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모습. 출처=서울시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를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에 나서려던 대한항공의 계획이 틀어질 처지에 놓였다. 

11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마감이었던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 의향서(LOI) 제출 기간에 어떤 매수자도 서류를 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개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에 대한 수의계약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공개매각 절차가 무산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비입찰 전 15곳 정도가 송현동 부지 관련 투자설명서를 받아갔지만 서울시가 문화조성 계획을 발표한 이후 투자방침을 철회했다는 주장이다. 

경복궁 동쪽에 있는 송현동 부지는 인사동, 광화문광장 등과 인접해 있다. 해당 부지는 일본과 미국이 차례로 소유권을 보유한 뒤 1997년 우리나라로 반환됐다. 대한항공이 한옥호텔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인수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최근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부지 매각을 검토한 가운데 서울시가 매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 인근이라는 특성 때문에 건축물 높이는 12m 이하로 제한된다. 또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은 100~200%에 불과하고 각종 규제에 묶여 인·허가권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올해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한 결과 공원 조성 찬성 입장을 받았다. 결정안에는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대한항공 소유인 이 부지를 매입해 문화공원으로 만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어 서울시는 지난 5일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0억원을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부지 보상비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나눠서 분할지급한다는 방침이었다. 공원 조성비 등 부대 비용을 포함한 전체 예산은 5357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번 예비입찰 실패로 연내 송현동 부지를 최소 5000억원에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대한항공은 현금 확보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으며 내년 말까지 2조원 가량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은 바 있다. 

한편, 이날 대한항공 노조는 서울시의 공원화 추진을 두고 무책임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풍전등화에 처한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시는 공원화 발표를 하고 시세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한편 그 대금까지 2년간 나누어 지불하겠다고 했다”며  “서울시는 자유경제시장 논리에 따른 정당한 경쟁 입찰로 합리적인 가격을 치러 대한항공이 경영 정상화를 통한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