른바 잉여 노동경제 이론으로 노동자들의 저항을 쉽게 억누를 수 있었지만 협상력을 가지고 있었고 인도 노동자들은 더 많은 기계를 운영하기를 거부했다.

중국이 19세기에 산업화에 실패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기계화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1876년 상하이에서 증기 방적공장을 설립하려는 시도는 중국 노동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1886년 홍콩에서는 재봉틀이 노동자들에 의해 박살이 났다.

그러나 영국은 노동자들을 폭동을 두려워하기 보다 발명가들을 편든 첫 국가다. 그것이 영국이 왜 가장 먼저 산업화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영국은 1769년, 기계 파괴에 대해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을 채택했다.

사람들이 기계를 부수는 것에 대한 영국 정부의 견해는 1779년 랭커셔 폭동이 일어난 후 통과된 결의안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대폭동의 유일한 원인은 면화 제조를 위해 도입한 새로운 기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그 기계 설치로 큰 이익을 보았다. 이 나라에서 그런 기계를 파괴하는 것은 영국의 무역을 크게 손상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물론 자동화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단기적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영국 산업 혁명의 대표적 학자였던 데이비드 랜디스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기계화가 모든 남성들에게 편안함과 번영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수 백만 명의 생계를 파괴하고 그들을 진보의 후미진 곳에서 방치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난 수세기 동안 막대한 부를 창출해 온 자동화에 제한을 가하지 않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대신,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기술적 변화를 보상하고 사람들이 자동화를 수용하기 위해 더 나은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거처럼 기술에 대한 저항이 거세진다는 것을 역사는 냉정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본 기사는 <기술의 함정: 자동화 시대에 자본, 노동, 권력>(The Technology Trap: Capital, Labor, and Power in the Age of Automation)의 저자이자 옥스포드 대학교 마티 스쿨 펠로우인 칼 베네딕트 프레이 박사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기사를 발췌 게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