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떨어졌는데도 S&P 500이 급등하는 등 6월 초부터 주가-트럼프 밀월 관계가 깨지고 있다.     출처= "Outside The Beltwa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몇 주 동안 미국의 주식 시장은 놀라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국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월가의 낙관론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월가의 통념은 공화당이 집권해야 시장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감면, 의료와 은행 업계에 대한 일부 연방 규제 철회 등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여러 번 펼쳐왔다.

시장은 최근까지도 대선 여론조사와 사실상 궤를 같이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RBC 캐피털의 로리 칼바시나 전략가는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도박 시장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떨어졌는데도 S&P 500이 급등하는 등 6월 초부터 이 관계가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많은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걸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지수는 9일 1만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S&P 500 지수는 3월 이후 랠리를 지속하며 올해 까먹은 손실을 일시에 회복했다.

최근의 시장 반등은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분명 좋은 신호다. 그러나 칼바시나는 "증시가 트럼프와 결별했다(decoupled)"고 지적했다. CNN이 이를 상세 보도했다.

경제는 여전히 약세인데 주가만 올라

주식 시장은 경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봉쇄와 재택 격리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투자자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업의 급증과 인종 차별로 인한 미국 사회의 불안은 트럼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를 무시했지만 유권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에게 뒤처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 미국 주식 시장은 민주당이 집권했던 빌 클린턴 시절과 버락 오바마 시절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므로 월가가 민주당 대통령과 함께 번창할 수 없다는 생각은 사실 전혀 근거 없는 생각이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볼 때 월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워싱턴의 두 정당 사이에 권력이 균등하게 나뉘어져 있을 때다. 투자자들은 교착 상태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공화당이 상원에서 근소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이 그렇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11월에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데에 걸기 시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예측 시장은 상원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데 더 높은 확률을 책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재선 운동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브레이크가 걸려있고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주가는 왜 반등하는 것일까?

칼바시나는 보고서에서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시가 지속적인 이익을 유지하는데 더 이상 트럼프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돼도 기업 이익 해치지 않는다는 안도감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버니 샌더스 같은 진보적 후보보다는 비교적 온건한 바이든이 기업에 지장을 줄 어떤 정책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칼바시나는 또, 바이든이 러닝메이트로 캘리포나아주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 같은 또 다른 중도주의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위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민주당의 승리를 기대한다는 신호를 아직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일자리 증가와 실업률 급감 소식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가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거는 아직 5개월 남았다. 그리고 지금부터 경제가 다시 계속 회복된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트럼프 선거 유세에 유리할 것이다.

"아마도 월가는 경제 데이터의 개선이 트럼프에게 다시 한번 모멘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물론 시장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변화를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지미 카터와 조지 H.W. 부시(아버지) 두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것도 경기 침체 때문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11월 하반기 경제 회복 바람의 득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