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미국 시카고행 대한항공 KE037편 여객기에 마스크 167만장이 실린 모습. 출처=대한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항공화물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항공업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며 여객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항공업계의 장기 불황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화물 호조세… 아시아나항공, 흑자 가능성 솔솔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국내 항공사 최초로 기내 좌석 공간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했다. 대상 항공편은 KE307로, 오전 10시 4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B777-300 여객기였다. 회사는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특별 포장된 별도의 가방인 카고시트백(Cargo Seat Bag)을 좌석에 설치, 마스크 167만장을 실어 날랐다. 

항공화물 증가세에 따라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은 지난달부터 여객기 객실 내 천장 수화물칸(오버헤드빈)을 수차례 활용해왔다. 그러나 여객기내 좌석 공간을 활용해 직접 화물을 수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고시트백이 장착된 여객기는 승객 없이 운항한다. 

원래 안전상의 이유로 여객기 전용 화물칸과 객실 내 수하물칸 외에는 짐을 실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항공화물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국토부가 기내 화물 운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는 그야말로 긴 가뭄 속 단비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유례없는 위기에 놓인 가운데 항공화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항공 화물 운송의 50%를 차지하는 여객기 운항이 중단된 데다, 마스크 등 방역·의료장비 등 긴급 수송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최근에는 대기 중이던 일반 화물 수송 비중도 늘고 있다.  

실제 인천공항에 따르면 5월 국제선 여객수는 전년 동기비 98.1% 줄었다. 국제선 화물 운송량도 4.0% 감소했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운송량은 각각 13.5%, 4.3%씩 증가했다. 특히, 전체 화물 수송의 25%를 차지하는 미주노선이 13.4%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늘면서 항공화물 운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5월 아시아발 미주·유럽 화물 운임은 각각 톤당 7.8달러, 5.96달러로 전년동기비 100%, 129.2% 상승했다. 이는 과거 항공화물 호황기였던 2010년과 2017년 보다도 40~70%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깜짝 흑자 전망까지 점쳐진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1조680억원, 영업이익 547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8.81% 감소하지만, 영업익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이 현실화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게 된다. 

▲ 대한항공 A330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있는 모습. 출처=대한항공

단기적으로는 ‘好好’… “코로나19 타개책은 아냐”

하지만 업계에서는 항공화물이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장기 불황은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근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 1분기 기준 항공화물이 항공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대한항공 27.5%, 아시아나항공 26.5%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전체매출의 70% 이상이 여객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국제선이 전년 동기 대비 98%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리스비 등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동성 마련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항공화물 진입이 쉽지 않아 항공화물 수요는 풀서비스캐리어항공사(FSC)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1분기 기준 LCC별 화물 매출 비중을 보면 제주항공 0.75%, 진에어 0.4%, 티웨이항공 0.4%, 에어부산 0.2%로 모두 1%에 미치지 못한다. 

단일 기종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내기 때문에 화물기를 보유하지 않았고, 주력 여객기도 컨테이너 탑재가 어려운 중단거리 기종이기 때문이다. FSC와 달리 전용 화물터미널 등 제반시설도 보유하지 않았다. 화물 수송 노하우도 없다. 

LCC 가운데 화물기 활용에 나서고 있는 곳은 진에어 정도뿐이다. 진에어는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중대형 B777-200ER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말부터 4월 13일까지 인천~타이베이 노선에 투입해 원단·의류와 전기·전자 부품류 등을 모두 6차례에 걸쳐 수송한 바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현재의 수요, 운임이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항공 화물의 경우 국제 교역량, 수출 경기 등 대외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치솟는 운임을 기업들이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본부장은 “지금은 대한항공 등 FSC가 항공화물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항공사들도 이 같은 방식을 차용할 것”이라며 “경쟁이 생기기 시작하면 요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화물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고, 서플라인 체인들이 치솟은 운임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공화물로 단기적으로 버티는 것은 좋은 전략이긴 한데 장기적으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으로선 임시방편에 불과해 항공화물만으로 코로나19를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