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스틸 군산 공장 전경. 출처=SM스틸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SM그룹 철강 계열사인 SM스틸이 업황 침체 속에서도 연산 10만톤 규모의 공장을 준공해 시선을 끈다. 위기 속에서도 차별화된 성장 기회를 찾아 나섰다는 평가다. 다만, 후발 주자로서의 경쟁력 확보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철강업계 도미노 감산인데… SM스틸, 1500억원 투자해 공장 준공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SM스틸은 지난 10일 군산자유무역지역 2만여평 규모의 STS후판 군산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STS후판은 통상 두께 5mm~200mm, 폭 최대 4m, 길이 최대 13m에 달하는 고내식·고내열·고강도의 철판을 말한다. 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의 진공 챔버, 석유 및 특수화학 설비의 각종 탱크, 담수화 플랜트의 후육관, LNG 설비와 운반 선박의 핵심 부품 등으로 쓰이며, 일반 탄소강 후판과 차별화되는 중화학 공업의 핵심 고급소재로 꼽힌다. 

약 1500억원 투자로 지어진 군산공장은 일본 스틸 플랜텍(steel Plantec)의 레벌러(후판의 표면 굴곡을 평탄하게 만드는 장비) 등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그 결과 두께 5mm이하의 극박재는 물론 폭 4000mm까지의 광폭재를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로 생산 가능하다는 게 SM스틸의 설명이다. 회사는 이달 중으로 본격 제품 출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M스틸은 이번 군산공장 준공을 통해 연산 10만톤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회사는 오는 2021년까지 판매 목표 내수 5만톤, 수출 5만톤에 매출 연간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SM스틸의 공격적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방산업 부진과 수요감소로 철강업계가 도미노 감산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오는 16일부터 일부 생산설비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아울러 최근 설비보수공사를 마친 광양 3고로의 재가동 시기도 미뤘다. 현대제철은 1일부터 당진제철소 전기로 박판열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회사의 박판열연 생산이 멈춘 건 2005년 5월 이후 15년 만이다. 재가동 시점은 향후 노사의 논의에 따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도 건설경기 침체로 올 1분기 봉형강 생산량을 크게 줄였으며, 세아베스틸 또한 이달 말부터 탄력적 추가 감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아베스틸은 앞서 1~5일에도 한 차례 군산공장 전기로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 SM스틸 공장에 설치된 최첨단 레벨러. 출처=SM스틸

고사양·중저가 수입재 국산화 기대… 경쟁력 확보·재무체력 강화는 숙제

SM스틸은 감산 대신 공장 준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정반대의 행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업황 침체 속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장의 기회를 찾아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실 STS후판의 시장 규모는 일반 탄소강 후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 STS후판 수요는 약 14만톤 수준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일반 탄소강 후판의 경우 조선소에 공급되는 양만 연간 400만톤에 달한다. 아울러 STS후판의 경우 특수강으로 별도의 정련로를 거치는 등 제작이 까다롭다. 또한 니켈이나 크롬 등을 추가해 특수한 성질을 부여하기 때문에 설비나 원재료 비도 높다. 단, 고급 소재 인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STS후판 생산업체인 DKC가 전체 수요의 절반 정도를 독점 생산·공급 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인 약 7만톤은 외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SM스틸은 여기서 기회를 찾았다. 전체 규모는 작을지언정 경쟁자가 적은 시장에 뛰어들어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국내 생산기술 부족과 설비능력 부족으로 수입이 불가피했던 1~2만톤의 고사양 수입재와 4~5만톤의 중저가 수입재를 국산으로 대체 할 경우 수익성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1월 STS후판 제조사업 진출을 선언했으며, 같은 해 4월엔 특수강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신광하이메탈과 합병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기울여왔다. 종합 철강 회사로서의 도약 의지를 담아 7월에는 SM스틸로 사명을 바꿨으며, 이달 1일에는 영업부문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다만, 기존 시장 독점자인 DKC에 앞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하느냐는 숙제다. 가격이나 제품의 경쟁력이 확실히 갖춰져야지만 공급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출혈경쟁이나 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고 이로 인한 수요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무 체력 강화에도 신경 써야 한다. 최근 3년(2017~2019)간 SM스틸의 총차입금(금융리스부채포함) 규모는 28억7200만원에서 559억800만원, 지난해 982억1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이에 따른 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21.4%에서 24.0%, 28.4%로 늘어났다. 

SM스틸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진행한 사항은 아니고 지난해부터 STS후판 부문 사업을 강화하면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당초 2월 준공을 목표로 해왔으나 완벽한 설비를 고수하다보니 예정보다 약간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STS후판 시장 지배력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